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질병이다라고 말하지 마!

2016.08.22 22:30

사팍 조회 수:3356

임신을 질병이다.
이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그런 이야기를 한 사람의 심리를 들여다 본다면 여성성을 벗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여자인 것이 싫다면, 아니 사회적으로 생물학적으로 바꾸기 힘든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게 된다면 자궁을 벗어던지고 싶을 겁니다.
할 수만 있다면 말이죠.


그런데 그러기가 쉽지 않죠.
독신이든 비혼이든 딩크족이든 여러가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지킬 수는 있겠죠.

여성성을 거부한다면 처음 이야기했던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존재한다는 말이 틀리게 됩니다.
여자와 남자의 차이는 사라지고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칠 수 있다고요.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없어지는 날이 온다면 인류는 한번 더 큰 변화를 겪게 되겠네요.

이렇게 생각을 하니 앞서 글을 쓴 누구의 논리와 비슷해지네요.


하지만 이런 결론은 거부감이 듭니다.
왜일까요?


이쯤에서 질병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았습니다.
네이버 두산백과 사전에서 심신의 전체 또는 일부가 일차적 또는 계속적으로 장애를 일으켜서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나와 있네요.


임신은 자궁이 자신의 신체 기능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벌어지는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몸 속에 파장을 일으키고 몸 전체의 발란스를 무너트립니다.
자궁이 자신의 일을 잘 할 수 있게 온 몸이 도와주는거죠.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임신은 질병이라고 하기에 애매합니다.


실제적으로 남자와 여자는 차이가 존재합니다.
생물학적으로 여자는 출산을 할 수 있는 몸이고 남자는 출산을 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남자는 여자에 비해 평균적으로 힘이 셉니다.
그런 차이가 위계질서가 필요한 시대에는 차별을 만들어 냈습니다.
차별은 아주 악날해서 어릴때부터 학습되었습니다.
여자는 이래야 하고, 남자는 이래야 해. 아주 뿌리 깊숙히 말입니다.
그리고 그 차별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여기서 사람들이라고 한 것은 여자 뿐만 아니라 남자도 피해자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으로 어릴때부터 고착화된 성역할이 여자만 피해를 줬겠습니까?


이런 논리는 현대 사회와는 맞지 않습니다.
아니 현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점차적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기계화 자동화로 일하는데 있어서 남녀의 구별이 점점 줄어듭니다.
정보화는 노인의 지혜나 남자의 근육이 선호받지 못하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사회 질서와 새로 나타난 사회상의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누구는 기존의 질서를 당장 용도 폐기 해야 한다고 말하고 어느 누구는 기존의 질서를 붙잡고 끝까지 놓지 않으려 합니다.
사람들은 이 둘 사이 어딘가에 속해 있겠죠. 각자의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말이죠.


그리고 모든 페미니스트가 임신을 질병이라고 생각할까요?
그것에 관해서 공부를 하지 않은 제가 상상력을 동원해서 생각을 해본다면 남녀의 차이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싶은 페미니스트가 있고 여성성을 더 부각시키는 페미니스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일종의 매파와 비둘기파라고 보면 되겠네요.
이 상상력이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모든 페미니스트가 남녀의 차이를 거부하는 입장은 아니지 않을까요?


임신은 질병이라고 말하는 것의 반대는 임신은 축복이다라는 입장이 아닙니다.
그것은 임신은 질병이 아니다라는 주장입니다.
왜냐면 임신은 그 긴 여정의 시작일 뿐이니까요.
임신과 출산 이후 보육, 육아, 교육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남녀의 차이를 줄일 것인지... 양성평등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를 생각한다면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이것의 시작이 바로 임신인거죠.


임신은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 먼저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것을 임신은 질병이다라는 주제로 좁혀서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굉장히 작고 좁은 이야기 밖에 나올 수가 없습니다.


또한 임신은 선택입니다.
임신이 필수이고 강요였던 시대는 점점 저물고 있습니다.
임신을 질병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임신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죠.개인의 문제이고 그것에 관해서는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임신을 질병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임신은 걸리지 말아야 하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그것은 타인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행동입니다.


개인적으로라도 임신은 질병이다는 말을 하고 다니지 마세요.
그냥 자궁이 필요없어라고 선언하세요.
그럼 조용히 아 그렇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여 줄테니까요.
남들에게 임신을 질병이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잖아요?

과격한 표현 같죠?


임신이 질병이다라는 말이 이 정도의 과격함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임신은 질병이 아닙니다. 그리고 임신은 선택입니다.
누구에게는 축복일 수 있고 누구에게는 의무일 수 있는 것입니다.
임신이 저주가 되고 자신의 미래에 짐이 된다면 암덩어리로 생각하고 낙태를 하면 됩니다.
임신을 정의 할 수 있는 것은 임신한 당사자와 그 가족의 수 만큼 많고 많습니다.
그것을 하나로 정의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파시즘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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