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를 갖고 싶은걸까요?

2011.08.22 05:16

미선나무 조회 수:8220

 

 

저는 기혼 여성이고, 가임기에 있으며, 주변 어르신들이 손주를 기다리시는 상황에 있습니다.

 

그런데 점점 더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져요.

사실, 아이를 갖기 무서운 감정에 더 가까운지도요.

 

듀게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되기 전엔

주부 대상의 어느 인터넷 게시판에 자주 들렀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정말 자주 오르는 글이 '아기를 갖고 싶다'는 불임,난임 여성분들의 이야기였어요.

아기를 갖기 위해서 남편과의 성관계를 '숙제' 하듯 치룬다는 분들(그것이 이상하다는 건 절대 아니구요. 단지 낯이 좀 설었던 표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예쁜 '천사' 가 찾아올 거예요... 이렇게 답글 다시는 분들.

물론 저도 결혼 전의 오래전에 아기를 갖고싶었던 여자로서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아기를 갖는 것이 저렇게나, 저렇게나, 저렇게나 꼭 이루어야 하는 일인가, 싶은 생각이 요즘 점점 듭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모성애가 덜하다 싶은 여성분들- 아이를 낳아서 일찍부터 남의 손에 맡기고 직장에 다니며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못하는 엄마들-을

거의 죄인 취급하더군요.

아이보다 자신을 더 먼저 생각하는 엄마를 경멸한다는 표현이 저는 좀 충격이었습니다. 물론 엄마가 되면 아이가 우선이 되겠지만,

제 3자가 혹여라도 그렇지 못한 사람에 대해서 '경멸한다'는 표현까지 쓴다는 것이...

 

오히려 아이를 낳는 것이 '남들 보기엔 당연한' 상황에 놓여 있음에도

점점 더 아이 갖기가 무서워지는 것이

저 모성애애 대한 우리 사회의 암암리의 강요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기를 좋아해요. 남의 아기는 다 귀엽고, 가다가도 돌아보고 그러거든요.

하지만 제가 아기 낳아 기를 생각을 하면 무서워요.

한때 이웃에 살던 아기엄마와 자주 만나 사이좋게 지냈었거든요. 저랑 동갑내기기도 하고.

그런데 그집 아기가 정말 귀엽긴 한데 아기엄마가 아기를 보느라 정말 고생을 해요. 잠 못자는 건 기본이고,

일일이 말로 하기가 버거울 지경이더군요. 밥도 미혼시절의 식사습관과는 완전히 다르게, 음식 맛도 못 느끼고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빨리 먹어야 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달라지고 아기는 엄마의 힘과 애정 모두를 요구하는데 정말 버겁게 보였어요.

 

그렇게 키운다고 잘 자라리라는 보장도 없구요.

위의 주부 사이트에서는 때때로 사춘기 시절의 아이들이 엄마를 향해 (일기장 같은 곳에) 육두문자를 써서 욕을 쓴다는 이야기가 종종  올라오더군요.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는 자식들 이야기도.

저만 해도, 저희 어머니가 저를 무척 공들여 키우셨음에도 불구하고, 사춘기 때 어머니 말씀 정말 안 들었었어요. 제 자식이 그런다면 뺨싸대기를 올려붙이고 싶을 정도로.

다 자라고 나서도 온갖 일로 어머니 속 썩였었고.

그런 제 밑에서 제대로 된 아이가 나올까 싶어요. 게다가 저는 제 어머니만큼 제 아이를 잘 훈육할 자신이 없어요.

제 기분대로 아이를 다룰 것이 틀림없어요. 아무리 이성적으로는 그러면 안된다고 마음 속에서 외쳐도,

당장 부부생활에 있어서도 제 자신의 이성대로 컨트롤이 안 되는 일이 참 많은데, 육아에 있어서는 어떨런지요.

 

 

그런데 결혼을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이를 갖는 것', 나아가 결혼을 했는데 아이를 안 가지려 들면

'결혼을 왜 했느냐' 식의 반응을 대하는 것이 저는 점점 의아해져요.

저희 시아버님도 아직 신혼인 저희에게 빨리 애 가지라고 벌써부터 재촉하시고,

저희 친정엄마도 그러시구요.

다행히(?) 결혼전엔 '그래도 아이 하나는 있어야지' 라던 제 신랑은 오히려 결혼 후 아이 갖고 싶지 않다네요.

경제적으로도 아직 너무 버겁대요. 제가 봤을 땐 육아를 잘 도울 스타일도 아니고, 그 자신도 자신의 그런 점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왜 그리도 다들 아이를 갖고 싶은지 알고 싶어져요.

하긴 저도 결혼 전 한때에는 제가 직접 그린 동화책을 제 아기에게 읽어주고 싶다는 예쁜 꿈을 가졌었더랬죠.

지금은 그것만으로 좋은 엄마 노릇이 되지 않는다는 걸 간파하고 말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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