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작이었네요. 런닝타임은 1시간 57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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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 뤽 베송의 퍼렁 사랑을 돋보이게 표현한 포스터 되겠습니다.)



 - '레옹'의 오프닝과 거의 비슷하게 고개 푹 숙이고 바닥을 훑으며 빠르게 날아가는 카메라로 시작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다 카메라가 고개(?)를 들면 한밤중에 네 명의 남자가 여자 한 명을 질질 끌며 어딜 걸어가고 있습니다. 일 하러 가는 강도들이구요. 대충 뇌도 없고 내일도 없는 느낌으로 막 사는 양아치들이네요. 그런데 얘들이 문을 따고 들어간 가게 주인이 장총을 들고 나와서 맞짱을 뜨고, 동시에 경찰까지 들이닥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데 우리의 강도들은 참으로 뇌 없는 대응으로 곧 다 사살당해요. 그런데 처음에 질질 끌려온 여자애가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헤드폰을 끼고 음악 듣느라 이 상황을 하나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앉아 있었고. 상냥하게 다가가 말을 거는 경찰을 다짜고짜 웃으며 쏴 버립니다.


 이 정신나간 여자애는 경찰서에 조사 받으러 가서도 연필로 형사의 손바닥을 뚫어 버리고. 재판정에서 무기징역을 받고서는 또 사방에 들이 받고 난리를 치다가... 문득 약물 주사로 집행하는 사형 같은 걸 당해요. 상황이 그렇게 되니 갑자기 정말 비굴하게 엉엉 울며 '엄마가 보고 싶다구요!'라고 난리를 치는 게 좀 간지 와르르 느낌(...)


 근데 뭐 이 영화도 다 아시잖아요? ㅋㅋ 잠시 후 '니키타'라는 이름의 이 여자애는 이상한 시설에서 눈을 뜨구요. 근엄한 척하지만 사실 되게 상냥한 아저씨의 관리 감독 하에 정부의 비밀 기관의 트레이닝을 받으며 인간 병기, 암살자가 됩니다. 라는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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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의 순수함을 지닌 흉폭한 한 마리 야수!! 그 이름은 니키-타!!! 뭐 이런 느낌이 드는 올드한 캐릭터였습니다. ㅋㅋ)



 - 뭔가 비범한, 하지만 인생 막 살던 여자애가 어쩌다가 인간 병기로 키워지게 되는 이야기의 원조격 취급을 받는 영화죠. 그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야 있었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런 이야기를 하나의 소장르처럼 만들어 버린 건 이 영화가 맞지 않을까 싶구요. 특히 여리여리한 체구의 여자가 안 어울리게 커다란 총을 휘두르며 활약하는 이미지는 이후 일본 만화들에 아주 큰 영향을 줬던 걸로 기억합니다. 게다가 나름 그 시절 기준으로 액션도 강렬하고 화려한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당시 뤽 베송이 꽂혀 있던 푸르딩딩한 색감의 화면도 인상적이었구요. 그렇긴 한데... 역시 어제 '시네마 천국' 때 처럼 문득 의심이 들었던 거죠. 이런저런 의의 같은 건 둘째치고, 과연 이게 지금 봐도 재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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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거대한 권총을 휘두르는 하늘하늘 미녀의 액션 활극!!! 같은 걸 기대하고 보심 화가 나실 겁니다.)



 - 우선 영화의 핵심인 주인공 니키타의 캐릭터... 가 좀 재밌습니다. 잘 만들어서 재밌다기 보다, 요즘 보기에 재밌는 포인트들이 있어요.


 일단 이 부분에서 뤽 베송에게 아직은 프랑스 영화 감독 스타일이 많이 느껴지는 게, 설명이 별로 없습니다. 니키타의 성장 과정이나 과거지사는 물론이고, 현재의 얘가 대략 어떤 상태인지도 구체적 설명 없이 대충 느낌으로 짐작을 해야 해요. 아마도 약까지 해가며 정말 인생 거칠게 산 모양이고. 이미 사람도 여럿 죽여 봤을 겁니다. 그런데 멘탈이 초딩이에요. 사람이 유치하다는 게 아니라 정말로 초등학생 정도의 정신 연령입니다. 그 '시설'에서 처음에 니키타가 저지르는 사고들은 대부분 뭐 대단한 저항 정신 같은 게 있어서가 아니라 걍 인생 처음으로 엄한 선생들 만나 반항하는 초딩 같은 행동들일 뿐이죠. 자신의 담당자인 '밥' 아저씨에게 품는 감정도 진짜 연애 감정이라기 보단 그냥 보호자인데 피가 안 섞인 이성 보호자에게 매달리는 것과 비슷해 보이구요. 그러니까 시작 부분의 니키타는 자기 통제가 안 되는 폭력 성향 어린이인 거죠.


