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영화죠. 1987년작이고 런닝타임은 90분. 스포일러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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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보면 참 코믹해보이는 짤이네요. ㅋㅋㅋㅋㅋ)



 - 영화가 시작되면 한 여성이 거리를 걷고 있어요. 그러다 건물 입구 앞에 멈춰 서는데 등 뒤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나타나 여성을 잡아 채죠. 잠시 후 지나가던 사람이 시체를 발견하고 비명을 지르고,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와서는... 춤을 춥니다? ㅋㅋㅋ 네. 극중 극인 뮤지컬 연습 장면이었네요.


 커다란 극장. 근데 희한할 정도로 창고처럼 생기고 출입문이 딱 둘 밖에 없고 외부로는 창문 하나 나지 않은 건물에서 장래를 촉망 받은 적 없는 뮤지컬 배우들과 감독이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물주를 잡아 기회를 얻었고, 특히 감독이 정말 아주 독하게 배우들을 몰아붙이며 마지막 찬스를 불사르고 있는데 하필 주인공 역할 여배우가 발목을 다쳤어요. 도대체 연습장 위치가 어떤 곳인지 근처에 병원이 하나도 없어서 정신병원(...)을 찾아가 발목 고쳐달라고 조르다가 쫓겨나는데요. 이 때 매우 위험한 환자 하나가 도망쳐서 주인공들의 차에 탄 거죠. 잠시 후 이런저런 사정으로 출입문을 봉쇄당하고 감금된 뮤지컬 팀은 이 사이코 살인마에게 하나씩 하나씩 뼈와 살을 분리당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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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나는 뮤지컬 영화!)



 - '누구 맘대로 이게 추억의 영환데?' 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뭐 그렇습니다. ㅋㅋ 나름 그 시절엔 유명한 영화였어요. 뭔가 말도 안 되게, 엄청나게 잔인한 영화라고 입소문을 타서 그랬는데. 전 그 시절에 못 보고 이제야 봤습니다.

 그래서 2022년에야 본 이 영화의 잔혹함이야 뭐... 하하. 별 거 아닙니다. 그 시절에 보기에 상당히 강력하다거나 충격적이라거나 그랬을 거란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때는 2022년이고 전 한 주에 호러 영화 한 편을 안 보면 입에 가시가 돋히는 사람이고... 그렇죠. 

 영화가 잔인하지 않다는 게 아니에요. 나름 꽤 노력합니다만 앞서 말했듯 시대가 변한 것도 있고. 또 그 시절 이탈리아 호러 영화의 특수 효과 퀄리티도 감안을 해야겠구요. 결정적으로... 의외로 영화가 그 잔인함을 그렇게 열심히 전시하질 않습니다. 누가 봐도 딱 충격을 노린 장면 한 두 번을 제외하곤 오히려 직접적인 묘사는 피하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더 편하게 본 것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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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주인공은 접니다만. 존재감이 상황 따라 좀 오락가락합니다.)



 - 근데 정말로 의외였던 건 잔인한 묘사 같은 게 아니라, 이 영화가 굉장히 멀쩡한 영화라는 겁니다. 스토리는 의외로 말이 되면서 효과적이고. 연출도 허접 싼티는 커녕 오히려 상당히 보기 좋은 장면들을 많이 뽑아내는 편이구요. 그러니까 잔인한 장면 같은 거 빼고 봐도 거의 수작에 가깝도록 만들어진 괜찮은 호러 영화에요. 대애충 잔인함과 화제성으로 승부하던 그 시절 싸구려 호러 영화를 예상하고 봤다가 기분 좋게 놀랐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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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똘똘하기 그지 없는 고양이 눈빛 좀 보십셔.)



 - 그러니까 일단 외딴 곳에 갇힌 사람들이 연쇄 살인마를 피해 도망다니는 이야기잖아요. 근데 1987년에 나온 이런 영화 치고는 희생자들이 그렇게 멍청하지 않습니다. 뭉쳐야 안전하다는 것도 알고, 숫자로 압도하면 괜찮다는 것도 알고 그렇게 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어쩔 수 없이 몇몇이 갈라졌다가 살해당한다... 는 식으로 스토리를 짜는데 그게 나름 말이 돼요. 되게 현명해 보이진 않지만 엄청 바보 같지도 않아요. 막판에는 나름 뮤지컬팀이 역습을 시도해본다든가 하는 식으로 국면 전환도 넣어주고요.


