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24 21:54
소노 시온을 영화제에서 처음 만난게 09년 피판에서 그 유명한 러브 익스포져 였습니다. 어마무시한 소개글을 보고 잔뜩 기대하면서 갔다가 상영 두시간만에 뛰쳐나온 기억이 있습니다. 너무 오덕오덕 스럽고 손발리 오글라들어서
도저히 못보겠어서 나와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부산에서 차가운 열대어를 시작으로 이상하게 계속 그의 영화들을 보게 되더라고요. 작년의 도쿄 트라이브까지. 이 양반 영화를 막 좋아하는건 아닌데 항상 평타이상의 만족감은 주는 것 같아요. 뭐랄까 일본영화는 제가 싫어하는 면과 좋아하는 면이 있는데 이 양반의 영화에선 싫어하는 면을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가면서 좋아하는 면은 야무지게 충족시키는 그런 거시기가 있단 말이죠.
올해 나온 두 편의 신작인 리얼 술래잡기와 러브앤피스를 다 봤습니다. 리얼 술래잡기도 뭐 평타이상은 쳤는데 정말 의외의 수확은 러브앤피스 입니다. 저는 소노시온이 특촬물에 도전했다는 것만 보고 특촬괴수물의 팬으로서의 호기심 이었는데 어이없게도 가족영화 혹은 어린이영화에 가까운.... 아니 소노시온이 가족영화를 만든다고???? 그런데 놀랍게도 이게 아주 볼만합니다. 볼만한 걸 넘어서 어른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영화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감독이 소노시온인데 말입니다. 피칠갑계에서 미이케 다카시와 자웅을 겨루는 그 양반 말입니다. 나중에 개봉을 하거나 다른 루트라도 꼭 보시길 권합니다. 일본식 오버 코미디와 8번가의 기적 스타일의 인형극과 가메라,그리고 록키1편 스타일의 로맨스,그리고 헤드윅의 마지막을 연상시키는 결말까지 온갖 요소가 조화롭게 짬뽕되어 있습니다.
소노 시온에게서 발견한 또 다른 모습은 gv와 팬서비스였습니다. 다른 작업을 엄청 하는 모양인지 상태가 메롱인 모습으로 나왔는데 gv와 마스터클래스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임하더군요. 뭔가 이 사람의 이미지가 굉장히 괴짜나 괴팍한 아티스트가 아닐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아주 멀쩡하고 정상적인 사람이었고 오히려 되게 프로페셔널한 상업영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나고 벌떼처럼 달려드는 자신의 숭배자들을 하나하나 싸인해주고 사진찍어주고 하더라고요. 먼가 이 사람도 점점 뜨면서 미이케 다카시처럼 양산형 감독이 되가고 있는거 같은데 공장장 수준으로 영화를 찍어내면서 퀄리티는 유지하고 있네요. 자기는 질보다 양이랍디다.
2015.07.25 01:02
2015.07.25 11:46
목요일 러브&피스 관람했습니다. 사실 감독에 대해서 잘 몰랐고 이번에 처음 본 것인데... 아주 유쾌하게 봤습니다. ^^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만들어주시길 빕니다.
2015.07.25 13:17
소노시온의 팬서비스야 뭐.. 영화에서 자기 마누라를 아낌없이 보여줄정도이니;
일본영화계가 배우,감독을 굉장히 소모적으로 쓴다는 느낌이 있는데 언급하신 두 감독의 끝이 안보이는 재능은 진짜..
더구나 미이케 타카시는 최근들어 제작비를 쏟아 부어도 자기 색을 유지한채 매끈하게 영화를 뽑아내고 있는데 macy님 말씀처럼 소노시온도 비슷한 노선을 노리고 있다면.. (미이케 타카시의 악의교전처럼 이번 리얼술래잡기도 드라마-영화로 이어지는 시스템이었죠?)몇번쯤은 기회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지옥이 뭐가 나빠도 제작비 좀 들어갔을것 같은데 꽤 좋았거든요.
시간이랑 자본이 충분한 오락 영화를 찍고 싶다는 걸 보면, 현실이 따라 주지 않으니까 "작년까지는 질보다 양이었지만, 올해도 질보다 양."이라 주장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지금처럼 작업하면서 본인 표현대로 죽도록 돈을 쏟아붓는 영화를 하나 만들고 싶다는 뜻일 수도 있겠죠. 예로 든 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였습니다. 어쨌거나 일본엔 회사원처럼 일하는 배우와 감독이 수두룩하니까요. 소노 감독 5월에서 7월 사이에 개봉작 세 편에 개인전도 열었고, 9월에 또 한 작품이 개봉할 거고, 최근엔 러브&피스와 리얼 술래잡기 홍보 행사며 취재가 이어졌고, 아마 다음 영화들도 작업 중이었겠죠. 러브&피스가 첫 시나리오라 남다른 의미를 갖는 것 같고("이 영화는 내 영혼의 집대성이다."), 감독이 팬이었던 이마와노 키요시로 씨가 주연을 맡아 줬으면 하고 25년 전 당시에 시나리오를 건넸는데, 책 자체는 재미있는데 본업에 충실하겠다며 거절했고, 그 때문에 크게 절망했다고 해요. 코미디언이 꿈이었고 몇 년 전 데뷔했다고 들었는데, 지금도 라이벌로 영화인이 아닌 코미디언 아리요시 히로이키 씨를 꼽더군요. 동물이랑 노는 걸 좋아하고 그 기억을 행복이라 하고 동물원도 잘 다녔던 모양인데 고양이를 키운 뒤로는 가지 않는대고, 러브&피스의 인형은, 주연 하세가와 히로키를 비롯한 배우들과 현장 스태프들이 움직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