 그런데... 이런 니키타의 성장을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좀 많이 낡았어요. 그러니까 도무지 발전이 없는 니키타를 걍 포기하고 죽여 버리자는 상부의 압박을 밥이 니키타에게 전달하자 니키타가 번뇌하다가 맘을 고쳐 먹는데... 그걸 보여주는 행동이 뭐냐면, 미용과 여성스런 에티켓 담당자인 잔느 모로 할매를 찾아가서 예쁘게 꾸며달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냥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성숙하고 (이성에게) 매력적인 여성이 되길 결심하는 것. 세련된 머리 하고 예쁘게 화장하고 섹시한 드레스를 걸치는 것. 이걸로 캐릭터의 성장을 표현하더라구요. 요즘 같았음 욕을 바가지로 먹었을... ㅋㅋ 세월의 흐름이겠죠.


 그리고 의외로 이 분이 그렇게 강력하지가 않습니다. 피지컬로든 멘탈로든 마지막까지 딱히 인상적인 장면이 없어요. 초반에 나오는 사격 훈련 장면에서 실력을 뽐내는 게 한 번 나오지만 이후로는 '굳이 4년씩 훈련 시킨 결과가 고작 이거임?'이라는 생각만 계속 듭니다. 나라 예산 사알살~ 녹는다!! 그나마 첫 임무 수행에선 몇 킬은 올리긴 하는데 뭐 방심하고 있던 요인을 근거리 사격으로 암살하고, 우루루 몰려온 다수의 경호원들과 교전 중에 대충 막 쏘는 게 얻어 걸려서 둘 정도 처치한 걸 제외하면 쭉 엄폐하고 있다가 마지막에 음식물 쓰레기 통로로 점프 한 번 하는 게 전부이고. 그 다음 임무는 호텔 직원 차림하고서 룸서비스 갖다 주는 거. 그 다음 임무는 아주 안전빵 저격으로 요인 하나 암살. 그 다음 임무... 는 심지어 마지막 임무인데, 목표에게 수면제 탄 술 먹인 거랑 변장하고 대사관 들어갔다 나온 거 말곤 활약이 전무합니다. 아니 이게 왜 인간 병기임? 왜 이걸 굳이 감옥에서 빼내서 4년이나 공짜 밥 먹여가며 키웠음??? 이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죠.


 아마도 이것도 세월의 흐름 탓일 겁니다. 그 시절 기준으론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강력하고 위험해 보였던지라 더 활약을 시킬 생각을 안 했던 거겠죠. 게다가 사실은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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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들어. 여자에겐 두 가지 무기가 있어. 첫 번째는 여성성. 두 번째는 그 여성성을 활용해서 남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 같은 멋진(?) 대사를 날려주시는 잔느 모로 여사님이십니다.)



 - 로맨스 영화입니다. =ㅅ= 그것도 삼각관계 로맨스요. ㅋㅋㅋ

 일단 니키타와 밥 아저씨간의 애매한 로맨스가 있습니다. 위에서 말 했듯이 니키타는 그나마 자기 편을 들어주고 사정 봐주는 밥 아저씨에게 애틋한 맘을 품는데요. 밥 아저씨역시 이 어여쁜 처자에게 연심을 품었다는 걸 분명히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어요. 그리고 니키타가 밖으로 나와 활동하는 첫 날에 바로 만든 남자 친구가 또 있구요. 여기에서 니키타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연애를 하는 거죠. 동거하며 약혼까지 하니까요.


 그래서 나중에 밥 아저씨가 재등장했을 때 분위기가 요상해집니다. '허허 요 보기 좋은 커플놈들, 베네치아로 여행이나 다녀와라!' 라며 티켓을 준 후에 갑작스레 임무 수행을 시켜서 둘의 관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도 그렇고 밥 아저씨가 둘의 관계를 질투하고 훼방 놓으려는 분위기를 계속 풍기구요. 그 와중에 장 위그 잉글라르가 연기하는 새남친은 우리 니키타찡을 위해 온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순애보를 전개합니다. 


