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젼 봤습니다. 오늘이 개봉날이더군요.

여전히 영어는 안 들리니까 그냥 쉰다는 기분으로, 정 안 들리면 자야지 하는 기분으로 혼자 갔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 시작하니 조금이라도 더 들어보려고 애쓰는 통에 잠은 안 오더라구요.ㅎㅎ  영화관은 역시 너무 너무 추워서 아예 들고 간 폭 큰 스카프로 몸 둘둘 두르고 뜨거운 커피 한 잔 들고 봤습니다. 

 

영화 출연진이 정말 화려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아무 정보 없이 본 영화였습니다. 이렇게 영화를 보는 게 너무 오랜만이다보니 신선한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단지 감독 이름과 출연진만 보고 보기로 한 건데 결론적으로 잘 한 것 같아요.

 

영화는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좀 뻔한 공식과 원인, 결말. 하지만 이런 영화에 이건 할 수 없는 거겠죠. 하지만 홍콩에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영화에 홍콩 도심이 나오니 반갑더라구요. 특히 제가 집 구할 때 묵었던 코즈웨이 베이의 호텔이 나오니 어찌나 반갑던지. ㅎㅎ

 

영어는 아마 반도 못 알아들은 것 같지만, 대충 장면 보고 어림짐작해서 이러저러한 내용일 것이라고 납득해 버렸어요. 솔직히 상세한 설명이 크게 필요한 건 아닌 것 같아서요.

 

출연진에 대해 말하자면 맷 데이먼의 후덕한 모습을 보니 격세지감이 느껴지더군요. 굿윌헌팅에서 대학생 티가 줄줄 나던 게 엊그제 같던데 벌써 사촌기 아이 아빠로 나오니. 이 영화 후 살 뺐겠죠? 어쨌건 같이 나이들어가는 배우를 보는 게 씁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동반자가 있는 것 같아 동지애가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리고 제니퍼 일리가 나옵니다. 계속 어디서 본 듯한 사람인데 하는 기분으로 보다가 거의 마지막에야 눈치챘어요. 제니퍼 일리는 얼굴 표정이 참 좋아요. 부드럽게 웃는 표정이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프렌즈의 로스 아빠가 진지한 역으로 나오는 걸 보니 그것도 반갑더라구요. 분량이 적을 줄은 알았지만 진짜 적긴 하던데요. 마지막으로 마리옹 꼬띠아르. 작년에 인셉션을 참 재미있게 봐서 이 배우의 얼굴 보는 것도 즐겁더군요. 머리 모양을 바꾸어 그런지 참 젊어보이더군요.

 

근데 말이죠,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재난 영화, 혹은 종말을 다룬 영화가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작년인가 재작년에 '더 로드'를 봤을 때 영화 속의 세계에 살짝 충격받기도 했는데 이젠 이런 세계를 그리는 영화들을 꽤 보게 되니 충격이 점점 가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정녕 희망찬 미래는 단지 구호에 불과한 걸까요? 이런 영화가 점점 더 늘어난다는 것 자체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하는 것이니 우리의 미래를 암울하게 보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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