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진지한 질문입니다.

저는 직장맘이에요.

아이가 3개월차부터 할머니에 의해 키워지다가 3살때부터는 같이 살았어요.

그러나 아이는 할머니가 계시면 무조건 할머니와 자겠다고 울고 불고 떼씁니다. 할머니가 없다면 엄마와 자구요.

제가 육아를 책으로 배우기로는, 애착이 여러명에게도 형성이 될 수 있으며 주양육자가 바뀌지 않는다면 애정결핍은 없을 것이며, 분리불안은 돌때쯤 매우 격렬해지다가 이후 나아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달랐습니다.

애착이 할머니,할아버지, 엄마(저), 아빠 모두에게 형성은 되어 있으나

1순위 할머니 >>>> 넘사벽>>>>> 2순위 엄마> 3순위 아빠,할아버지 정도 인듯 합니다.

현재 5살이니 누구를 더 좋아해?라고 비교급으로 물어보면 '둘다 좋아'라는 영리한 답변만 할 뿐 절대 말을 하지 않으나,

잠을 자거나 목욕을 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무언가 하고 싶은 건 할머니와 하고 싶은 마음뿐이 없는 듯 합니다.

3살때 처음 같이 살때는 아직 할머니와 애착이 강하니 그러려니 하고 갈수록 엄마에게 쏠리겠지 했으나 전혀 그렇지 않아요.

갈수록 더 강해지는 듯 합니다.

가끔 할머니와 떨어지는 시간이 있어서 그런지 오히려 더 열심히 할머니와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하고, 할머니에게만 안아달라고 떼씁니다.

 

물론 여기에는 제 탓도 있어요. 저는 일이 워낙 비정기적으로 야근이 많고 심할 땐 일주일 가량 아이 잠든 모습만 볼 때도 있어요.

그리고 제가 체력이 아주 강하지 않아 일에 녹초가 되어 집에 와서 아이를 재우기까지는 못했죠.

아이가 할머니와 자고 싶어해도 제가 너무 피곤해서 졸려도 처음부터 저와 자는 습관을 들였더라면 이렇게까진 안되었을텐데 이젠 저와는 절대 잠을 자려하지 않아요.

동화책을 읽어줘도 너무 졸려서 잠이 들 것 같으면 할머니와 자야겠다며 나가버립니다.

 

일을 그만 두고 시어른들과 살지 않고 제가 육아를 온전히 다 한다면 좀 나아질텐데

저는 제 일을 매우 좋아하고 돈도 꽤 버는 축이라서 외벌이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이는 할머니만 좋아하는데, 저는 훈육을 많이 하다보니 아무래도 많이 혼내는 쪽이고, 앞으로 아이가 클 수록 더 내말을 듣지 않으려 할텐데 싶어져요.

아이는 외동 남자아이라 가족들 모두 예뻐만 하고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지적은 많지 않아요.

저는 어릴 때 엄한 가정에서 커서 그런지 성격적으로 조금 규칙이 많은 편이었으나 아이를 키우면서 득도하는 기분으로-_- 모든 규칙을 내려 놓았죠.

그래도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 (예를 들어 물건을 던진다거나 양치를 안하고 자려고 한다거나) 점에서는 억지로라도 훈육시키려고 하는데

저만 엄하고 무서운 엄마가 되어가고 있어요.

제가 어릴땐 엄마에게 디지게 맞아도;; 엄마가 쓸어안고 위로해줄떄 울면서 잠들면서 '그래도엄마가 날 사랑해'라는 안심은 있었는데

지금은 저는 야단만 치고 아이는 다른 가족에게 가서 위로를 받고 있죠.

 

남자아이는 안그래도 엄마와는 '언젠가는 대화가 단절될텐데,

저를 완전히 싫어할까봐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티비나 영화를 보면 아예 단절되어서 살아도 엄마를 그리워하던데

제 아이에게서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모습이 단 한순간도 보이지 않습니다. 저와 오래 떨어져있어도 할머니만 있다면 아주 행복하고 즐겁게 잘 지내거든요.

 

첫번째 고민은 아이가 계속 엄마를 영원히 좋아하지 않는거 아닐까,난 그냥 장난감 사주는 셔틀인가;; 하는 불안이고

두번째는 그럼 일을 그만둬야 하나(수입은 어쩌지?), 일을 계속하되 할머니와 같이 살지 않고 제가 완전히 주양육자가 되어서 아줌마를 써야하나(그럼 아줌마가 이상한 분이면 어쩌나)

이런 딜레마에 빠졌는데 진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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