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죽음 후 잡담들

2014.04.15 08:49

zoro 조회 수:2459

소식은 단편적으로 조각난 채 루머처럼 들려왔습니다.

반신반의하며 급하게 그 소식의 범주에 드는, 그리고 나와 친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답장을 기다렸죠.

일단 나가서 여기저기 정보를 묻고, 한참 감자샐러드를 만드는 중이었는데 감자를 미처 다 으깨지 못하고 급했어요.


일단 위 친우들의 무사 답장을 받고,

그럼 대체 누굴까. 아마도 놀러온 신중치 못한 누구겠거니 하였는데,

다시 연락이 왔고, 누구라고, 안치소에서 직접 확인을 하고 왔다고 하였습니다. 생각도 못하던 의외의 인물.


낮부터 새벽까지 술자리가 시작됐어요. 그와 친했던 아이는 술이 취해 화를 내기 시작하고, 옆에선 간 사람은 더 언급하지 말고 조용히 보내주는거라 얘기를 하고,

내가 골백번 주의하라 얘기를 했는데도 대체 말을 들어 잡수시질 않았다며, 지가 대체 뭐라도 된 줄 알았느냐고 그 교만함을 비난하다가, 술김에 글썽이고,

잘못은 전적으로 본인. 하지만 그 원인을 제공한 그가 속했던 단체에 대한 비난과,

석연치 않게 사고 바로 한시간 전 찜찜한 페이스북에 실연글. 여자에게 차였고 분명한 건 그의 심리상태가 온전치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을 그의 전 여친, 그가 속한 단체의 장에 대한 얘기. 저는 다른이는 다 모르겠고, 타지에서 자식을 보낸 부모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 했습니다.

여자는 처음엔 충격을 받겠지만, 얼마 안 있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잊으려 할거고, 단체의 장은 하는 꼴을 봐서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부모는 당장 이 오지로 와 그의 주검을 확인하고 또 고국으로 옮겨야 하는데...

스스로 그랬을까, 사고였을까, 에 대한 추측들. 이러나 저러나 그는 못난 놈이 됐고, 나는 누군가와 정리를 하게 될 때, 그의 충격을 얼마만큼 신경쓰고 최소화해야 할까, 라며 곁다리 생각도 듭니다.


이런 두서없는 술자리 잡설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술 취해 같은 말을 반복하며 흥분하는 친구를 뒤로 두고 밤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사실 그를 집어 삼킨건 바다에요. 영화 그랑블루의 그것.

저는 바다를 매혹적인 여인처럼 생각을 하는데, 나이가 어리지 않은 남자로서 여인 무서운 줄 압니다. 먼저 간 그 친구는 그걸 잘 몰랐나봐요.

자신을 품어주던 여자를 잃으니 바닷 속 품이 그렇게 더 좋았는지. 실제로 그 안에서 포근한 행복감을 느끼거든요.


고만 좀 해! 저승에서 돌아와 사과하겠네.


반나절 어떤 말로든 종일 그의 얘기를 하며, 공유했던 일들도 추억하며,

매 번 의례적으로만 다니던 상가의 분위기가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이런 것도 마지막 인사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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