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열전

2011.10.12 12:46

amenic 조회 수:7705

저는 햄버거 마니아라고 할 수 있어요. 누가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자고 했을 때 ‘노’라고 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다니다가 새로운 메뉴가 나오기라도 하면 꼭 시식을 해 봐야 직성이 풀려요. 햄버거가 별로 건강에 안 좋다는거, 정크 푸드를 대표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건 머리로 아는거고 몸은 그걸 거부하지 못하니 알고보면 저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직접 시식해 봤던 햄버거 브랜드를 기억나는대로 한번 이야기해 볼게요.

 

롯데리아     

전국적으로 봤을 때 가장 많은 점포수를 자랑하는 국산 브랜드 패스트 푸드점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우리나라 햄버거 브랜드 1호이기도 하죠. 햄버거, 피쉬버거, 새우버거 등의 기본적인 메뉴와 함께 김치버거, 불고기버거, 라이스버거 등의 한국형 패스트를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어요. 몇 년 전엔 호밀빵으로 소재로 해서 웰빙 버거라는 것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백번 양보해서 그걸 웰빙이라고 친다고 해도 감자튀김과 콜라를 함께 먹는 것을 뭐라 불러야 할지 난감하였습니다. 일본에도 롯데리아가 시장점유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그곳에서도 햄버거 패티에 김을 섞은 것, 가츠동 버거 등 일본인의 구미에 맞는 메뉴를 개발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을 주목할 수 있어요.

맥도날드

명실상부 세계최대의 햄버거 체인점입니다. 맥도널드는 최고의 성공신화라는 찬사와 함께 제국주의의 첨병이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죠. 몇년 전 영화‘슈퍼 사이즈 미’에서도 맥도날드의 제품을 사용하는 등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기도 합니다. 빅맥과 같은 단골 메뉴와 함께 요즘은 웰빙 바람에 편승하여 야채폴더, 샐러드 같은 이른바 프레쉬 메뉴를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고 커피 메뉴를 고급화한 맥카페를 개발하는 등 생존의 노력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인도 지역에선 양고기를 사용한 패티 사용, 에이슈(Aishu)라는 아랍지방 빵을 햄버거 번으로 사용한 아라비아 버거, 싱가폴에서 본 칠리크랩 버거 등 로컬라이즈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이랍니다.


버거킹   

와퍼라는 히트 제품을 갖고 있고 패티를 불에 직접 구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갈릭 스테이크버거라는 고가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그래도 버거킹의 간판 제품이 와퍼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죠. 특별히 아주 맛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와퍼는 기본에 충실한 무난한 제품입니다.


KFC             

햄버거 점포라고 하기엔 약간 어폐가 있지만 닭고기를 패티로 사용한 치킨버거, 징거버거와 같은 메뉴가 있습니다. 최근엔 쇠고기 패티를 넣은 제품을 출시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구색을 맞추기 위한 메뉴죠. 역시 KFC에 가면 버거보다는 치킨을 먹어야.. 그런데 동남아나 아프리카 같은 저개발국가에 가더라도 KFC나 맥도날드 같은 다국적 프랜차이즈 식품의 가격은 거의 균일합니다. 소득이 적은 현지 사람들한테는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죠.


파파이스    

역시 치킨을 주력으로 하는 점포이기에 햄버거는 구색 맞추기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역시 이곳도 버거를 먹으러 가는 곳은 아니죠. 파파이는 만화 캐릭터 뽀빠이의 미국 현지 발음이라고 하네요.


하디스          

수도권에서는 꽤 많은 점포를 갖고 있던 브랜드인데 어느날 갑자기 국내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프레스코 버거라는 메뉴는 이곳에서만 맛 볼 수 있었던 독특한 아이템이었고 ‘하디스’란 이름이 손님들을 오래 앉아 있지 못하도록 일부러 의자를 불편하게 만든 데서 비롯되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웬디스           

이태원을 시작으로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후반까지 수도권 일대에서는 많은 점포를 갖고 있었는데 역시 90년대 후반 무렵 갑자기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브랜드입니다. 말괄량이 삐삐를 연상케 하는 소녀의 얼굴이 이 브랜드의 심볼이었고 미국에서는 햄버거 업계 3위를 차지하는 만만치 않은 브랜드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반응을 얻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재작년 싱가폴을 갔을 때 오차드 로드에서 웬디스를 발견한 적 있어요.


JJ버거

하디스가 사라진 자리에 JJ버거라는 브랜드가 자리를 잡았는데 충무로 대한극장에 위치한 점포 외에는 본 적이 없고 소리 소문없이 조용히 사라져 버린 비운(?)의 브랜드. 브랜드 로고도 아무리 웹서핑을 해도 나오지 않아요.


크라제버거    

일명 명품 햄버거를 기치로 걸고 나온 순수 국산브랜드로 햄버거 가격이 최소 8000원대이기 때문에 음료와 같이 먹으면 총액이 1만원을 훌쩍 넘어버립니다. 공장에서 만든 인스턴트가 아닌 수제 번과 수제 햄버거 패티를 사용하고 안에 들어가는 야채도 유기농만 사용한다는 설명이 있긴 한데 그래도 너무 비싸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수년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마케팅을 꽤 성공적으로 하는 듯 싶으네요. 그리고 번과 패티의 퀄리티는 꽤 수준급입니다.


