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작입니다. 장르는 스릴러라고 봐야할 것 같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53분. 스포일러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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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크리스마스는 '전도유망한 (여성) 젊은이'와 함께!)



 - 시작부터 되게 노골적입니다. 클럽에서 춤 추는 남자들을 보여주는데 클로즈업으로 그곳 부위(...)만 한참을 계속해서 보여줘요. 하필 다들 춤도 뭔가 꿀러덩꿀러덩하고 있어서 아 이거 좀 부담스럽... 하는 와중에 이제 남자들 얼굴도 나옵니다. 저쪽 소파에 술먹고 맛이 가 있는 미녀를 놓고 '저런 애는 걍 끌고 가서 해달라는 거지? ㅋㅋㅋ' 이런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그 중 가장 멀쩡해 보이는 놈이 여자에게 다가가 챙겨줍니다. 정신 차리라고 말도 걸고 소지품도 챙겨주고, 대신 택시 불러다가 태워서 매너 좋게 집으로 데려다 주는... 가 했더니만 갑자기 한 잔 더하자며 자기 집으로 데려가네요. 여전히 매너 좋은 척하면서 남자가 섹스를 시도하는 그 순간... 갑자기 여자가 겁나게 멀쩡하고 차가운 얼굴로 돌변해서는 비웃듯 남자를 노려보며 말합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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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낚는 어부가 되신 분)



 그러니까 요약해서 말하자면, 강간 복수극이긴 한데 피해자는 이미 죽었어요. 대놓고 설명하는 대사는 안 나왔지만 자살한 듯 하구요. 주인공 캐시(=카산드라)는 피해자 '니나'의 일생 절친입니다. 가해자들이 아무 처벌도 받지 않고 빠져나간 것에 절망하고 분노하다 멘탈이 나가서 다니던 대학도 자퇴하고 폐인처럼 산지 7년인데, 그 와중에 유일한 삶의 낙이 저겁니다. 술 취한 척 떡밥을 던진 후 그렇게 맛이 간 여자를 노려 섹스하려는 남자들에게 개망신을 주는 것. 본인이 숨겨 놓은 노트에 기록해 놓은 걸 보면 벌써 수백건은 해낸 모양입니다.


 그렇게 친구를 죽게 만든 가해자가 아닌 그냥 남자들 세상 전반에 대한 개인적 복수를 삶의 낙으로 삼던 주인공이, 어쩌다 멀쩡한 남자 친구도 만나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심신이 치유되긴 개뿔!!! 결국 그 가해자들을 특정해서 복수에 나서게 되는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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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야말로 호울리 세인트한 구도네요.)



 - 본론부터 말하자면, 그러니까 이 영화의 임무(?)는 대략 이런 겁니다.


 1) 강간 복수극 장르를 취해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 현실을 고발하며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2) 그 과정에서 강간 복수극 장르 특유의 성착취적 요소는 철저히 제거한다.

 3) 주인공의 심리를 입체적이면서도 강렬하게 다루는 진지한 드라마 요소를 강화한다.

 4) 그래도 장르적 재미는 챙겨야겠지만 그 재미가 드라마의 진지함을 저해하지 않도록 힘쓴다.


 그리고 그 임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했습니다.

 1) 예를 들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성폭력 장면은 아예 나오지 않습니다. 나아중에 소리만 대략 들려주는데 그마저도 맥락 제거하고 들으면 이게 뭔 소린가 싶을 정도의 소리구요.

 2) 주인공의 복수 역시 '어른스러운' 방향으로 맞춰져 있죠. 원래 강간 복수물이란 피칠갑 사지 절단이 제맛(...)인 장르인데, 이 영화의 주인공 캐시는 그것보단 개망신이라든가. 심리적 고통이라든가... 뭐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해요.

 3) 또한...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를 잘 보면 복수는 많이 뒷전입니다. 복수로 시작해서 복수로 끝나긴 하는데, 그보단 캐시는 왜 이렇게 망가졌는가. 캐시의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은 무엇 떄문인가. 이런 걸 살짝 미스테리 흉내를 내며 풀어내면서 성폭행 피해자들의 고통을 드러내죠. 그리고 멀쩡히 잘 살아가는 가해자들과 아닌 척 결국 그들의 편을 들고 있는 사회 시스템을 보여주며 분노를 유발해요. 그게 더 우선이구요.

 4) 반전도 넣고 반전에 반전도 넣고 막판에 플롯이 좀 덤블링을 합니다만. 결국 그 모든 반전이나 파국들도 다, 하나도 빠짐 없이 일관되게 영화의 주제를 강화하는 쪽을 향합니다. 참 이렇게 깔끔하게 통일하기도 쉽지 않겠다 싶을 정도라서 좀 웃었어요. ㅋㅋ


 근데 뭐... '지향점에 충실한 영화'라는 얘기는 영화가 재밌다 재미 없다, 잘 만들었다 못 만들었다와는 별개의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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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열린 문~ 같은 느낌이지만 실제론 패리스 힐튼 노래 립씽크 놀이 중이십니다.)



 -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의 핵심 컨셉은 '강간 복수극'이라는 장르를 가져다가 21세기 관객들 상식에 맞게, 그리고 뭣보다 영화의 주제에 철저하게 봉사할 수 있도록 뜯어 고치는 겁니다. 어찌보면 이런 컨셉 자체가 장르 자체에 대한 복수(...)이기도 하네요. 강간 복수극이란 게 원래부터 그냥 야한 거 + 잔인한 거를 잔뜩 보여주려고 고안된 장르이고 요즘 기준으로 보면 여성 착취 컨셉이잖아요. 관객들을 분노시킨다는 핑계로 성폭력 장면을 구체적으로 기일게 보여주며 시작하는 게 보통이었으니까.


