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26 12:20
막학기에 열심히 원서를 쓰고, 면접도 여러번 봤지만,
취업준비생으로 한 학기를 더 시작하게 된 상태입니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 강연이랄까, 취업 관련된 행사들이 있으면 찾아가곤 했었거든요
나름 조언도 구해보고..
근데 몇 가지 의문점이 생겼어요.
혼자 고민해서는 풀리지 않아서, 게시판의 여러 현명하신 분들의 의견을 좀 들어보고싶어서 글을 씁니다.
어제는, 강의를 들으러 갔더니,
'나는 마케팅이 하고싶었다. 근데 마케팅 관련 원서를 쓰다보니 잘 안 됐다.
어떠한 계기로 내가 배움이 부족한 것 같아서, 취직 말고 공부를 더 하기로 하고 ㅁㅁ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거기서 알게된 분이 홍보 일을 소개해주셨지만 적성에 안 맞았는데,
그 분이 다시 외국계 회사 런칭을 할건데 고생은 많겠지만 같이해보겠냐해서 하겠다고 했다.
그게 성공해서 지금 나는 여기에 있다.'
면서, "방향을 잘 잡아라"는 이야길 하시더라구요.
궁금해져서 물어봤어요.
'강연자님도 지금 하는 일 해야지 하고 시작하신 게 아니지 않냐(가셔서 열심히 했단 건 의심하지 않아요)
어떻게보면 끌어주는 사람에게 끌려갔다가 지금 자리에 도착하신 것 아니냐.
거기 가려고 간 게 아닌데, 방향을 잘 잡으란 이야기랑 좀 안맞는것 같다.'
음.. 동의하시더라구요.
그래도 자긴 계속 마케팅에 열정이 있었고, 그래서 명함도 마케팅으로 파달라고 했다던가,
그런 이야기들을 하셨었어요.
옆에 계시던 다른 강사분은, 창업하신 분이신데,
'끌려갔다지만 아무 생각없이 갔겠냐.' '목표를 세워봐야 실패하든 성공하든 내 현재 상태를 볼 수 있는거다.'
라면서, 본인 가치에 맞는 회사를 찾으라고 하시더라구요. 비전에 맞고.
여쭤봤어요. 어떤 비전을 가지고 계시고, 회사 운영에 어떻게 적용하고 계시냐고.
'세상에 해를 끼친것보단 좋은 일을 한 게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제조업을 하다보니 돈 떼먹거나 돈 위주의 선택을 할 기회가 많지만,
난 보다 친환경적/공동체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고 하셨어요
...사실 저는, 저 이야기를 어떻게 취직에 적용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공격하는것같아서 묻지 않았어요.
(혹시나 싶어 말씀드리지만, 저 분들이 싫거나 잘못됐다고 생각하거나, 디스하는건 아니에요;;)
집에 오면서 가만 생각해봤거든요,
입학했을때는, 전공(언어)을 살리고 싶었어요. 자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고.
전공관련해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 기회닿는대로 통번역 등 경험을 쌓으면서 실력도 쌓았어요
하지만 선배들때와는 다르게 공기업 특채는 나오지 않았고,
나온 곳 한 곳은 최종에서 떨어졌고, 자원 관련 일은 메이저 상사에 가지 않는 한 힘들더라구요
제가 목표를 갖든, 비전을 세우든, 뭐랄까, 기회가 없는걸요?;
이미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 사실 그 분들도 걷다보니 거기에 도달해계신걸텐데,
아직 기회도 못 가진 아이들한테 '비전을 갖고/목표를 갖고 거길 향해 나아가라', '방향이 중요하다' 고 이야기하는것도 좀 당황스럽지만
모르겠어요, 지금 마음같아서는, 그런 걸 가져봤자 무슨 소용인가 싶거든요
공부하거나 할 때야, 어차피 제 실력 쌓는거라 저 혼자 노력하면 되는거지만,
면접, 사회생활, 회사, 저 말고 너무도 많은 변수들이 있는걸요
제가 너무 시니컬한걸까요
하고싶지 않던 일도 막상 해 보면 재미있을 수 있는거고, 하고싶던 일도 해보면 별로일 수 있는건데,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냥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해야하는게 아닐까,
사실 그것 말고는 뭘 할 수 있는걸까.. 모르겠어요 전.
