- 2017년에 시작된 시리즈이고 이제 시즌 4까지 나왔습니다. 일단 제목대로 1시즌만 봤구요. 에피소드 갯수는 12개, 편당 길이는 25분가량 됩니다. 시리즈 성격상 스포일러를 적기도 어렵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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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 쓴 듯 안 쓴 듯 애매한 포스터 이미지. 근데 생각해보면 애초에 포스터가 아니니... '대표' 이미지?;)



 - 음... 근데 할 말이 없잖아요? 20여분짜리 앤솔로지 에피소드 12개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할까요. ㅋㅋ

 

 그러니까 아주 단가 절약에 집중하는 컨셉의 시리즈입니다.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외관을 볼 수 없는 '어떤 모텔'의 방 104호가 무대에요. 104호의 '실내'라고 강조해두면 더 정확하겠네요. 이 모텔이나 이 방이 귀신 들렀다든가 그런 거 전혀 없구요. 그냥 완벽하게 독립적인 이야기들이 12개 이어지는데 이유 없이 늘 배경이 같은 방일 뿐인 겁니다. 무슨 럭셔리 모텔도 아니어서 실내가 넓은 것도 아니구요. 고급진 가구가 있는 것도 아니구요. 대충 저렴하게 생긴, 침대 두 개에 작은 LG 티비 하나 있고 화장실 겸 샤워 욕조 하나 있는 방 하나로 뽕을 뽑는 시리즈에요. 계속 보다보면 폐소공포까진 아니어도 좀 답답해지더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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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텔방에서 애 보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 이야기의 성격은 그냥 에피소드마다 다 다릅니다. 초자연 호러도 있고 미스테리도 있고 코미디도 있고 휴먼 드라마도 있습니다. 심지어 마임 & 현대 무용으로 전개되는 에피소드까지 들어가 있지만 아무래도 호러/스릴러의 비중이 큰 편이긴 합니다. 근데 그런 장르 에피소드의 경우에도 코미디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서 종합적으로는 웃김이 가장 많은 편이구요. 당연히 완성도 다 다릅니다만 그래도 타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네요. 12개를 죽 봤는데 아쉽거나 별로라고 느꼈던 게 3개 밖에 없어요. 이 정도면 제 기준 매우 성공적인 앤솔로지 시리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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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텔방에서 현대 무용하는 이야기를 거쳐)



 - 이쯤에서 듀플라스 이야길 해야겠는데요.

 사실 잘 모릅니다. 이 분 작품들 중 제가 아는 건 넷플릭스에 있는 '소름'과 '소름2' 뿐이에요. 하지만 이 두 편의 영화가 호러/스릴러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꽤 인기가 좋고 평가도 좋은 작품이고. 저 역시도 그걸 재밌게 봤으며. 이 영화들에서 마크 듀플라스가 주연을 맡았을 뿐더러 각본도 직접 쓰고 제작까지 했다는 걸 기억했기 때문에 이 시리즈에 손을 댄 거죠. 이 시리즈는 아예 '듀플라스 브라더스 프러덕션'에서 만들었거든요. 알고 보니 이 양반에게 제이 듀플라스라는 굉장히 비슷하게 생긴 형이 있었더라구요? ㅋㅋ 


 하지만 크레딧을 자세히 보면 결국 모든 시나리오를 마크 듀플라스가 썼고 형님은 그냥 공동 제작자이자 그 중 한 편에 출연한 정도. 그 이상은 모르겠구요. 그렇게 마크 듀플라스 원맨쇼 시리즈라 그런지 '소름'에서 느꼈던 비틀리고 사악한 유머 감각 같은 게 시리즈 전반에 깔려 있어서 괜찮았습니다. 아마 '소름'을 재밌게 보신 분들이면 이 시리즈도 그럭저럭 즐기실 것 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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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텔방에서 이종 격투기도 하구요 ㅋㅋ)



 - 에피소드들이 너무 짧아서 하나하나 찝어서 무슨 얘길 하기도 좀 그렇네요. 대충 싸잡아서 말하자면,

 크레딧 빼면 20분 간신히 넘는 분량이고 공간 제한도 크구요. 애초에 아이디어가 특별히 신선하거나 대단한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평범한 설정으로 시작해서 대부분 결말도 평범하게 맺는데요. 

 일단 이야기 자체는 평범하되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식으로 구성을 해서 좋았습니다. 어차피 5분 안에 알게 될 설정이어도 시작과 동시에 눈치 채는 것보단 이 쪽이 더 재미도 있고 집중에도 도움이 되더라구요.

