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등업이 되어있네요. 첫 인사 드리려고 글 남깁니다.


어쨌든 영화낙서판이니까, 좋아하는 영화 제목들로 첫 인사 시작해봐도 될까요?

빅, 천녀유혼, 스타워즈 시리즈, 사랑의 블랙홀, 주성치의 서유기 시리즈를 보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한창 감수성이 형성될땐 왕가위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들을 보며 컸습니다.

어릴적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은 반지의 제왕 3부작이었고, 가장 두근대며 읽어내려갔던 책은 칼 세이건의 접촉이었던 것 같네요.

(옛날 책이라 그런지 제가 가진 Contact의 한글 표제가 '접촉'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나이부터 보기 시작했던걸까요...)

대학교 때 본 영화중에서는 매그놀리아, 이터널 선샤인을 좋아했습니다. 최근 본 영화중에서는 그래비티가 가장 좋았어요.

한국 영화는 한재림, 나홍진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고 김태용 감독은 가족의 탄생 보고 정말 좋아서 그 이후로 많은 기대를 했었는데 나머지는 아쉽...


어제 인터스텔라를 왕십리 아이맥스 앞에서 두번째 줄에서 봤습니다. 생각보다 목이 아프진 않았어요.

아래에서 아이맥스 스크린을 올려다보니 정상적인 얼굴 길이를 가진 등장인물들의 얼굴마저 원래 매튜 매커너히 얼굴 길이 만큼이나 길쭉해보여 사람 얼굴을 분간하기 어렵다는게 단점이긴 했습니다. 등장 인물 수가 적어 참 다행이었어요.

그래도 커다란 파도를 밑에서 올려다보는 느낌 하나만으로 돈이 아깝진 않았습니다.

다크나이트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이 감독은 다른건몰라도 역시 순간적으로 고요한 사운드와 웅장한 시각적 효과를 극단적으로 대비시켜 사람을 압도시키는 능력이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음소거를 해놓고 직접 폭포수 밑에 서있는 느낌이랄까요.

사람이 놀라다못해 멍해지는 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주는 그런 느낌인데 그 찰나의 순간이 지나 갑자기 화면에 어울리는 커다란 사운드가 들이닥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데 있어서는 정말 장인의 경지에 이른 감독인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는 '난 왜 이렇게 우주를 다룬 영화나 소설을 좋아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냥 '못보던거니까 흥미로워서...' 라고 생각하기에는 아프리카 밀림이나 몇대 자연경관 같은건 또 그렇게 좋아하진 않거든요.

그러다가, 잠시나마 스스로를 완전히, 정말 완전히 압도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우주라는 소재로부터 기대하는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살다보면 삶을 참 힘들고 어렵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누군가를 이기고 싶은 욕망인데, 일상에서 시시콜콜 따지고 내가 맞니 니가 틀리니 따지고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해야 하는 삶이란 힘들고 구차하잖아요.

아득바득 이기면 잘난척한다는 비난도 받고 또 지거나 틀리면 자존심 상하고 억울한 생각도 들고요. 

진짜 잘난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저같은 사람일수록 큰 그림은 놓칠지언정 사소한 것 하나 대충 지고는 못지나가니, 이런저런 많은 일상사들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죠.

그런데 우주쯤 되면 내가 모르건 지건 그냥 압도당해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겁니다. 우주쯤 되는 무지막지한 스케일을 보면 그냥 편안하게 어깨에 힘을 빼고 보게 되고 이게 상당히 괜찮은 느낌이 되는거죠.

물론 다시 정신이 지구로 돌아와서도 어디가서 적당히 아는척해 소소한 우월감을 맛보거나 '너는 지구 스케일로 떠들어라 나는 우주 스케일로 봐주련다' 하는 정신승리를 쟁취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듀게 분들도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저처럼 좋아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여튼 잡담으로 첫 인사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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