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개저씨고 된장녀고 특정 집단을 거칠게 뭉뚱그릴 여지가 다분한 비속어를 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이것을 먼저 밝혀두고.


그렇지만 베비장님이 언급하신대로 아줌마는 이미 그 자체로 멸칭으로 쓰이기도 하죠

(동시에 무한 애정을 담고 있기도 하다는 게 참 대중적 인식의 모순적 측면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만)

이천년대 초반쯤에는 억척스럽고 지하철에 타면 자리에 가방부터 날리고 파마머리 빠글빠글 내 새끼라면 뭐든 다 할 수 있지만 예의없고 소란스러운 아줌마 스테레오 타입에 대한 인터넷 유머도 엄청나게 많았어요. 쓰다보니 듀게에서도 아줌마 표현에 대한 논쟁을 본 기억이 나기도 합니다. 

개저씨는 물론 비속어에요. 불공정하고, 가급적이면 쓰지 않기를 권하게 되는.

그리고 특히 듀게 같은 적어도 표면적으로 올바른 표현을 쓰자는 사용자간의 암묵적인 약속이 지배하는 공간에 등장하는 것에는 절대적으로 반대합니다.

그렇지만 개저씨라는 용어 사용에 따르는 위험성(전체를 매도할 수 있다는)에도 불구하고 개저씨라는 표현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여태 이 사회의 기득권층으로 자리매김한 중년 남성에 대한 욕설로 적절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겠죠. 그게 욕의 기능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뭐 이미 여러 사람이 다양하게 표현하신 이야기니 중언부언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특정 측면에서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어서 가져와봅니다.

바로 박근혜, 이명박에 대한 욕설과 노무현에 대한 욕설입니다. 

쥐박이라든지, 발끈혜라든지 그런 표현은 아무렇지 않게 쓰시는 분들이 노알라라고 하면 시껍하고 쓴 사람 아이디부터 확인하려 드시겠지요.

물론 다릅니다. 정치적 타살을 당한, 고인이 된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민들에게 똥을 뿌려대는 엉망진창인 대통령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또 한편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층에서 정치인에 대한 욕설과 비꼼이 사용되는 건 오래전부터 흔하게 있어왔던 일 아닌가요?

저도 이명박과 박근혜를 싫어합니다만, 그런 표현을 입에 담지는 않습니다. 별로 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거든요. 

특히 주변에 박근혜를 여성형 욕설을 덧붙여서 쓰는 사람이 있으면(ㄱㅎㅅㄴ이라는 중복 의미를 가진 자음 인사가 연초에 유행했었다든지) 그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됩니다.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일을 엉망으로 하는 것(말하자면 욕 먹어 마땅한 것)과 그렇다고 해서 년자 붙여가면서 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개저씨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견고한 기득권층으로 있으면서 욕 해주고 싶은 행태를 보이는 중년 남성들이 존재하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개저씨라는 멸칭을 사용해 마땅하다는 또 별개의 문제이지 않습니까. 

사석에서 그런 표현을 쓰는 것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이겠지만 듣는 사람이 그 표현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 또한 발화자가 감안해야죠. 비속어가 원래 그런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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