 그리고 은근히 디테일들이 좋아요. 별 거 아닌 뻔한 이야기들이지만 캐릭터의 대사나 행동 같은 것들에 소소한 디테일들이 눈에 띄어서 뻔한 느낌도 덜고, 자잘한 재미도 덧붙여주고 그런 게 있더라구요. 


 ...하지만 결국 끝까지 보고 나면 대단한 이야기들은 아니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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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텔방에서 도슨을 만나기도 합니다. 아 돈 와나 웨잇~)



 - 대충 마무리하자면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일상에서 알고 지내는 말빨 좋은 이야기꾼들 있잖아요. 대단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건 아닌데 남들이 하면 재미 없는 얘길 재밌게 살려내는 사람.

 그런 사람의 수다를 듣는 느낌의 시리즈입니다. 별 거 아닌데 보는 동안은 나름 재밌어요.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짧아서 재미 없는 게 걸려도 데미지도 적구요.

 환상특급류의 앤솔로지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정말 별 기대 없이 한 개씩 보면서 시간 때우기 좋겠구나... 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시즌 하나를 통째로 다 봐 버렸더니 당장 시즌 2를 시작하긴 좀 물리네요. 저도 남은 건 좀 천천히 보는 걸로. ㅋㅋㅋ




 + 글을 다 적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본지 반년도 안 된 넷플릭스 시트콤 '더 체어'에서 이미 제이 듀플라스를 접했는데요. 보고 나서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오늘 다시 놀라고 있었네요. 같은 일로 몇 번씩 놀라며 즐거워하니 가성비가 좋다고 좋아해야 하나 빠른 치매를 걱정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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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동생보다 좀 동글동글한 인상이고 심지어 더 어려 보이는 제이 듀플라스찡.



 ++ 모텔방에 있는 티비가 LG 제품이고 로고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얼떨결에 협찬이 된 건지 정말 협찬을 받은 건진 모르겠으나 정말 자주 나와서 괜히 웃기구요. 중간에 90년대가 배경이 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때 티비 브랜드는 소니인 걸 보고 듀플라스 아저씨 가전 제품에 관심 많구나... 했습니다. ㅋㅋㅋ



 +++ 그래도 에피소드들 언급을 아예 안 해버리니 뭔가 아쉬워서 사족을 덧붙여 봅니다.


 1. 랄피 : 어쩌다 굉장히 수상한 아이를 맡아 버린 베이비시터 이야깁니다. 별 거 없는데 나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연출이 괜찮았구요.

 2. 피자보이 : 이게 도대체 뭔 상황인지 이해가 안 가게 만드는 전개가 핵심이고 덤으로 도슨의 변태 춤을 볼 수 있어요. 진상은 좀 약하지만 뭐.

 3. 낙캔두 : 딱 봐도 사기일 수밖에 없는 종교에 빠져든 여자 이야기인데, 갑분 필립 K 딕스러운 막판 전개가 웃겼구요.

 4. 죽지 않은 너 : 갬성 터지는 드라마이고, 역시 끝은 뻔하지만 초장에 뭔 얘긴지 짐작 못 하게 만드는 센스가 살렸습니다.

 5. 인터넷 : 가장 웃겼던 에피소드네요. 90년대를 배경으로 컴맹 엄마에게 전화로 이메일 전송 미션을 성공시키려 몸부림치는 아들 얘깁니다.

 6. 관음 : 문제의 현대 무용 에피소드인데. 사실 좀 애매합니다. 별로 재미는 없거든요. 그냥 괴상한 맛으로 즐겁게 봤어요.

 7. 선교사 : 2인 1조 정장 패션으로 유명한 몰몬교 전도사들 놀리는 얘긴데, 뭐 두 젊은이가 나름 귀여워서 괜찮았습니다.

 8. 불사조 : 전형적인 환상특급 에피소드인데, 별로 재미는 없었구요.

 9. 보리스 : 그냥 훈훈한 인간 드라마입니다. 듀플라스는 이런 스타일 얘기도 좋아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그럭저럭.

 10. 빨간 텐트 : 폭탄 테러 실행을 앞둔 젊은이가 방에 들어온 에어컨 수리공과 대화를 나누는 게 전부에요. 근데 막판에 그 수리공 아저씨가 던지는 대사들이 나름 생각해볼만한 것들이 있어서 괜찮게 봤네요.

 11. 싸움 : 이런저런 사연으로 모텔방에서 이종격투기 선수 둘이 시합을 벌이게 되는 얘긴데. 시합 장면이 쓸 데 없이 실감나서 흥미진진하게 봤습니다. 결말도 맘에 들었구요.

 12. 내 사랑 : 노년 부부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인데... 많이 심심하게 전개가 돼서 막판에 뭐가 한 방 있으려나? 했는데 없어서 반전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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