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의 명절후기

2011.09.15 09:16

아이리스 조회 수:4339

제목이 왠지 여초사이트 분위기 나네요. 그러나 저도 듀게인~ㅎ

이전에도 명절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임산부에게 명절은 극기훈련 자체네요. 7개월.. 어중간한 때라서 그런지 일은 일대로 했어요. 하지말라 하시지만 안할수 없는 시댁일.. 젤 힘들었던건 장시간의 송편빚기랑 전굽기.. 거실바닥에 앉아서 할려니 허리와 꼬리뼈가 뒤틀리더군요. 물론 저 혼자는 아니예요. 다같이 했음에도 몸이 불편하니 그냥 그 자리에 있는 자체가 고역이였어요. 더더군다나 가관은 이튿날 성묘.. 공원묘지라 많이 걷진 않았지만 경사를 기어올라가야 하는데 숨이 찼고, 구부러지지도 않는 허리로 절까지.. 대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얼굴도 보지못한 남편 조상님이 다 밉더라구요. 게다가 평상시엔 배려 많으신 부모님들도 명절만 되면 어쩜 그리 당신들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지 황당할 때가 많아요. 며느리인 저는 시키는대로 하고도 왜 눈치를 보며 앉아있어야 하는 건지.. 쩝.

어제는 각종 빨래며 집안 청소를 하는데 불현듯 눈물이 주르르ㅠ 현대직업군 중 감정노동이 가장 심한 사람들은 며느리들이 아닐까 싶어요. 아기를 가져서 제가 심약해진건지, 아니면 모든 며느리들이 겪는 고초를 이제서야 실감하게 된건지.. 결론은, 우울하네요.

이런 게 사람노릇(흔히들 며느리 도리라고 하죠)하면서 사는 걸까요??전 단지 남편님을 사모해서 이 결혼을 선택했을 뿐인데.. 그 대가가 너무 크네요.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