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년만에 뽄드칠을 해봤어요

2023.12.26 15:38

돌도끼 조회 수:258

그냥문득, '플라스틱 모형을 만들어보고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담 모형을 마지막으로 건드려본 것도 한 20년 되는 것 같고...

일단 건담쪽을 슬쩍 둘러봤더니 그동안 이런저런 기능들이 많이 추가되면서 가격도 꾸준히 올라갔더군요.
부담이 되서 선뜻 손이 안가던 중에 눈에 들어온 게 아카데미 킷들.

소문에 듣자하니 요즘은 아카데미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메이커가 되었다고 하고,
반다이 킷에 비하면 공짜나 다름없다싶은 느낌의 가격대에 솔깃해하고 있는데, 거기다 세일기간이란 문구가...

세일이라니.... 도저히 버틸 수 없는 마성의 문구잖아요.
걍 넘어가 버렸어요. 이미 제손엔 아카데미 1/351/48 F-15 킷과 뽄드(요샌 따로 파네요) 한통이 들려있었습니다.

뽄드칠 하는 킷을 사본 건 진짜 오랜만이었어요.
거의 80년대 이후 처음인듯...
그동안 반다이 스냅킷에만 길들여져 있다보니 만들 수 있을까...싶은 걱정도 들었지만 이미 질러버린 걸요.

뚜껑을 열어보고는 당황했습니다.
너무 커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1/351/48 전투기 모형은 생전 처음 사보는 거였더군요.
이렇게 클줄 몰랐는데...

더더욱 위축되었지만 어쩔수 없죠 이미 질러버린 걸요.

조립하면서 보니 디테일이나 몰드같은 건 정말 잘 뽑혔더군요.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란 소리를 들을만 하다...라고 감탄하며 시작했지만...

점점 만들어가다 보니 제가 실수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이건 수십년만에 플라스틱 모형을 손대보는 넘이 건드릴 그럴 물건이 아니었어요.

아귀가 안맞아서 무력을 써서 강제로 틀어맞춰야 하는 부분도 있었고
어떤 부품은 내가 직접 칼로 깎아서 모양을 맞춰야하는 것도 있었고
조립 설명서도 애매하게 그려져 있어서 이걸 어떻게 붙여야하는 건지 30분쯤 고민하기도...

그렇게 만들다보니 조금씩 옛날 생각들이 났어요.
"아 이건 원래 이런 세계였지"
오랫동안 끼워 누르기만 하면 딱딱 들어맞는 반다이 킷들만 만들었다 보니 밀리터리 모형에 대해서는 잊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아니 수십년이 지났는데, 이쪽은 그동안 달라진 게 없나 하고...
반다이 킷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그렇게 시간이 지났으면 이계통 모형들도 조립 편의성 면에서 뭔가 좀 발전된 게 있어야하지 않나 싶어서요.

어찌어찌해서 일단 조립은 끝내서, 오랜만에 해보는 뽄드칠에 여기저기 덕지덕지 눌어붙고 그닥 이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단 나름 뿌듯하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너무 크네요.
어디 놔두기도 애매하고.

글구 이 크고 무거운 걸 이쑤시개같이 얇은 랜딩기어 부품으로 버티고 있는게 위태해 보여요.
얼마안가 뿌러질 것 같아요.
오~래전에 샀던 마크로스 킷은 이거보다 훨씬 작고 가벼운 데도 랜딩기어는 쇠로 되어있었는데... 이정도 크기의 킷이면 내구성 생각해서 좀 튼튼한 재질로 넣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글구, 전체 부품 중에 거진 반정도가 정크로 남는 것 같네요.
여지껏 만들어본 것들 중에 이렇게 많이 남은 건 처음이예요.
뭐 다른 변종들에 쓰는 부품들일텐데... 평소에 열심히 만드시는 분들은 이렇게 여분의 부품이 많은 것도 나름 득일지 모르겠지만 저같이 어쩌다 한번 건드려본 형편에선 이것도 난감하네요.

그래도 뭐 저같은 넘 말고 실력있는 사람이 만들어 색칠까지 했으면 꽤 폼났겠죠.
구석구석, 잘 눈에 띄지 않는 부분, 아니 이런데까지 다 재현을 해놨나 싶을 정도로 참 촘촘하게 디테일을 잡았더군요.
제가 반다이킷을 만들면서 늘 불만이었던게 눈에 잘 띄는 부분에만 신경썼다는 거였거든요(요새는 안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결론은 실수였다는 거.
다음에 다시 조립모형을 사고싶다는 충동이 들 때는 더 작고 만들기 쉬운거(되도록 뽄드칠은 안하는 쪽으)로 골라봐야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8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2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33
125327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24.01.25 497
125326 인디아나 존스와 아틀란티스의 운명 음악 돌도끼 2024.01.24 109
125325 [영화바낭] 공포의 그 시절 자막, '나이트 크리프스'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4.01.24 234
125324 프레임드 #684 [4] Lunagazer 2024.01.24 53
125323 [OTT바낭] 애플티비 "모나크" - 마블이 되고싶은 레젠더리 몬스터버스.. [7] 폴라포 2024.01.24 287
125322 컴퓨터 상태 catgotmy 2024.01.24 133
125321 [아마존프라임] 아마존을 욕하며 아무튼 소원 성취, '탱크걸' 잡담입니다 [8] 로이배티 2024.01.24 367
125320 아이유 신곡 Love Wins All [7] 상수 2024.01.24 689
125319 96회 오스카 노미네이션 결과 [5] 상수 2024.01.23 504
125318 한동훈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걸까? [9] 칼리토 2024.01.23 900
125317 [넷플릭스] 굿 라이어, 상당히 실망스럽네요. S.S.S. 2024.01.23 248
125316 리처드 링클레이터 + 넷플릭스 신작 히트맨 티저 예고편 [1] 상수 2024.01.23 268
125315 무리뉴 daviddain 2024.01.23 77
125314 에피소드 #73 [2] Lunagazer 2024.01.23 45
125313 프레임드 #683 [2] Lunagazer 2024.01.23 41
125312 푸바오는 3월초까지, 강추위라 장갑을 새로 샀습니다, 뭐더라(...) [2] 상수 2024.01.23 230
125311 인디아나 존스에 영향을 준 영화들 돌도끼 2024.01.23 214
125310 멍청한 일 [2] catgotmy 2024.01.23 154
125309 세인트 세이야 봤어요 [1] 돌도끼 2024.01.23 141
125308 인디아나 존스와 아틀란티스의 운명 [1] 돌도끼 2024.01.23 17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