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분들이 주장하는 바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단 개저씨가 그 동안의 다른 멸칭들에 비해 '권력'과의 상관 관계가 있다는 점은 이해하겠습니다.

약자와 강자에 대해 언어를 활용한 공격에서 일률적인 잣대는 효율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않다는 생각에도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사용을 찬성하시는 분들도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무기로 나쁜 짓 하는 중년 남자' 를 상정하고 사용하시는거 같고,

단지 '지하철에서 술 먹고 뻗은 중년 남자의 추레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반대했으리라 믿어 보고요. 


그런데 이 단어가 갖는 객관적 위험성은 크게 두가지가 떠오릅니다. 



첫째, '권력'의 기준이 시각에 따라 극심하게 달라지기도 한다는 것에서 비롯 되는 문제. 


'상류계급 여자'와 '하류계급 남자'의 권력관계의 규정이 좌파들 사이에서도 해묵은 논쟁거리라는 것은 

'권력'의 상대적 기준이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고 합의 또한 쉽지 않다는 사례입니다. 


예를 들어 '된장녀','보xx치' 같은 단어에서 상정되는 여자집단은

일베 같은 곳에서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약자로 규정 되는 것에 대한 명백한 반대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남자들보다는 이들이 가진 권력이 훨씬 크고, 그것을 적극활용하는 집단이란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다는 거죠. 

즉, 어떤 이들에게 '어떤 종류의 여자집단'은 '권력집단'입니다. 따라서 위의 저항논리를 인정한다면 이들의 언술에도 윤리적 하자가 없어집니다. 

심지어는 세월호 유족들마저도 '사회의 연민을 등에 업은 권력집단'으로 규정하여 공격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따라서 권력 관계를 살펴야 한다는 주장은, 그냥 모두 다 함께 쓰자는 말과 현실적/결과적으로 아무 차이도 없습니다.




둘째, 단어 자체에 '특정 행위,성향'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떡찰(떡값 받아 먹는, 떡 좋아하는), 검새(권력에 철새같은), 중2병(중2짓을 하는), 같은

저격하는 집단의 특징이 단어 자체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것은 애초 조어하고 제안한 사람들의 의도가 그대로 전달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권력형 중년남성'에게 한정하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냥 '내가 싫은 중년남성'에게 무차별적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고, 그런 경향은 이미 뚜렷한거 같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주장하던 '한정집단론'은 이미 현실적으로 무력화 된 것으로 보이네요.





객관적인 문제점 외에 개인적으로, 


이 단어는 그냥 단순한 증오를 담은'욕'에 가깝습니다. 

제 아무리 그 안에 정치적 함의 어쩌구를 담았다고 해도, '개'라는 증오와 멸시의 단어를 최중심으로 내세운  단어의 한계입니다. 

그리고 개**,십** 같은 욕들이 제 아무리 통쾌하다 해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지칭한 대상보다는, 오히려 사용하는 사람에 대해 설명해주는 거울이 되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도 쓰고 싶으시다면, 써야죠 당연히. 

말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금지할 수 있는 법도 없는데.

보니까 듀게에서도 아, 역시 이 분은.. 하면서 평소 보던 바와 일치하는 등 

구분하기 편한 점도 확실히 있습니다. 



(한숨 쉬며) 누가 누굴 바꾸겠어요. 끼리끼리 노는게 제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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