 근데 이 영화는 도입부의 성폭력은 물론 복수 과정에서의 폭력까지(!) 거의 말끔하게 다 제거해버렸습니다. 아니 성폭력 장면 제거는 이해를 해요. 그게 요즘 시대 상식에 맞죠. 근데 화끈한 복수의 쾌감까지 촥촥 걷어내버릴 거면 그냥 드라마를 만들지 왜 굳이 장르물을 만들었나... 라는 생각이 좀 들더라구요. 


 그러고나니 이 영화에 남아 있는 건 그저 나쁘고 더러운 남자들 모습의 전시 + 고통받는 주인공의 정신세계... 이 두 가지가 대략 80% 이상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장르적인 재미를 많이 포기하고 궁서체로 메시지 전달에 주력하는 영화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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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듀게에다가 '남자가 잘못했네요' 드립을 치면 이해하는 분들이 많을까요 오해하는 분들이 많을까요. 괜히 궁금하네요.)



 - 문제는 그 '메시지 전달'에 올인하기 위해 취한 선택들이 과연 옳았느냐... 는 부분인데요. 음... 솔직히 전 좀 별로였습니다.

 영화가 시작부터 끝까지 굉장히 직설적이면서 또 시작부터 끝까지 상황을 극단적으로 밀어 붙이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행동 하나하나, 등장인물들의 존재 하나하나에 다 메시지가 있고 역할이 있죠. 것도 늘 아주 알기 쉽고 선명하게요. 이 영화엔 회색지대가 없습니다. 피해자 아니면 가해자, 동지 아니면 적. 극단적이죠. 심지어 마지막엔 주인공의 '주제 요약' 연설 장면까지 대략 2회 정도 등장해요. 하하.


 의도는 충분히 알겠습니다. 성범죄 관련해서 그 가해자든 가해자를 감싸고 도는 시스템이든 간에 자꾸 말을 빙빙 돌려하며 장난 치지 말라는 거겠죠. 범죄가 있음. 피해자가 있음. 가해자가 있음. 그리고 그 가해자를 싸고 도는 시스템이 있음. 나쁜 건 그냥 나쁜 것임. 니들이 계속 그렇게 말장난하는 동안에 '프라미싱 영 우먼'들은 추행 당하고 폭행 당하고 사회적으로 물리적으로 죽어감. 그러니까 입 닥치고 내 말 똑바로 들어!!!!! 뭐 대략 이런 의도 아닌가... 했구요.


 그 취지에는 공감합니다만. 그냥 계속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 이런 스타일은 내 취향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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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큼 발랄 로맨틱 코미디의 한 장면이라고 뻥을 치고 싶어지는 짤입니다.)



 특히 결말이 그랬습니다.

 이 역시 위에서 말한 저런 의도에 굉장히 잘 부합하는 결말입니다. 나름 충격적인 느낌도 있구요. 하지만 그 의도를 살리기 위해 그 결말 내용에서 카타르시스를 싹 (거의) 다 제거해 버렸어요.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의 컨셉에는 잘 맞습니다. 근데 그 장면과 이어지는 마무리까지 다 보고 나니 뭐랄까... 영화한테 혼나는 기분이 막 들더라구요. =ㅅ= 네 이 녀석!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재미와 쾌감을 바라다니 정말 몹쓸 놈이구나!!! 이게 얼마나 엄중한 현실인지 모르니 넌??? 장난해??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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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 같은 거 자꾸 달라 그러면 이 쇠몽둥이로 그냥 콱....!)

 


 - 그래서 제 결론은 대략 이렇습니다.

 장르물의 탈을 쓰고 관객들을 마구마구 혼내는 영화입니다. 

 올바른 메시지를 담고 있고 그걸 최대한 올바른 방식과 방향으로 올바르게 표출하는 영화이고 그러기 위해 치밀하게 잘 짜여진 이야기를 갖고 있구요.

 취지에 완전히 공감할 수 있다면 아주아주 좋은 영화로 생각하고 감명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만. 안타깝게도 전 마지막 부분에서 탈락(?)했습니다. ㅋㅋ

 재미 없거나 못 만든 영화는 아니에요. 장르 공식 갖고 노는 걸 따져보는 재미도 있고 캐리 멀리건의 연기도 좋고 화면도 나름 개성있게 예쁘구요. 이야기 전개는 대체로 뻔하지만 주인공 캐릭터 자체가 좀 예측 불허라 런닝타임 내내 긴장감도 잘 살아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혼내는(...)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 뭐 그런 부분에서 반응이 갈릴 것 같기도 하구요. 한 번 보시고서 본인의 성향 테스트(ㅋㅋ)를 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은 드네요. 어쨌든 못 만든 영화도 아니고, 뭐 나쁜 얘기 하는 영화도 아니니까요.




 + 아는 배우들이 잠깐잠깐 지나가는 게 반가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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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보는 드라마들에서 남자 보는 눈 없는 캐릭터로 주로 만나뵙던 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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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랜더 쥐어패던 불사신을 아버지로 두고 있으니 딸도 화이팅이 넘치는 게 당연...



 ++ 극중에서 주인공이 일하는 카페를 자꾸만 허접하고 구린 카페라고 그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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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쁘기만 하구만요.



 +++ 나름 음악들을 좀 참신하게 활용하는 편입니다. 클래식까진 그러려니 했는데 막판에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톡식'을 편곡해서 써먹는 건 좀 재밌더군요.



 ++++ 중간에 부모가 보던 영화는 '사냥꾼의 밤'이었던가요? 그것도 영화 내용과 연관이 될 것 같긴 한데 전 잘 모르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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