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시간이 없어서 짧게 적습니다.

 

1. 박원순씨에 대한 이러 저러한 공격들이 나오고 있죠. 어느 인터넷 매체는 박원순씨 부인의 현대모비스 계약 문제를 걸고 넘어지기도 했고, 또 월세 250만원 문제가 돌출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쪽에서는 박원순씨가 지낸 재벌 사외이사 경력과 재벌 후원금에 대해 언급하고 있죠.

 

2., 사실 이런 문제들은 박원순씨의 출마 선언 당시 부터 예상되었던 문제입니다. 바람을 일으키면서 등장한 후보고 거기다 1위죠. 당연히 여기저기서 견제가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정치권에 물들지 않은 사람에게 "너도 똑같잖아" 라는 공격은 참 위력적인 공격 수단이지요. 박원순 진영도 이를 예상치 못했을리는 없을 껍니다.

 

3. 오늘 박원순 측에서는 세간의 해명에 대해 이런 저런 해명을 담은 긴 장문의 글을 본인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세간의 의혹들에 대한 해명인 셈이죠. 정석적인 대응입니다. 저는 이 같은 대응이 박원순 진영에서 미리 계획했을 꺼라고 봅니다.  실질 대응팀을 꾸렸겠죠.

 

4. 대응은 나쁘지 않습니다. 악재가 터졌을 때 이정도의 대응은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죠. 문제는 대응의 정도에 있습니다. 박원순 후보에 대한 여러 지적들은 그렇게 까지 큰 문제들은 아니었습니다. 몇몇 인터넷 매체들의 기사와 - 대부분은 광고로 연명하는 업체들이지요-  인터넷에서의 작은 언급들 뿐이었죠. 대중 매체나, 언론사. 하물며 나꼼수에서도 언급됐던 문제가 아닙니다.

 

5. 그런데 그런 악재에 대해 정색하고 인터넷에 글을 올려 "나 그런 사람 아냐" 라는 글을 올려버렸습니다. 좋게 말하면 정석적인 플레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아직도 정치가 아니라 운동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문제에서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것이 상책입니다. 어차피 며칠 지나면 사그라들 문제였습니다. 그런 문제를 도덕적 강박관념이던, 수성에 대한 초조감이던 생각들에 사로 잡혀 오히려 일을 크게 만들었죠. 가뜩이나 1위고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후보인데 이 문제가 이제 올라와버렸습니다. 악재의 성격상 오래 갈 것이고 질질 끌 것입니다.

 

6. 예를 들어 보죠 1995년 치뤄진 서울시장 선거에서 초반 1위를 달리고 있던 무소속 박찬종 후보는 중간에 민주당 조순후보로 부터 "너 유신때 박정희한테 아부했다더라?" 이런 공격을 받았습니다. 깨끗한 정치인을 표방하고 있던 박찬종에게는 큰 위협이 될만한 사안이었겠죠. 하지만 당시 조순 후보는 3위였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이런 저런 공격을 쓰던 때였습니다. 박찬종이 "미안하다" 라고 넘어갔으면 그냥 끝났을 문제였을 껍니다. 하지만 박후보는 발끈했고 그 다음에 조순 후보한테 "너도 그런적 있잖아"로 되받았습니다. 최악이었죠. 박찬종의 지지율이 급격한 하락곡선을 그렸던 때가 바로 이 때부터입니다.

 

7. 저는 악재가 항상 후보들을 위험에 처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사람인 이상 누구나 아킬레스 건은 있어요. 그 아킬레스 건을 건드렸을 때 어떻게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이 검증되는 거죠. 더 넓게 말하면 그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그룹의 능력이 검증 되는 것이고. 박원순 후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건이 아킬레스 건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스스로 나서서 해명을 해버림으로써 일을 키웠고 결국 아킬레스 건으로 나아갈 상황이 만들어졌죠. 이건 박 후보 측이나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정치적 감각이 떨어지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사례라고 봅니다. 제가 이래서 무소속 후보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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