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5 22:05
웃픈 기사를 하나 봤습니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69408
해운대에 즐비하게 들어선 초고층 명품 아파트 이야기인데요. 정작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의 웃어넘기기엔 슬픈(?) 이야기랍니다. 물론 이렇게 비싸고 남들이 선망하는 집에 사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여길 이유도 그럴만한 상대적인 재력이나 명성도 없는 저인 건 잘 알고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기고.. 또 웃다보면 쌉쌀하게 슬픈건 어쩔수가 없네요.
건축 전공도 아니고 하는 일도 거리가 멀지만 관심은 많습니다. 이런저런 책도 많이 본 편이구요. 누군가가 인간이 사는 집에서 가장 중요한게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단열, 채광, 환기의 세가지를 먼저 꼽고 나머지로 유지보수와 사용의 편의성을 들겠습니다.
단열은 에너지 활용측면에서 중요합니다. 단열이 잘된 집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합니다.
채광은 인간이 햇빛 아래 살아야 하는 동물이라는 걸 일깨워 줍니다. 사시사철 비와 눈이 많은 나라 사람들이 괜히 우울증에 걸리는게 아니고.. 햇볕을 못보면 비타민D 부족이 생깁니다.
환기는 인간이 숨을 쉬는한 중요합니다. 바람 한점 불지 않고 통하지 않는 닫힌 공간에서 버텨보라면 과연 얼마나 버틸까요? 공조기가 토해내는 공기로만 살아야 한다면.. 그것 또한 몸에 사리가 생길 일일겁니다.
그런데 비단 해운대 아파트 뿐만 아니라 많은 수의 주상복합이며 사무실 빌딩들이 커튼월 공법으로 통유리를 처덕처덕 바르고 있습니다. 사무실이야 그렇다 쳐도.. 가족들이 생활하는 집이라면 말은 다르죠. 갓태어난 우리 아기도 늙으신 부모님도 찜통 아파트에서 사는게 문제다..가 아니라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휴식과 재충전"을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좀 더 통풍이 잘되고 자연과 가까운 집으로 옮겨가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그래도 도심과 떨어져 한적한 경기도의 모처라 공기도 맑고 주변에 텃밭이며 자연환경도 꽤 풍족한데 말이죠. 쇼핑몰과 백화점이 가깝고 집앞이 지하철역이라 편리하며 뭣보다 학군이 좋아 집값이 십억을 넘는다는 곳이 별로 부럽지 않습니다. (저희집 아이들이 유명대학을 못갈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겠지만 말이죠..)
결혼하기 한참전.. 혼자 살적에 통유리로 된 오피스텔에 혼자 1년쯤 살아본적이 있습니다. 아파트와 달리 창호도 엉망이라.. 바람이 숭숭 들고 여름이면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말 그대로 비닐하우스 같았죠. 아무것도 모르고 전망 좋고 보기 좋다고 계약을 덜컥 한후에 일년동안 냉난방비에 가슴을 졸이고 여름엔 더위, 겨울엔 추위와 싸웠습니다. 밖에서 안이 들여다 보일까 걱정하고 밤에는 사생활 노출될까봐 불켜고 나서는 커튼도 못열어서 야경이고 나발이고.. 잠들때나 보이더라구요.
어떤 경우던..안목이라는 건 역시나 겪어봐야 생기는 경험같은 건가 봅니다. 해운대 명품 아파트에 사는 분들께.. 심심한 공감의 위로를 보내봅니다. 뭐.. 그래봤자.. 니까짓게 뭔데 사람 우습게 보느냐? 거지같은 동네에서 거지꼴로 살면서 웃기지도 않는다는 핀잔만 돌아오겠지만 말이죠. 이역시 웃픈 현실입니다. ㅎㅎ
2015.10.05 22:13
2015.10.06 08:29
그런 비극이야 비단 해운대 뿐이겠습니까만.. 듣기만 해도 마음이 아프고 슬픈 사연이네요.
2015.10.05 23:14
정말 웃프네요. 사촌이 결혼해서 해운대 고층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안 가봤지만 거기도 그럴런지.
경우는 완전히 다르지만 어떤 사람이 두세달인가 집을 비우고 돌아왔더니
집안 벽면 전체가 새까맣게 곰팡이로 뒤덮여 있더라는 얘기가 기억나네요.
사진을 봤는데 흡사 이토 준지 만화 같더라는.
말씀하신 채광, 단열, 환기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2015.10.06 08:30
자연주의자는 아니지만.. 요즘에는 마당이 있고 처마가 있고 평상이 있는 집에 살고 싶어요.
2015.10.05 23:25
2015.10.06 08:31
저도 신혼생활은 베란다 없는 확장형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그때는 불편하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어요. 단열과 채광이 좋았거든요. 환기도 나름 괜찮았고..
2015.10.06 12:02
2015.10.06 15:27
그나마 세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아파트를 고르면 좀 낫지 싶어요. 제가 사는 아파트도 10년도 훨씬 전에 지은 아파트라..그나마 공용 공간의 활용이나.. 조경이 괜찮습니다. 아파트 구석구석 유실수들을 찾아서 대추도 따먹고 꽃사과도 따먹고 그래요. 그런 재미조차 없는 고층 아파트들이 문제죠.
2015.10.06 13:54
영국에서는 가난을 이야기할 때 '손질할 정원 한 뼘도 없는 처지'라고 표현한다는데, 코딱지만한 대지지분을 가진 고층 아파트에 열광하는 한국인들의 삶이 참 팍팍해 보입니다.
물론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매우 편리하지만 삶의 질이 편리함에만 있는 것은 아닌데 말이죠.
요즘은 지방 소도시에서도 아파트가 인기라지요.
그나저나 초고층 아파트의 30년 후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재건축은 꿈도 못 꿀테고 리모델링 비용만 해도 엄청날텐데..
2015.10.06 15:26
그러게요. 마당이 없으면 재산이 없다는 느낌.. 요즘 마당이 그렇게 가지고 싶네요.
초고층 아파트의 30년후라.. 물리학은 잘 모르지만 엔트로피가 증가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대충 알지요. 돈으로 엔트로피를 상쇄할 여력이 없어지면 모든 것은 붕괴될 운명이라고 합니다. 과연.. 30년후에 그럴 여력이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요.
2015.10.06 15:21
인천도 그래요..
송도나 청라지구 가면 일정 구역에서 시궁창 냄새가 말도 못합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도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지경이니 말 다했죠.
하지만 그런 얘기 했다간 금방 빨갱이 되고 왕따 당한다고 하더라구요.. 이거 원 무서워서...
2015.10.06 15:24
보기에는 멀쩡해도 시간이 가면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도 장난이 아닐거예요. 하지만.. 그 아파트 하나가 전재산이거나.. 재산의 대부분인 사람들이 집값 떨어질 이야기를 함부로 하고 다닐리가 없죠. 어찌보면 거대한 피해자 공동체일텐데.. 시세 좋을때 빨랑 팔고 이사가는게 답이겠지만 애들이 학교라도 다니면 꼼짝없이 인질 신세.
내용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지웁니다. 이것도 저것도 희극 또는 비참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