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눈 많이 내렸더군요. 신발은 결국 흠뻑 젖었고, 많이 미끄러워서 몇번이나 넘어질 뻔 했습니다. 서울시청과 동아일보 사옥 사이에 위치한 서울 신문사 앞을 지나가는데, 바닥의 눈을 쓸어내지 않았지만, 빨갱이를 몰아내고 한미 연합을 위한 팻말에 쌓인 눈은 깨끗이 치워져있었던...(...) 생각해보면 건너편인 호텔 쪽 보도는 호텔이라 그런가 눈이 안보이더라고요. 눈사람은 귀엽지만, 폭설은 치우는 사람에겐 고역이죠.


대설주의보. 은어 낚시 통신을 쓴 윤대녕 소설가의 소설 중 동명소설이 있지요. 은어낚시통신도 대설주의보도 도서관에서 발견했었지만, 아직 읽어보진 못했습니다.(생각해보니 은어 낚시 통신이란 제목이... 순전히 은어낚시가 아니라.. 은어, 낚시, 통신...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면 꽤 악랄한 사이버불링 수단이 될 거 같다는 생각도) 


제게 윤대녕 소설가의 첫 소설은 눈의 여행자라는 장편이었습니다. 작가인 주인공이 누군가가 보낸 서신을 따라 일본의 추전-아키타(秋田)로 가면서 옛 연인과 자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마주하는 내용입니다. 이 소설은 장편인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그랬어요. 오히려 2006년경 출간된 누가 걸어간다가 두번째로 읽은 윤대녕 작가 책인데 이쪽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에 실린 6편의 소설들은 누군가의 만남(초반엔 여성)으로 시작해서, 점점 만남은 남성으로, 마지막 소설은 영화관에서 어느 자신과의 만남으로 진행됩니다. 


실린 단편 여섯 중, 기억나는 소설이 몇 편 있는데요. 그중에 하나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주인공 남자가, 탈영병이 있는 동네로 이사와서 최후를 준비하던 중 한 여성과 친해지다가 그녀가 더 가까워지려고 하니 못내 자신이 시한부라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그러자 그녀는 난 왜 이런 사람들만 만나지? 하며 자조하고 헤어진 후... 가을 끝무렵 갈대밭에서 그녀와 우연히 재회합니다. 마침 그때 시한부 탈영병도 자신의 연인과 도망치던 도중이어서 주인공들은 그걸 애처롭게 지켜봅니다. 이떄 총소리가 울리자, 갈대밭에 있던 주인공이 여성을 안고 군인들을 향해 쏘지마! 라고 외치면서 끝나죠. 


두 번째는 찔레꽃 기념관이라는 소설입니다. 주인공 나의 어린시절(1970년대 추정) 이발소에 갔던 기억으로, 그 이발소에는 알렉산드르 푸슈킨의 시,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가 걸려있습니다. 이발사가 소년이던 시절, 이발관에는 찔레꽃 노래가 나왔고.. 이발사가 주인공의 머리칼 일부를 면도하던 도중 ‘나’는 밀가루대통령처럼 되서 반공하는 뭔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 순간 뭔가 뜨끔한 기운이 났고, 아이였던 나의 목덜미에 난 피를 닦아주면서 이발사는 미안하지만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지요. 이후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서 어느 작가여성과 만나 대화하던 도중 그녀의 아버지가 그 이발사와 유사하다는 점을 기억하고, 그 이발사의 영향으로 주인공음 장사익의 찔레꽃이 아닌 자기만의 찔레꽃을 부르는 주인공의 이야기. 


낯선 이와 거리에서 서로 고함

읽은지 십여년이 지난 현재도, 가장 인상깊은 소설입니다. 하루키 소설처럼 주인공이 낮선 남자에게 시간을 잠깐 팔아서 시간을 내줍니다. 돈을 받았지만 찜찜해서 그냥 있다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자는 어느 여성과 결혼했는데, 아내가 특정시간에 나가서 한동안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다시 돌아와 일상을 지내죠. 대화를 나누던 주인공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주인공의 아내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주인공의 시간을 구입한 그에게, 아내가 잠깐 없는 상황이 낮설수는 있지만 알지 못하는 사정상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말해주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지 않냐고 말하죠. 이후 주인공은 남자가 화장실을 간 사이, 돈을 그의 가방에 돌려놓고... 시간을 샀던 남자가 돌아와서는 헤어질 준비를 하는동안,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하교 종이 울리는데... 이때 운동장을 달리는 어느 남성이 외칩니다. "혼자 존재하지 못하는 사람은 가치가 없어요!" 그말에 시간을 샀던 남자는 우두커니 어디론가 향하고, 주인공은 그걸 지켜보며 끝납니다. 


저한테는 올해도 결국 이렇게 끝나나 봅니다.

새해는 목표기간을 단축하여, 무언가 자주, 이따금, 2024년 6월 30일까지 끝내보도록 하겠습니다.(전에 어느 분이 추천해 주신 피니시 책 아직도 잘 참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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