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영화래요. 런닝타임은 대략 1시간 52분. 제목 그대로 초능력자가 나오는 다크한 환타지 스릴러입니다. 스포일런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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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혜로운 투샷!!!)



 - 일천구백구십 몇 년이라면서 강동원의 어린 시절이 나와요. 엄마가 동원 어린이의 눈에 뭘 감고서 질질 끌고 가서 밥을 먹이네요. 절대 눈에 감은 걸 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그런데 엄마가 도망쳤던 폭력 아빠가 바로 쳐들어오고, 엄마를 반죽음되도록 두들겨 패는 걸 본 동원 어린이는 눈에 감은 걸 풀고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서 폭력 아빠를 죽여버려요. 백주 대낮에 길 한복판에서 죽였지만 괜찮습니다. 이 분의 능력이란 게 바로 자기가 바라보는 상대를 맘대로 조종하는 능력이거든요.

 잠시 후 엄마가 꺼이꺼이 울며 얼굴에 주머니를 뒤집어 씌운 동원 어린이에게 '차라리 우리 같이 그만 살자!'며 목을 조르지만, 동원 어린이는 현명하게도 그 주머니를 미리부터 잘근잘근 씹어서 구멍을 만들었고. 잠시 엄마의 혼을 빼놓은 뒤 사라집니다.


 장면이 바뀌면 우리의 고수씨가 등장합니다. 폐차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는... 정도가 아니라 죄다 외국인 노동자이고 혼자 한국인이에요. 부모도 가족도 없고 친구도 폐차장의 외국인 동료 둘 뿐. 근데 딱히 삶에 불만도 없습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헤헤헤거리며, 딱히 활기찰 것도 없지만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하루 먹고 사는 거죠. 그러다 여차저차하여 직장을 옮기게 되는데, 하필 그 곳으로 동원씨가 강도질을 하러 들어오고. 동원씨의 능력으로 모두 다 얼음! 상태가 되어 있는데... 그때 우리 고수씨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생동안 자기도 몰랐고 어디 가서 쓸 일도 없었던 자신의 타고난 능력 하나를 발견합니다. '동원씨의 초능력이 안 먹히는 능력'이 있었던 거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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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건 한 번 더!!!)



 - 소재가 맘에 들어서 봐야겠다... 했던 영화였는데 뭐 언제나 그렇듯 어쩌다 극장에서 놓치고 나니 결국 보게 되는데 11년이 걸렸습니다.

 보고 나온 사람들의 후기가 영 별로였던 것도 한 몫 했구요. 하지만 전 무시무시하게도 '염력'을 극장에서 보고도 만족했던 사람이라... 하하하.

 결국 이 영화도 그럭저럭 괜찮게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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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사실 이런 모습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분들은 많이 실망하셨을 것인데요...)



 - 일단 생각보다 시나리오가 괜찮았습니다.

 전 그냥 대애충 초능력자랑 정의감에 불타는 바보 젊은이가 맞대결하며 서로 쥐어패는 이야기... 정도로 예상하고 봤는데 나름 이것저것 설정들이 괜찮아요.


 예를 들어 고수의 동기는 그렇게까지 정의로운 것이 아닙니다. 겉으로는 초능력자 때문에 피해를 본 주변 사람들의 복수를 하겠다는 게 동기 맞는데요. 영화를 쭉 보다보면 진심은 그게 아니라는 게 빤히 보여요. 사실은 무능하고 쓸모 없기로 짝도 친구도 없다고 믿었던 자신에게 남들에게 없는 엄청난 능력이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능력을 활용하고 인정 받으려면 그 능력을 써먹을 수 있는 지구상의 단 한 사람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초능력자님이요. 나름 애절하고 궁상맞은 동기인 거죠.


