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연성이 있어야 하는 문학작품도 아니고

사랑에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아 이 부분에서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는구나

싶은 지점이 있으신가요?

저같은 경우는 사랑하는데 그런 이유가

명확하지 않아요.

물론 첫 인상이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노력파에 성실하고 남에게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자립심? 근데

가까워질수록 이 첫 인상은 박살났어요.

아내는 제가 그래도 되는 사람인 걸 안 뒤

일거수 일투족 제게 의지해와요.

우린 닮은 점도 꽤 있지만 다른 점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닮은 점은...만화나 게임을 좋아하는?

오타쿠라는 점? 그 점은 참 좋긴 하지만

사랑의 이유라기엔 2프로 아쉬워요.

우리는 가치관 정치관 등 여러가지 세계관에서

거의 정반대에요.

전 온건페미니스트인 반면 아내는 안티페미니스트고

전 정의당 지지자인 반면 아내는 안철수의 국민당과 이준석의 국힘당을 오가며 지지하죠.

전 노래부르는 걸 좋아하고 아내는 싫어해서 코시국 전에도 제가 정말 좋아하던 노래방을 함께 간 적이 손에 꼽아요.

이쯤되니 결혼은 했고 같이 사는데 내가 왜 이 사람을 좋아했었지? 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에 대한 솔직한 답을 생각해보고 내린 결론을 써보자면

1. 별다른 이유없이 사랑했다.

사랑에 이유가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2.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사랑을 주고 싶은 상대였다.

이게 컸던 것 같아요. 아내는 좀 위태위태한 사람이었고 지켜보기 좀 걱정되는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전 오래 연애를 못했는데 조금 특이하게도 전 사랑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랑을 주고 싶어 안달이 나있었어요. 제가 사랑을 주고 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는 생각이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흠...사귀어봤고...전 지금까지도 그녀를 매우 사랑하지만 사실 안맞는 부분이 엄청 많아서 헤어질 뻔한 상황도 몇 번 있었고...물론 서로 엄청 힘들었겠으나 그 때 헤어졌으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생각도 해봐요. 근데 지금은 결혼을 했고 5월에 식까지 올릴 예정이죠. 그녀없이는 못살겠다. 싶은 맘이 그닥 없었지만 나이가 차면서 한국사회에서의 그녀에 대한 책임감으로 결혼을 결정했어요. 싸울 때도 있지만 알콩달콩 잘 살고는 있는데...

가사는 6대4 혹은 7대3비율로 제가 담당하는데 아내는 양보란 단어를 몰라서 절 섭섭하게 하곤 합니다. 뭐랄까 설거지를 제가 담당하는데...일에 지쳐서 좀 못했을 때 내가 할게. 가 아니라 쉬고 오빠가 내일 해. 일때 좀 섭섭한거죠. 힘든 일은 제가 하려고 하겠다는거지 제가 노예란 얘긴 아닌데...

ㅎㅎ...결혼을 딱히 후회하는 건 아니고 좋은 점을 부정하지도 않으나 꼭 결혼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진리 또한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랄까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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