버거잭        

80년대 중반부터 후반 무렵까지 수도권 일대에 존재하던 정체 불명의 브랜드.
외산 브랜드인 것 같기도 하고 국산 브랜드인 것 같기도 한데.. 정체를 알 수 없고 제품도 별다른 특색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엠플라자로 이름이 바뀐 명동 제일백화점 지하에 위치했던 점포가 기억나고 쁘렝땅 백화점 지하에도 버거잭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메리카나     

미국 JB's BIG BOY사의 제휴를 받아 롯데리아와 비슷한 시기에 오픈을 했던 국산 브랜드. 한 때 롯데리아만큼은 아니더라도 서울 시내 곳곳에 매장을 내는 등 성황을 이뤘지만 어느 시점 부턴가 갑자기 자취를 감췄습니다. 웹 서핑을 해보니까 웹 사이트는 존재하는 것을 보면 아직 폐업을 한 것은 아닌듯 한데 매장을 실제 본 것을 정말 오래 됐어요.

 

조아저씨 햄버거

역시 순수 국산브랜드 햄버거입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서 점포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때 롯데리아에서 판매한 적 있는 김치버거는 원래 조아저씨 햄버거에서 먼저 개발했던 메뉴였어요. 80년대 후반에 등장해서 90년대 중반 무렵 없어진 브랜드.


밸런스버거    

크라제버거를 경영했던 사람 중 일부가 나와서 차린 곳이 밸런스버거라고 합니다. 밸런스란 키워드는 가격과 맛의 밸런스를 지키겠다고 만든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말장난. 밸런스버거, 클래식버거, 쏘핫버거, 비비큐치킨버거 등의 메뉴가 있으며 4900원 ~ 5500원 선의 착한 가격대에 크라제버거와 거의 비슷한 퀄리티를 제공해 줍니다. 3000원 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샐러드도 꽤 괜찮았어요.


미스리버거    

송탄에 출장 갔을 때 그 지역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미스리 햄버거를 찾았어요. 원래 미군부대 근처 노점에서 현재 사장님이 햄버거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그 당시 미군들이 이곳 사장님을 불렀던 애칭이 미스 리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게 이름이 미스 리 버거가 되었다고 하네요.(사실 이 곳 사장님 성은 이씨가 아니고 당연히 지금은 미스도 아니라고 합니다) 스페셜 메뉴가 7000원 ~ 8500원 선, 일반 메뉴가 3000원 ~ 4000원이며 세트를 시키면 프렌치 프라이와 함께 튀김만두를 섞어서 주는 것이 특이해요. 그런데 맛은 길거리 햄버거의 맛과 거의 차이가 없어요. 가격 대비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하고 일부러 찾아가서 먹을 정도의 퀄리티는 아닙니다.


고릴라버거     

대구 동성로에 있는 버거 레스토랑인데 이 가게 꽤 괜찮아요. 칠리치즈버거, 고릴라버거, 볼케이노버거 등의 메뉴가 있고 5900원 ~ 11500원 정도의 가격대라 비교적 저렴한 메뉴를 선택할 수도 있어요. 인테리어도 아주 마음에 들고요. 단 대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에 사는 저는 생각 날 때마다 갈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요.


서초수제버거   

서울의 버거 마니아들에겐 꽤 알려져 있는 숨은 가게에요. 프랜차이즈는 물론 아니고 레스토랑이라고 할만큼 매장이 큰 것도 아닙니다. 의자가 3 개 정도 밖에 없기 때문에 이 곳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테이크 아웃을 해 가요. 사장님 혼자 주문을 받아서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데 퀄리티가 상당합니다. 4500원 하는 기본 버거에 양파, 파인애플, 계란, 치즈, 할리피뇨 등 토핑을 얹을 수 있어요. 단점이라면 번의 질이 좀 떨어진다는 것. 번만 좀 좋은 것으로 바꾸면 어떤 햄버거 레스토랑의 메뉴와도 경쟁이 가능할 듯 싶어요.


프레시니스버거 

일본에서 개발한 저패니즈 풍 패스트 푸드점. 국산 브랜드 크라제버거처럼 슬로우 푸드를 표방한 브랜드에요. 도쿄대학 뒤에 있는 창고를 개조한 매장을 필두로 해서 전세계 200여 군데 점포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번에 단호박을 섞은 것이 특징이고 일본 브랜드답게 멘치버거라든지, 네기미소버거(일본된장을 소스로 사용한)같은 일본풍 메뉴도 일부 있어요. 2005년부터 국내에 들어와 대학로, 홍대, 여의도 등에 매장을 두었는데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2년 전쯤 국내시장에서 철수했어요


모스버거            

우리나라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브랜드인데(아마 내년쯤 들어온다고 하죠?) 이것도 역시 일본 고유 브랜드입니다. 일본 역시 햄버거 시장 점유를 롯데리아와 맥도날드가 양분하고 있는데 앞서 말한 프레쉬니스버거와 모스버거는 품질을 내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한 케이스에요. 그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것인데 햄버거 패티는 주문을 받은 후에 석쇠에 굽고, 야채는 얼음물 속에 채워둬서 아삭아삭한 맛을 내주는 게 특징이라고 합니다. 재작년 싱가폴을 방문했을 때 오차드 로드에서도 모스버거를 발견했는데 그 땐 이미 점심을 먹은 후라 아쉽게 그냥 스킵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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