 그리고 뭣보다 이 피해자 양반들, 그렇게 과하게 평면적이지도 않아요. 나름 캐릭터들이 있고 관계가 있고 심리가 또 있고 그렇습니다. 당연히 '깊이'까지 따지고 들어가면 안 되겠습니다만. 그냥 줄지어 나와서 차례로 도륙당하는 것 외엔 아무 의미 없는 존재들은 아닌 걸로 묘사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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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시다시피 돌아 다닐 때는 나름 멤버 구성과 안전을 중시하는 상식인들입니다.)



 - 뮤지컬 공연장이라는 소재 겸 배경 또한 꽤 잘 살린 편입니다. 일단 연습 장면들이 그렇게 허접하지 않구요, 그걸 또 꽤 보기 좋게 잘 찍어내서 보여주고요, 나름 다들 사연과 사정이 있어서 절박한 예술인들이라는 걸 아주 살짝씩은 비춰줘서 내용이 좀 덜 가벼워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공연장에 마땅히 있을만한 공간들, 관리실, 사무실, 화장실, 소품실, 기자재실, 의상실, 대기실, 무대, 백스테이지, 무대 아래 빈 공간이나 무대 위의 조명 설치용 통로 등등을 다 몇 번씩은 그 특성에 맞게 써먹어주는 성실함을 보이구요.

 당연히도 이런 배경을 가장 잘 써먹는 장면은 클라이막스 부분인데요. 별 거 아닌 것 같은 아이디어인데도 뭔가 미적 감각도 괜찮고 분위기도 좋아서 살짝 감탄했습니다. 이야 이렇게 멀쩡한 영화인 줄 모르고 몇 십년간 오해를 했네. 미안해요 감독님. 이러면서 봤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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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 활용이 참 성실하다 싶을 정도로 좋습니다.) 



 - 마무리하자면 대략 이렇습니다.

 오해를 하시면 곤란합니다. 저 위의 칭찬들은 대략 1987년, 이탈리아산 호러 영화들에 대한 기억과 그로 인한 기대치에 기반 한 것이라... ㅋㅋ

 하지만 정말로 재밌게 본 것도 사실이고, 몇몇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한계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꽤 고퀄인 부분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고요.

 호러, 특히 슬래셔 무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근데 아직 이 영활 안 보셨다면 한 번 시간 내서 보실만 합니다. 

 당시 호러 영화 치곤 이야기의 디테일에도 꽤 신경을 쓴, 그리고 나름 자기만의 개성도 확실히 갖춘 알찬 호러였어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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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에서 만나요!!)




 +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엔딩은 너무 괴상합니다. 왜 있잖아요 옛날 호러 영화들에 의무 방어전처럼 들어가던 마지막의 말도 안 되는 반전. 그냥 딱 그런 장면인데... '양미간 사이를 정확히... $#%^#^#' 라는 대사를 계속해서 반복하던 그 캐릭터는 도대체 뭔지 모르겠습니다. 뭐죠? ㅋㅋㅋㅋㅋ



 ++ 감독 미켈레 소아비가 극중에 경찰 역으로 나와서 '나 제임스 딘 닮지 않았음?' 이라는 드립을 칩니다. 이 양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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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ㄷ....)



 +++ 제목이 상당히 여럿입니다. 국가별로 다 달라요. Deliria, Stage Fright, Bloody Bird, 그리고 Aquarius를 음차한 일본 제목 아쿠에리아스와 한국 제목 아쿠아리스... 까지. 맘에 안 드는 자음이나 모음을 걍 대범하게 확 빼버리며 제목 번안하는 건 대한민국의 오랜 전통인가 봐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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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쟁이 포스터... 범인은 그냥 새 가면 쓴 사람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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