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무얼 그리 '여자라서 힘들다'고 하는지 사실 이해를 잘 하지 못했습니다. 밑에 분 글에서처럼 남자는 안 힘드냐는 생각도 했었고요.

성별 그 자체로 힘들다는게 어떤 고통인지 잘 알지 못했죠. 그런데 얼마 전에 어떤 글에서 "혼자 있는 여성은 항상 타겟" 이라는 문구를 봤습니다. 순간 뭔가 띵 하더군요.

남자라서 역시 전혀 생각지 못한 그런 것이었어요.


일단 제가 밑에 댓글로 쓴 걸 그대로 붙이면...


<단적으로 생각해서 "혼자 있는 여성은 항상 타겟" 이라고 생각하면 그 고통이 공감가지 않겠습니까. 혼자라는 것은 혼자 산다거나, 교통수단에 혼자 탔다거나, 화장실에 혼자 갔다거나, 술집에 혼자 있다거나 등등 일테고 그 타겟이라는 게 살인 뿐 아니라, 신체 접촉, 추근덕거림, 몰카 등 많겠죠. 그 혼자 있는 여성은 항상 타겟이라는 느낌을 우리 남자들은 거의 받지 못하잖아요. 여성들은 그런 상황에 상시노출일테고요.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그런 걸 좀 이해하고 공감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남자도 힘들다는 생각 하기 이전에요.>


그냥 막연하게 음 여자라서 힘들겠지라는 생각보다 매일 매일이 그렇다고 생각하면 정말 너무나 끔찍하더군요.


그런데 그게... 전부 그 고통을 주는 사람들이 남자라는 존재더군요. 무슨 귀신이나 짐승, 천재지변, 교통체증, 설사, 변비, 두통, 과식 이런 게 아니고 다 남자가 주는 고통이라는 겁니다. 매일같이 경계하며 살아야하는 그 고통이 전부 남자들이 만든 고통.... 순전히 남자들이 준 고통.


미안하더라구요. 저는 누구에게도 위해를 가한 인간이 아니고 가하지 않을 (아마도;;) 인간이겠지만 같은 남자로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세월호 때 이런 세상을 만든 어른이라 학생들, 희생당한 학생뿐 아니라 일반화시켜서 모든 학생들에게 미안했듯이요.


그런 이유로 오늘도 전 미안합니다.



덧 : 그리고 이건 좀 조심스러운 얘기인데...'여성 혐오' 라는 단어가 조금 '생각해볼 여지를 제한하지않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여기고,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고, 무시하고, 생각없는 존재로 깔아보고 하는 행위가 남성 전반에 만연해있는데 어떤 더 적절한 단어가 있으면 "어? 나도 정말 여자를 그렇게 생각하나?" 라고 돌아볼 기회가 주어질텐데 '여성 혐오'라고 하니 나는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다는 식의, 남자들 특유의 단순한 반응이 나오게 되는 것도 좀 있는 것 같아요. misogyny 라는 단어를 우리 말로 바꿨을 때 뭔가 적확성이 떨어지게 바꾼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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