 또한 강동원님께서도 역시 고수에게 집착을 보이는 것인데요. 얼핏 보면 무슨 홍콩 느와르류 영화들에 나오는 로맨틱한(?) 관계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쪽도 애절하고 궁상맞으면서 나름 설득력 있는 동기가 있어요. 위에서 말한 기구한 유년 시절과 이 쓸 데 없이 강한 능력 덕에 일생을 외톨이로 살아온 동원씨 입장에선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아봐주는 유일한 인간이 고수인 거죠. 얼굴과 기럭지가 강동원인데 왜???


 하지만 애초에 첫 만남부터 대차게 꼬여버린 관계인지라 이 둘에게 주어진 선택지란 그저 집요하게 상대를 쫓으면서 니가 죽나 내가 죽나 부딪히는 것밖엔 없습니다. 가련한 청춘들이여. 아. 역시 얼굴은 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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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극중에선 거의 이런 표정이신지라. ㅋㅋㅋ)



 - 그리고 어쨌거나 능력자 배틀물로 흘러가야만 하는 영화인데요.

 생각 외로 강동원의 능력을 자주, 열심히, 꽤 괜찮게 보여줍니다. 이 분 능력이란 게 물리력이 아니어서 뭔가 머리 싸움이 들어가는 식으로 소소하게 쓰일 거라 생각했었는데요. 실제로는 딱히 머리 싸움 같은 구석은 거의 없습니다. 대신에 예상보다 스케일이 커요. 뭐 해봐야 눈앞에 있는 사람 서너명 정도 홀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냥 자기가 있는 공간 근처에 있는 사람이면 수백명까지도 조종 가능하구요. 또 계속해서 바라볼 필요도 없습니다. 한 번 눈으로 쓱 훑어 주면 한참을 조종당하기 때문에 상당히 거국적인 스케일로 능력을 자랑할 수 있지요. 종종 이걸 활용해서 마치 시간이 멈춘 것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괜찮았어요. 밀폐된 공간에서 거기 있는 사람들을 죄다 멈춰 버리고 혼자 걸어다니면 구경하는 사람 입장에선 그냥 시간 정지로 보이는 거죠. ㅋㅋ


 하지만 어쨌거나 직접 물리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고, 고수에게는 이 능력이 안 먹힐 뿐더러 쥐어 패고 싸우는 쪽으론 고수가 훨씬 유리합니다. (강동원은 한쪽 다리가 의족이라 추격전도 힘들고 싸움도 불리하거든요.) 고로 참치군의 압도적인 능력에도 불구하고 늘 고수에게도 승산이 있어요. 이런 설정도 썩 괜찮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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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참치씨는 자꾸 초능력 쓰는 연기라며 이런 얼굴을 보이시고... ㅋㅋㅋ)



 - 그리고 두 주인공의 편에 '인간적 드라마'의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존재하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강동원의 엄마, 고수의 직장 동료들이 그 분들인데요.

 둘 다 꽤 괜찮습니다. 특별할 건 없고 뻔한 클리셰 캐릭터들이지만 최소한의 설득력과 최소한의 효과는 확실히 해줘요.

 특히 고수의 직장 동료들이 썩 괜찮았어요. 한국말 짱 잘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인데, 한국 영상물 속 외국인 노동자의 클리셰에 빠지지 않으면서 칙칙하기 그지 없는 이 영화에 나름 활기와 온기를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잘 해냅니다. 종종 지나치게 가벼워진다는 느낌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면 뭐 괜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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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사실 저 오른쪽 터키분께선 훗날 아름답지 못한 일을 저지르셔서 이미지가... 음...;)



 - 근데 몇 가지 좀 작지 않은 문제들이 있는 것인데요...

 

 일단 이야기 개연성에 심각한 구멍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cctv요. 강동원에게 조종 당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 동안의 기억을 잃기 때문에 cctv의 역할이 중요한데. 극중에서 아주 중요한 장면들마다 cctv가 있는 장소에서 벌어지거든요. 근데 아무도 그걸 확인할 생각을 안 해요. ㅋㅋ 살인 사건 현장은 물론 경찰서 내부에서 사건이 벌어져도 cctv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이건 좀 너무하잖아요. 


