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잡담...

2015.04.17 03:53

여은성 조회 수:1814


  1.대부분의 사람에겐 염치라는 것이 있어요. 늘 마음속에서 스스로를 감시하며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할 때 스스로에게 브레이크를 걸게 만들죠. 염치가 거의 사라진 사람들에게도 눈치라는 것이 있어서 염치가 있는 척 행동하는 것이 가능하게 만들어요.


 그러나......이완구는 이 수준을 초월한 거 같아요. 생긴 건 프랭크 언더우드고 소프트웨어는 업데이트가 되다 만 나이트 크롤러의 주인공 같아요. 위키에서 완전체라는 단어를 보고 '이런 단어도 있나? 이런 단어는 대체 언제 쓰는 단어지?'했는데 이완구에게 쓰라고 있는 단어였어요. 이런 소시오패스는 그냥 태어나는 건지 환경이 만들어내는건지 궁금해요.


 아무리 봐도 카메라 앞에 있는 이완구는 진짜 이완구가 아니예요. 그야 사람마다 기믹이 있고 페르소나가 있는 거지만 tv에서 보는 이완구를 연기하는 진짜 이완구는 모든 게 연기 같아요. 이 상황까지 오면 연기력만으로는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할 텐데 왜 연기를 멈추지 않는 걸까요.



 2.다른 정치인 이야기를 해 보죠.


 어느 날 거리를 걷고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어떤 사람이 있었어요. 아는 사람이었어요. 분명히 아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머리 속의 서류철에서 검색이 안 되는 거예요. 이상하다...내 두뇌의 가동속도가 이렇게 느릴 리 없는데...하며 당혹해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절 보고 웃으며 '여!'하면서 하일 히틀러 동작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손인사를 건넸어요. 아...이 사람도 날 아는구나. 아는 사람이 확실하구나. 그런데 대체 누구지?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알게 됐어요. 정몽준이었어요.


 검색이 안 된 이유는 그가 너무나 허접한 옷을 입고 있어서였어요. 허름하지만 일단은 깨끗한 청바지에 허름하지만 일단은 깨끗한 잠바를 입고 있었거든요. 양복이 아니라. 어쨌는 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악수를 청했어요. 이 상황을 준비할 시간이 3초만 주어졌더라도 "정몽준씨 난 여은성이야. 그리고 여은성은 악수하지 않아. 모두에게 전해"라고 했겠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그와 악수하고 있는 중이었어요. 정신을 차린 건 그의 손아귀 힘이 무지 셌기 때문이었죠. 순간적으로 화가 날 정도로요. 그래서 이쪽도 악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하다가...참았어요. 첫번째 이유는 그의 뒤를 젊은이 5명인가 6명이 따르고 있었고 두번째 이유는 그는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까요. 어른을 괴롭힐 순 없죠. 이번 총선 때문에 나온 거냐고 하자 그렇다고 대답하며 뭐...이런저런 짧은 얘기를 했던 거 같아요. 투표를 할거냐고 물어봤던 거 같고 아마 '어차피 되실 텐데요'라고 대답했던 거 같아요.


 그러다 순간적으로 깨달았어요.


 이 사람이 나한테 할애할 시간은 말 한 번 던지거나 야유 한 번 던질 시간뿐이라고요. 당시에 큰 걱정은 일본산 수산물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거였어요. 정몽준은 지역구 국회의원 유세를 다니는 거지만 제법 목소리가 크니 국회에서 그 말을 한마디쯤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또하나 문제는 이번 여름이었죠. 아마 그 이전 해에 비가 많이 와서 집 지하가 잡겨버렸던 일이 있었거든요. 구에서 세입자들에게 이런저런 보상을 해 줬지만 정작 이쪽은 아무 보상도 받지 못했어요. 심지어는 도의적으로 그 달 월세는 받지 않기까지 했죠. 일본산 수산물 같은 거보다는 당장 동작구가 홍수에도 무사할 수 있도록 공사좀 해달라고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도 했어요. 이건 현실적인 문제고 먹힐 가능성도 많으니까요. 아니면 그냥 무의미한 야유를 던져 볼까도 해봤죠. 하지만 또 야유를 던지기에는 2007년에 현대중공업으로 재미를 좀 봐서 그러는 건 도리가 아닌 거 같았어요. 태도를 보아하니 이 사람은 이 거리를 걸으면서 야유를 충분히 받았을 거 같기도 했고요. 또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가장 한심한 말을 하고 있었어요.


 '뉴타운은 어떻게 된 겁니까?'


 대답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흐릿해요. 그가 '허허'하고 웃으며 좀 세게 어깨를 두드리며 떠났어요. 그리고 그의 뒤를 따르던 젊은이들 중 한 명이 명함을 한 장 주려고 하더군요. 이미 많이 거절을 당해봤는지 렉걸린 게임 캐릭터처럼 계속 움찔거리면서요. 저는 반사 포즈를 취했고 그는 이해했다는 듯이 명함을 안 주고 떠나려 했어요. 그래서 붙잡았죠.


 "첫번째 명함 말고 두번째 명함으로 달라고요."


 왜냐면 맨 위에 있는 첫번째 명함은 지저분할 거 아니예요. 깔끔하게 온존된 두번째 명함을 받고 싶었거든요. 그가 가만히 절 바라보다가 첫번째 명함을 거르고 두번째 명함을 건네줬어요. 그 명함은 집으로 가져와서 버렸어요. 그냥 아주 잠깐 정몽준 명함을 가지고 있어보고 싶었거든요.


 정몽준을 뽑을 일도 없고 아마 앞으론 뽑을지 안 뽑을지 선택할 기회도 없겠지만 이완구 글을 쓰다보니 그 순간이 떠올랐어요. 그가 하일 히틀러 비스무리한 인사 동작을 취하고 악수를 건넬 때까진 약간 굳은 표정이었는데 악수를 받아 주자 갑자기 활짝 웃었던 거요. 그는 젊은 사람들에게 악수를 건넬 때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자를 열어보는 기분인 건가 싶었어요.


 -----------


 ps1-보통이라면 글이 이쯤에서 끝나겠지만 작은 뒷이야기가 있어요. 나중에 들었는데 나꼼수 애청자(당시에도 그랬는지는)인 한 가게 여자가 정몽준이 가게로 들어오는 순간 쌍욕을 마구 퍼부었다고 하더군요. 그 가게와 제가 걷던 그 거리는 한 100m거리였던가 그랬을 거예요


 ps2-정몽준의 그 '허허'는 '허허, 이 속물 녀석'이란 뜻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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