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영화이고 코미디가 강한 드라마입니다. 런닝타임은 96분이고 스포일러는 없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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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풋풋하고 상큼한 색조 속 대조적인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 주인공 이름이 미래입니다. 이젠 이런 말장난도 많이 식상하네요. ㅋㅋ

 암튼 미래는 IT 쪽에서 아주 열일하는 사회인이구요. 음주 만취 상태에서 남자 친구와 동반으로 저지른 실수로 인해 예상치 못하게 임신을 해요. 그리고 그런 식으로 준비 안 된 임신을 하게 되었을 때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오만가지 보편적이면서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설정된 체험들을 온 몸으로 감당해내야 합니다. 다행히도 런닝타임은 96분으로 짧은 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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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주인공 최퓨쳐씨. '닥쳐올 미래를 알지 못한 채...' 상황이라 표정이 비교적 온화하죠.)



 - 일단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신선하다고 느꼈던 건 그 만듦새의 깔끔함이었습니다. 과도한 블링블링은 절대 아니지만 또 인디 영화 특유의 리얼리즘 간판을 단 우중충함도 없어요. 화면도 깔끔, 연출도 깔끔, 음악도 깔끔하고 심지어 배우 비주얼도 이미 인기 스타 배우라고 해도 좋을 정도인데 연기도 깔끔하게 좋아요. 거기에다가 초반부의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깔끔한 연출까지 겪고 있노라면 제가 지금 인디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인지 인기 배우들 나오는 고퀄 드라마 스페셜을 보고 있는 것인지 혼란이...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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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습니다. 닥쳐올 미래를 알지 못...)



 - 사실 이야기 자체는 평범합니다. 이런 영화에서 애 아빠될 놈이 믿음직하고 훌륭한 녀석이면 이야기가 안 되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 놈의 부모되는 양반들이 21세기식 사고 방식을 올바르게 장착한 분들일 리도 없구요. 어째서 우리의 주인공이 일 열심히하고 유능한 직장인으로 설정되어 있는가... 도 뻔할 뻔자이고. 먼저 애 낳은 선배님은 그 존재가 드러나는 순간 이미 몇 분 뒤에 어떤 장면을 펼치며 어떤 대사를 들려줄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죠. 


 이렇게 말해놓고 나니 '80년생 김지영' 생각도 나고 그럽니다만. 전 그 영화를 아직도 안 봤기 때문에 비교는 못하겠네요. 암튼 그렇습니다. 21세기 한국 여성 수난사 스토리에서 임신과 출산 부분으로 특화 시켜 놓은 것 같은 이야기에요. 그러니 이런 전형성은 당연한 선택이 되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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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 '숨 쉴 틈' 역을 맡고 계신 친구분. 연기가 되게 자연스러워서 좋았습니다. 비현실적으로 막 도움 주는 것도 아니구요.)



 - 근데 그런 당연하고 식상할 정도의 전형적인 이야기들이 현실에선 당사자들에게 재난이라는 게 영화의 메시지죠. 영화가 주인공 남자 친구가 재난 문자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이 이야기에 대한 감독의 메시지를 압축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우리의 '미래'에게 96분동안 닥치는 일들은 정말 하나하나가 다 '재난'입니다. 믿었던 남친이 너저분해지고, 잘 지내던 직장 상사와 동료들이 너저분해지고, 멀쩡해 보이던 주변 사람들과 자신이 살던 세상이 다 갑작스레 그동안 알지 못했던 못되고 야멸찬 모습들을 드러내며 자신을 옥죄어 오는 거죠. 그래서 처음엔 그래도 상큼 발랄하게 시작했던 이야기는 결말이 다가올 수록 점점 가라앉고 우울해져갑니다.


 다만... 다행히도 영화는 미래에게 최소한의 숨쉴틈은 마련해줘요. 일단 믿음직한 친구 한 놈이 끝까지 곁을 지켜주고요. 또 기대도 안 했던 산부인과 의사 아저씨도 자신의 선 안에서는 고갱님을 위해 최선을 다 해주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미래씨가 참 씩씩합니다. 현실 도피도 하고 뻘짓도 하고 사고도 치지만 그래도 끝까지 정신줄 잘 붙들고 버텨 주고요. 그러는 과정에서 어쨌거나 자신이 만들어 버린 생명에 책임감도 갖고 애착도 가지며 성장해 나갑니다. 막 분명한 마무리를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결국 어떻게든 헤쳐나가며 씩씩하게 살아갈 거란 믿음은 주는 엔딩이었고 그게 참 좋았습니다. 요즘엔 대책 없이 어두운 영화는 안 보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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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이 악역이 아니었다는 게 제겐 거의 반전급의 신선함을 주었습니다. 특히 배우가 그...)



 - 대충 정리를 해보자면.

 깔끔하게 보기 좋고 재밌는 영화입니다. 유머 감각이 꽤 괜찮아서 웃을 장면이 많이 있어요. 기억에 남을 센스 있는 대사나 장면들도 몇 있구요. 이 감독님은 나중에 메이저 진출해서 그냥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 만들어도 되게 잘 만드실 것 같아요.

 동시에 전달하려는 메시지 역시 아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오락성과 결합되어서 좀 많이 친절하고 가볍게 느껴지는 감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재밌게 만들면서 이 정도로 메시지도 살려냈으면 훌륭한 거라고 생각하구요.

 결정적으로 제가 맘에 들었던 건, 주인공을 그렇게 고생시키고 굴리면서도 그냥 쉽게 답 없는 절망으로 빠뜨려 버리지 않는 이야기라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우리 미래씨는 끝까지 씩씩했고, 앞으로의 빡센 미래도 잘 이겨내며 살아갈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야 90여분간 응원한 보람이 있지 않겠습니까? 관객 입장도 생각을 해주십... (쿨럭;)




 + 생각해보니 지난 1년간 이런 임신 수난극을 꽤 여러 편 봤어요. 이거랑 '애비규환', '어른들은 몰라요', '전혀 아니다, 별로 아니다, 가끔 그렇다, 항상 그렇다' 까지 네 편이 바로 떠오르고요. 뭔가 더 본 것 같은데 뭐 기억 안 나는 건 제껴놓고... 넷 다 소재는 비슷한데 그걸 다루는 태도와 방향은 전혀 달라서 재밌네요. 놀랍게도(?) 이 '십개월의 미래'를 제외하고 죄다 넷플릭스에 있는 영화들입니다. 이런 소재에 관심 있으시면 한 번 보셔도 좋겠... 는데. 다만 '어른들은 몰라요'는 소재만 같고 이야기의 방향이 많이 다르네요. 이건 제외하는 편이. ㅋㅋㅋ



 ++ 최성은씨는 꼭 크게 될 겁니다. 얼마 전 'SF8'에서 봤을 땐 평범한 듯 예쁘시네... 했는데 이걸 보니 그냥 대놓고 예쁘신데 연기도 좋아요.

 그리고 백현진씨는... 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서 빌런 역할도 되게 잘 어울렸고 이 영화의 뚱... 한 듯 하면서 은근 친절한 역할도 잘 하시네요. 계속 빌런 역할만 맡지 않으셔도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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