꿈이라던가 비전이라던가 말은 좋지만, 사실 목표 한 번 안 세워본 사람은 없을거고,
그 사람들은 성공했으니까, 자기 경험만 가지고 결과론적으로 소급해서 말하는게 아닌가 싶거든요 전
'내가 했던 모든 일은 여기 오기 위해서였다' 란 식으로, 나중에 목적성을 부여하는거죠.
다들 '비전'이 있어서, '가치'에 맞는 회사를 골라 다니고 계신가요?
일 시작하기 전부터 딱 정립된 목표가 있어서 그걸 향해 나아가 지금 계신 자리에 도달하셨나요?
목표를 세웠다가 실패하는 건 가치있다고 생각하지만..
기회도 없는데, 목표를 세우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요?
글이 두서가 없어진 느낌인데... 요것보다 명료하게 정리는 잘 못하겠네요
친구랑도 이야길 해봤는데.. 겪고있는 삶의 단계가 비슷해서인가, 비슷한 생각만 하게 되더라구요;
이 시점을 이미 지나가신 분들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볕이 좋네요 오늘은, 기분 좋은 하루 되세요
2015.03.26 12:30
2015.03.26 22:37
개인적으로 그런 사람들 자수성가형 꼰대라고 생각해요
운칠기삼이란 이야기가 생각나네요..~_~
2015.03.26 13:47
전공관련해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 기회닿는대로 통번역 등 경험을 쌓으면서 실력도 쌓았어요/이걸 나에게 돈을 주는 사람이 인정해야 합니다
2015.03.26 22:37
음, 아뇨 3년 이상 돈 받으면서 통번역일을 했으니까 그쪽 실력은 있는거같아요.
돈 받는 일의 무게는 알고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접목해서 제가 하고싶은 분야로 일을 할 기회가 안 나와서 그렇죠;
2015.03.26 14:47
음.. [목표]를 위치가 아닌 벡터라고 할 때, 중요한 건 방향이 아니라 욕망의 크기라고 할 수 있을 듯.
본문 강연자들의 [성공]에서 드러나듯, '말이 그렇단거지'의 느낌이랄까.
[목표를 세웠다가 실패하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 사회죠.
저런 강연에 '확고한 목표를 갖고 한 우물만 디립다 파다 인생 망한 강사'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
2015.03.26 22:43
그죠? 사실 들으면서...
어떻게 저렇게 확신에 차서 자신의 길을 '목표'했던것처럼 말할 수 있는것처럼 말할까 너무 신기했거든요;
우직한 노력과 바보같은 삽질의 사이엔 머리카락만큼 얇은 심연이 있다고 생각해요
2015.03.26 16:29
저는 글쓴분 시기는 지난 지 좀 된 나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지금 이력서를 적어보라면 한줄한줄이 참 미친X 널뛴 것 같아 보이겠지만 그 시기의 저한텐 다 이유가 있는 것들이었고 그게 또 어디 가지도 않고 죽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목표를 세웠다 실패한 것들까지 포함해서요. 젊을 땐 직업이나 인생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다면, 그것들이 계속 좌절되고 변색되고 하는 과정에 명확한 그림은 사라지고 이제 어떤 상이랄까 분위기랄까 그런 것만 남은 것 같아요. 결국 나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 되려고 했던 거구나... 물론 아직도 그 수렴 과정 속에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나중 일에 대해선 확실하게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젊을 때보단 제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잘 하는지, 그리고 이 제한된 환경 속에서 어떤 걸 할 수 있는지 좀 더 알게 됐고, 앞으로의 선택에 결정을 내리기가 한결 수월해진 건 있어요. '목표를 세우라'는 이야기는 결국 저에겐 '너 자신을 알라'란 얘기처럼 들리는군요. 약간의 방향이라도 있으면 널뛰는 진폭이 줄어들고 에너지 소모가 적어질 수 있겠죠.
2015.03.26 23:14
댓글 적어주신 것 보고..
잠깐 제가 좋아서 했던 일들, 하고싶어서 했던 일들 생각을 해봤어요. 왜 그게 하고싶었었나.. 그리고 해야만했던 일들을 겪으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도요.
말씀하신것처럼 '나는 어떤 사람인가' 에 대한 부분은.. 좀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상황마다 대응했던 것들, 했던 일들이 저를 규정하네요
아직 사실, 어디로 방향을 잡아야될진 잘 모르겠어요
조금 시행착오가 더 있겠지만.. 어떤 사람이 될 지, 더 살아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2015.03.27 14:38
시대가 변했는데 구시대의 시선으로 조언을 하니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