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돈이 되니까 그렇게 수십팀씩 꾸역꾸역 나와서 망하는거겠지만...


너무 고려할게 많고 민감하고 도박적이에요.


연예인이란건 결국 타고난 탤런트를 파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걍 될놈될인거죠. 학문이나 여타 전문적인 영역보다도 훨씬 더 천부의 어떤것이 결정적인...


우리나라의 아이돌 장사는 좀 특이합니다. 원래 특이하고 잘난 사람 데려다가 화장해서 내놓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한명 한명이 공들인 기획상품에 가깝죠. 학대에 가까운 혹독한 트레이닝이 이제는 춤이나 노래에 국한되지 않고 연기, 쇼 등등 망라적이에요. 그걸 해내는 애들 입장에서도 힘들겠지만, 제작사의 입장에서도 엄청난 비용이 들죠. 


그렇게 비용을 들여서 제작한다고 성공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죠. 데뷔한 다음은 더 문제에요. 단지 무대위에서 부르는 노래나 스크린 안에서의 연기를 파는게 아니라, 아이돌팀의 멤버 개개인의 인격 자체, 이미지 자체가 통째로 상품이죠. 열애 스캔들은 말할것도 없고 SNS 댓글 한줄, 말 한마디, 사소해보이는 해프닝 한건 한건이 속된말로 '훅 가는' 치명타가 됩니다. 이미지 나쁘다고 한들 좋은 노래를 부르면 되지, 연기로 보여주면 되지, 이거 안됩니다. 상품 자체에 흠집이 나버린 거니까요.연예인 이미지 망가지는 사건이야 흔하지만, 특히 아이돌은 회복이 어렵고 회복한다 해도 오래걸리는거야 주지의 사실이죠.


그러니 데뷔시켜 놓고 나서도 계속 집요한 통제를 해야 됩니다. 사실 정말 코미디죠. 스무살 넘은 성인들을 '합숙'을 시킨다는게... 미성년자라면 더더욱 말이 안되구요. 이것도 다 비용이에요. 집을 빌려야 하고 집안에 가구를 넣어야 하고 유지비를 내야하고 삼시 세끼 밥을 다 챙겨 먹여야 하고... 이 모든게 비용!


 '영화 들어간다' 하면 차타고 촬영장가서 연기하고, '앨범 내자' 하면 녹음실가서 딩가딩가 노래부르고 끝! 이게 안되는 연예인인거죠. 시시각각 모든게 관심사고 포착이 되고, 또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되는게 아이돌팀에겐 유리하죠. 인격 자체가, 사람 자체가 상품이니까... 


거기에 팬덤이라는 변수가 또 있죠. 적어도 지금의 우리나라 아이돌장사는 팬덤과 일방적인 관계가 아닙니다. '빠순이' (비하의미로 쓴게 아니라 뉘앙스를 살리려는 뜻임)들이 일방적으로 오빠들 따라다니고 사랑을 바치는, 그런건 이미 옛날 얘기구요. 지금은 연예인 쪽이 오히려 팬덤에 종속된 수준이죠. 단지 간식이나 귀여운 손편지 '조공'을 주는 수준이 아니라, 팬덤의 '화력'이 아이돌팀의 연예인으로서의 위상과 수익에 직접적으로 결부되어 있어요. 그렇잖아도 일거수일투족이 칼날위를 걷는것 같은 아이돌에게 팬덤은 더 냉혹하고 집요한 감시자죠. 팬덤을 만족시키려면 더욱 더 혹독한 통제가 필요하고, 이 또한 비용...


데뷔 하기도 전부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데뷔 한 후에는 언제 무너져버릴지 모르는 모래성같은 이미지를 사수하려고 발버둥치는 이 비지니스... 황당할 정도로 위험하고 무능한 장사죠. 이건 좋다 나쁘다 가치판단의 얘기가 아닙니다. 그냥 사실이 그렇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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