 그런데 이러면서 막판 전개가 이상해져요. 어느샌가 니키타는 뒷전이 되고 이 두 남자의 순애보가 중심이 되어 버리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임무 이후로도 런닝타임이 대략 20분이 남아 있고, 이 부분에서 니키타가 하는 일은 남자 친구의 뜨거운 사랑 고백을 열심히 들어주다가 아침에 휘리릭 사라지는 것 뿐입니다. 그러고 엔딩도 남자 둘이 맡죠. 둘이 서로 '내가 더 사랑하지롱!' 배틀 같은 대사를 폼나게 주고 받다가 그냥 영화가 끝나 버립니다. 이게 무슨.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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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작 영화의 결론은 All You Need is Love~ 이라서 김이 심하게 빠집니다.)



 - 내용이 이렇다 보니 '액션 영화'로 보기엔 많이 모자랍니다. 그나마 볼만한 장면은 도입부의 강도질 장면과 니키타의 합격 테스트 미션 장면 정도인데 그것도 4년 뒤에 나올 '레옹'과 비교할 때 허술 심심하기 그지 없구요. 이후엔 딱히 액션이랄만한 게 거의 없다가 마지막 미션이 펼쳐지는데... 그땐 니키타는 '액션' 같은 건 아예 안 하구요. 그를 대신해서 장 르노가 벌이는 액션들은 그저 묻지마 총기 난사 밖에 없어서 "이게 다임?"이라는 생각과 함께 머리 위에 물음표가 팍팍.


 근데 뭐 이것 역시 제작비도 많이 못 들인 1990년 프랑스 영화라는 걸 감안은 해줘야겠죠. 그냥 재미난 설정을 생각해냈는데 그게 액션과 어울리는 설정이었을 뿐이고. 그래서 최소한의 체면 치레로 액션 같은 걸 집어 넣어서 만든 영화... 뭐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액션은 기대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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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정말 레옹처럼 생긴 아저씨가 레옹처럼 차려입고 나와서 본인이 '클리너'라고 주장하지만 캐릭터상 공통점은 딱 거기까지입니다. 심지어 '클리너'의 의미도 달라요.)



 - 더불어 앞서 말했듯이, 흥미로운 여성 캐릭터를 탐구하는 영화로 봐 주기에도 2023년 기준으론 한계가 많고 모자란 게 많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는 것이, 초반에 그 '시설'에서 트레이닝 받는 장면이 말입니다. 아무리 봐도 10대 소녀들 좋아하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밀리터리 버전 같거든요. 거칠게 막 살지만 나름 특별함을 간직하고 있던 여자 아이가 어쩌다가 높으신 분들에게 간택 받아 럭셔리하고 폼나는 삶을 살게 되는 틴에이지 환타지물 있잖아요. 딱 그겁니다. 엄한 규율 속에서 교육 받는 게 힘들어 엇나가는 아이를 자상한 눈으로 지켜보는 키다리 아저씨도 있구요. 위에서 말 했듯이 그 교육의 결과이자 최종 단계가 주인공이 예쁘게 차려 입고 고급 식당에 가서 키다리 아저씨랑 식사 하는 거니까요. ㅋㅋㅋ


 게다가 결국 이 니키타는 밥 아저씨와 현실 세계 남친에게 내내 돌봄을 받고 '사랑'을 받으면서 그 안에서 사람 구실을 하게 돼요. 심지어 마지막 미션에서도 니키타가 주도적으로 하는 일은 하나도 없죠. 처음엔 위에서 시키는대로 하다가 그게 망하고 나니 장 르노의 '클리너' 캐릭터가 나타나서 멱살 잡고 이것저것 시키면 울고 불며 그거 간신히 해내고... 이러다 집에 돌아와선 남자 친구에게 허락(?) 받고 떠나는 게 전부니까. 이렇게 캐릭터 측면에서 딱히 주도적일 게 없는 캐릭터가 그나마 액션에서도 활약을 안 하니 '여성 서사' 측면에선 전혀 볼 게 없구요. 여기에서 '여성'을 떼고 보아도 마찬가집니다. 결국 주인공은 딱히 하는 일 없이 조연들 시키는대로 오락가락하는 게 전부인 이야기니까요.


 오히려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뤽 베송의 20세기적 태도에 대해서 분석해보는 게 뭔가 수다를 떨어 볼 건덕지가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사실 이 분이 원래부터도 이런 쪽으로 파 보면 아재스러운 느낌이 풀풀나는 사람이기도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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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쉴드를 찾아 보자면, 애초에 여성 액션 활극이 아니라 무서운 아저씨들 사이에서 개고생하다 자기 살 길 찾아가는 여자애의 파란만장 드라마... 였다고 우겨볼 수도 있긴 하겠네요.)