 또한 액션에도 좀 문제가 있어요. 특히 와이어 액션 장면이 두어번 나오는데, 살짝 과장해서 80년대 B급 홍콩 영화 퀄입니다. 사람이 굉장히 부자연스럽게 부웅~ 하고 날아가는데 이게 초능력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사람이 허공에 뜰 때마다 보는 제게 부끄러움이... ㅠㅜ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애매합니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거의 모든 면에서 애매해요.

 위에서 제가 칭찬조로 적어 놓은 저 모든 것들이, 다 좀 애매합니다. ㅋㅋㅋ 분명히 저런 부분들이 존재하긴 하는데, 그게 충분치는 않아요. '좋다'와 '별로다'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좋다' 쪽에 살짝 기우는 정도랄까요. 액션도, 캐릭터도, 설정도 다 분명 '괜찮'기는 한데 확 좋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클라이맥스에 뭔가 한 방... 을 기대하면서 봤는데 안타깝게도 클라이맥스도 '나쁘지 않은' 정도에 그쳤구요. 이런 애매한 부족함에 바로 위에서 말한 단점들이 얹혀서 전체적으로는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영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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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면도 영화 속에서 보는 것보다 이렇게 스틸로 보는 게 훨씬 멋집니다.)



 -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컨셉 꽤 잘 잡았습니다. 캐스팅은 환상적이이요. 강동원, 고수 같은 비주얼 좋고 그 외엔 다 좀 애매하거나 부족한 배우들을 쌍으로 캐스팅해서 두 배우를 다 이 정도로 잘 써먹은 영화는 그리 흔치 않았을 거에요. 디테일 대략 무시하고 전체적인 그림만 보면 스토리도 나쁘지 않아요.

 그런데 뭔가 되게 다방면으로 퀄리티가 애매하구요. 잘 잡아 놓은 설정들을 끝까지 제대로 파내지 못했다는 느낌이 좀 강합니다.

 저는 상당한 망작일 거라 생각하고 봐서 '오, 생각보단 훨 낫네' 이러면서 잘 봤지만 개봉 당시 관객들 평이 안 좋았던 건 납득이 가구요.

 고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ㅋㅋ 그냥 한국 영화에 흔치 않은 소재라는 데에 가산점 주실 분, 그리고 강동원과 고수 비주얼 뜯어 먹는 한 시간 오십분에 끌리시는 분들만 보세요. 




 + 보는 내내 되게 일본 망가 같은 설정이랑 인물들이군... 이란 생각을 했는데. 일본인들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이미 판권 사가서 리메이크를 했었더군요. 평가는 원작보다 훨씬 못 하니 굳이 챙겨볼 필요는 없을 것 같구요.



 ++ 생활 정보지에 실린 구인 광고를 보고 찾아간 주인공이 착취나 사기를 당하지 않는 제겐 거의 유일한 영화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딱 봐도 악질 사기꾼 같은 사장님이었는데 어찌나 따뜻하시던지. 이 영화 최고의 반전이었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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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보면 착취나 사기를 저지를 틈도 없이 광속 퇴장하셔서 그렇게 된 것일지도?)



 +++ 정말정말 마지막에 나오는 상황 때문에 유명한 모 헐리웃 영화가 떠오르더군요. 그걸 눈치채고 나서 생각해보니 전반적으로 그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가져온 건 분명해 보여요. 표절과는 아주 거리가 멀긴 합니다만. 그 영화 제목은 스포일러가 될 거라 언급 안 하는 걸로.



 ++++ 전 '시즌' 무료 영화로 봤는데... 보는 내내 뭔가 위화감이 든다 했더니 넷플릭스에도 있었군요 이게. 우이씨... 분명 전에 넷플릭스 목록에서 보고 나중에 봐야지 했었는데 까맣게 잊었어요. ㅠㅜ 화질도, 소리도 넷플릭스가 낫고 결정적으로 넷플릭스는 자막이 나오는데!! 중간중간 대사가 씹혀서 잘 안 들리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흑. 혹시 이거 보고픈 분들은 꼭 넷플릭스로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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