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길고양이 이야기

2016.07.27 11:43

양자고양이 조회 수:1173

부모님의 시골집에 와 있는데 주변에 길고양이들이 많습니다.

예전에 쥐때문에 집집마다 길렀던 고양이들이 인구도 줄고 쥐도 사라지면서 더이상 집에서 환대받지 못하고 쫓겨나면서 길고양이들이 되었고 그렇게 수가 불어났습니다.


아빠는 고양이를 크게 싫어하시는 건 아닌데 거둘 생각은 없으시고 엄마가 동물을 싫어하셔서 (어렸을 때 동물 많은 집에서 살면서 먹이 주는데 질려서 그렇다고 하십니다.) 불러 들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먹이주면 자꾸 찾아온다고 제가 먹이 주는 것도 싫어하세요.


그런데 그저께 차 밑에 어린 예쁜 줄무늬 고양이가 더위를 피해 앉아있는 걸 봤습니다.

엄마 말씀이 어린 고양이라고 바로 전날까지 엄마 고양이와 같이 다녔다는데 오늘은 어째서 혼자일까 하시더군요.

어린 고양이를 가르치려는 듯 어디나 꼭 데리고 다녔다고 하는데요.

자주 눈에 띈 걸로 봐서 우리집 주변이 영역인 것 같습니다.


바로 어제 저녁에 그 어린 고양이가 나타나서 집 앞에서 야옹 야옹 울기 시작했습니다.

조카 애 말로는 현관 앞에 앉아서 (우리집은 담이 없음) 불빛이 새어나오는 집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동네 사람들이 길고양이들에게 친절하지 않아서 사람이 다가가면 도망가고

바로 전날 차 밑에 누워 있을 때도 제가 다가가니까 후다닥 도망가던 녀석인데요.

어쩐 일인지 사람이 가까이 가도 달아나지 않고 계속 야옹거리는 겁니다.


엄마를 졸라서 저녁먹고 남은 닭고기를 얻어냈습니다.

고양이 먹이주면 자꾸 찾아온다고 싫어하면서도 조카까지 가세해 닭고기 좀 달라고 졸라대니 마지못해 내어 주셨습니다.

혹시나 갔을까 싶어 문밖으로 나가니 아직도 그 곳에 있습니다. 닭고기를 내어주니 배가 고팠는지 맛있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쓰다듬어주기 시작하니까 경계하는 듯 하면서도 허락을 했습니다. (헉, 감격의 눈물이...)

닭고기를 다 먹고 난 뒤에는 바로 가지 않고 머물면서 집 고양이처럼 우리 몸에 얼굴이며 몸을 부볐습니다.

덕분에 고양이를 마음껏 쓰다듬어주는 호사를 누렸으나 조금 이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계속 집 안을 들여다보는 것을 멈추지 않더군요.


혹시나 엄마를 사고로 잃었나 싶기도 하고

엄마를 찾다가 찾다가 없으니까 집 안에 있나 싶어 떠나지 않고 야옹 야옹 부르고 있었던 것인가 싶기도 하고요.

낯선 사람을 경계하던 길고양이가 그토록 친근하게 다가온 것도 엄마가 그리워서가 아니었을까?

우리엄마 말씀은 어린 고양이지만 새끼는 아닌 것이 독립시킨 거라고 하시던데요.

엄마 고양이는 영역을 물려주고 떠난 것일까요?


사연은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니 울컥합니다.

이 고양이는 왜 사람을 피하지 않고 집 앞에 앉아서 야옹 야옹 울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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