 - 대충 결론을 내자면... 아. 이건 그렇게 곱게 나이를 먹지는 못했네요. ㅋㅋㅋ 

 아무래도 이야기든 비주얼이든 당시 기준 '파격', '신선' 같은 수식어를 달고 사랑 받았던 영화였다 보니 33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도 비슷한 감흥을 주긴 어렵겠죠. 

 그리고 원조의 숙명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후에 비슷한 이야기들이 주루룩 나오면서 계속 원조보다 뭐 하나라도 더 세게, 더 신선하게, 더 화려하고 과장되게...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지금 보기에 이 영화는 여러모로 좀 싱거워요. 이게 무슨 깊이 파 볼만한 진지한 드라마라도 있는 이야기라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었겠지만... 그런 건 없구요.

 인간 병기로 키워진 소녀! 스토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거 말고 이후에 나온 후배 작품들 중에 더 재밌는 게 많으니 그걸 보시죠. 액션은 좀 약하지만 귀여운 시얼샤 로넌도 나오는 '한나'는 어떻습니까. 악취미 피칠갑을 좋아하시면 '베키'... 는 이 장르는 아니군요. 뭐 아무튼.

 그래도 그 시절 추억이 있으니 그럭저럭 봤습니다만. 지금 이 시국에 봐도 재밌을 거라고 추천할만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레옹 비긴즈' 느낌으로 즐기는 게 가장 적합할 것 같았네요. 끝입니다.




 + 이런 말은 좀 죄송하지만, 초반에 니키타가 아직 미성년이라고 밝혀지는 장면에서 좀 난감했습니다. 이때 이미 배우님 나이가 30세였는데... 정말 30세처럼 보이거든요. ㅋㅋ 뭐 잠시 후에 5년을 슝~ 하고 흘려 보내기 때문에 그 후에는 괜찮았어요.



 ++ 사실 이 영화보다 훨씬 업그레이드판이라고 할 수 있는 '레옹'의 액션도 액션 덕후스런 시선에서 보면 모자람이 많습니다만. 그래도 이 영화보단 훨씬 나아요. ㅋㅋ 뤽 베송의 액션이란 뭔가 '폼나는 장면'은 그럭저럭 잘 뽑아내는데 개연성 면에서든 디테일 면에서든 아님 그냥 액션씬의 내러티브 흐름에 있어서든 그렇게 훌륭하다고는 못 하겠네요.



 +++ 레옹 캐릭터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장 르노의 클리너 '빅터' 캐릭터는 영화 끝나기 20분 전에야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완전 짱 세고 또 단순 무식하게 밀어 붙이는 캐릭터라 임팩트는 상당합니다만. 역시나 능력치로 얘기하자면 그냥 그래요. 힘 세고 아무 데서나 거침 없이 총질을 즐겨합니다. 그냥 그게 다더라구요. 그 욕조 염산 장면 때문에 기억 속에서 포스가 부풀려진 캐릭터였던 듯.



 ++++ 어찌보면 '레옹'은 뤽 베송이 훨씬 솔직해져서 만든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가 '어린이의 영혼을 가진 성인 여성'을 남자 둘이서 돌봐 주는 이야기라면 그 영화는 그냥 대놓고 어린이를 어른 남자가 돌봐주는 이야기잖아요. 연애(...)도 훨씬 강렬하게 하구요. 이러나 저러나 참 위험한 취향입니다만. 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사고뭉치, 길들여지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 니키타님께선 '너 이러다 2주 후에 죽음' 이라는 밥 아저씨의 전언을 듣고 단번에 본인의 분노 조절 장애를 극복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래서 잔느 모로님에게 미용 스킬을 전수 받으시고... 무려 4년 동안 그 시설에서 그냥 사무직으로 살고 있네요(...) 그러다 본인의 생일 날, 밥 아저씨와 설레는 고급 레스토랑 데이트에 나가지만 그곳에서 아저씨가 선물이랍시고 건네준 상자엔 대왕 큰 권총과 탄창이 들어 있었고. 그게 수료 테스트였습니다. 내가 나간 후에 저 뒷 테이블에 앉은 남자를 사살하고 도망치렴. 지하로 내려가면 화장실 창문 하나가 열려 있을 거란다.


 근데 사람 죽이고 열심히 가 보니 그 창문은 벽으로 막혀 있어요. 절체절명 위기에 빠진 니키타는 주방으로 가서 적들과 총격전을 벌이며 그 유명한 스틸샷을 남기구요. '레옹'에서 마틸다가 모텔에서 탈출할 때 이용한 거랑 되게 똑같이 생긴 쓰레기 배출구를 통해 탈출합니다. 본부로 돌아와 화 내는 니키타에게 밥 아저씨는 '그것까지가 테스트였단다. 넌 이제 나가 살며 일 할 수 있어' 라고 말하고. 니키타는 이게 작별 인사라며 아저씨에게 키스를 해요. 문 닫고 나가서 갑갑해하는 아저씨. 좀 더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밖으로 나간 니키타는 첫날부터 훈남 마트 계산원을 꼬셔서 바로 연애부터 시작하는데요. 무려 반년을 그렇게 지내고 나서야 첫 미션이 하달되는데... 뭐 한 일도 없이 되게 쉽게 끝나구요. 문제는 그게 아니라 '우리 약혼도 했는데 니 가족 좀 보면 안 되냐'고 성화를 부리는 남자 친구입니다. 한참 고민하다 결국 밥 아저씨를 소환하는 니키타. 우리 상냥한 밥 아저씨는 시키지도 않은 니키타의 어린 시절 추억까지 아주 근사하게 지어내서 남친에게 들려주고는 흐뭇한 표정으로 선물이라며 베네치아 여행 티켓 두 장을 내밀죠.


 그래서 행복하게 베네치아 데이트를 즐기는 니키타입니다만. 갑자기 호텔방으로 조직의 전화가 오고. 지금 바로 화장실에 가서 미리 숨겨둔 저격총을 꺼내 조립하고 대기하라는 막나가는 지령이 하달돼요. 남자 친구는 애정 뿜뿜 모드로 일생의 진지한 고백을 하려는데 니키타는 욕실에서 바깥에 있는 표적을 저격해야 하고. 어떻게든 이 사실을 숨기려고 시간을 끌고 수상한 짓을 하는 니키타에 남자 친구는 빡쳐서 이별을 선언하고 떠나가는데요.


 뭐 바로 다음 장면에 돌아옵니다. ㅋㅋㅋ 그렇게 더 깊어진 사랑! 이지만 드디어 마지막 미션이 떨어져요. 어디 대사를 납치해서 재운 후에 다른 남자가 대사로 변장해서 대사관에 들어가 기밀 서류를 훔쳐온다... 라는 미션이고 니키타의 임무는 그냥 유인과 마취라서 쉽게 끝날 줄 알았는데. 일이 꼬이면서 작전이 망가지자 본부에서는 이런 사태 수습 요원 '클리너' 빅터를 파견합니다. 근데 도착하자마자 다짜고짜 눈에 띄는 사람들 다 죽이고 염산에 녹이는 이 아저씨를 보고 멘탈이 나간 동료는 총을 쏘며 난리를 치다가 사살되구요. 순식간에 이 일에 질려 버린 니키타는 그냥 튀려고 하지만 빅터에게 질질 끌려가 본인이 대사로 변장을 하고 대사관에 들어가 서류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일이 꼬여서 결국 총격전이 벌어지고, 니키타가 차에서 광광 우는 사이에 빅터가 다 해치우고 본인이 총 맞은 채로 운전해서 탈출해요. 결국 빅터는 도망 중에 숨지고 니키타만 집으로 돌아오는데... 남자 친구가 청천벽력 같은 고백을 하네요. 사실 진작에 다 눈치채고 있었답니다. 그래도 자기는 너를 너무 사랑한다는 고백에 매우 감동 받지만 암튼 지금 임무도 대략 망한 데다가 이 일을 죽어도 더 하기 싫었던 니키타는 다음 날 새벽에 쪽지 하나 남기고 사라지구요. 잠시 후 니키타가 훔친 서류를 받으러 등장한 밥 아저씨는 남자 친구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더 사랑하거든?' 배틀 비슷한 걸 하다가 씩 웃고 먼 산을 바라보며 '우린 모두 그녀를 그리워하겠지' 라는 대사를 날리는데...


 그냥 이게 끝입니다. ㅋㅋㅋ 뭐 후련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향해 떠나는 니키타의 모습 같은 것도 안 나와요. 끝.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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