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26 02:39
이 글은 제가 가입한 모든 커뮤니티와 sns에 올리겠습니다.
올리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한 것은 이 글이 이 곳에서 최초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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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이 있었습니다.
인연이 희미한 대학 후배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 덕분에 알게 된 연극입니다.
수족구에 걸린 아이 때문에 삼시세끼를 차려야 하는 아내.
그녀가 저녁을 사먹자고 해서 현대 아울렛에 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까지는 별로 조바심이 나지 않았지만 평소 코스라면 아이스크림을 먹어야하는데 그러면 늦을거 같더라구요.
나는 아내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니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가서 먹으며 가자고 했습니다.
비가 왔고 혜화 로타리까지 가는 길은 막혔습니다.
아슬아슬하게 공연장 앞까지 갔고 인터파크에서 미리 예매한 덕분에 줄을 서지 않고도 입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검은 빈 공간이 들어왔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
네 명의 배우가 나와서 허공에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연극이 진행되었습니다.
각자의 배우는 변명을 했습니다. 세월호 사건 당시 구조를 담당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변명을 하면서 손가락질을 하고 울면서 무표정하게 계속 이야기는 진행되었습니다.
팩트라면 팩트인데 이게 참...
중간에 갑자기 배우들이 일제히 하늘을 쳐다봅니다.
그리고 뭘 올려야 하는데... 동영상을 올리겠습니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며 비굴한 얼굴을 보이며 아양을 떨었습니다.
그러더니 분위기가 바뀌고 모든 비난이 쏟아졌던 선원으로 배우들이 변신을 했습니다.
네 명의 배우가 계속 반복하는 변명들. 그것은 실제로 변명인 것이 느껴졌습니다.
사실만 이야기 해도 눈물이 찔끔 나더군요.
한시간이 지나고 공연이 끝났습니다.
다음 공연을 위해서 15분간 퇴장하라는 배우의 이야기에 모든 관객은 퇴장을 했습니다.
거리에서 80여명의 사람들은 서성였습니다.
저는 그 공연이 다 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공연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킬링타임.
그것은 자기 고백의 시간이었습니다.
두 명씩 8팀의 배우가 나와 세월호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담론은 다양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본 세월호.
배우로서의 세월호.
가족의 상실을 경험한 사람으로서의 세월호.
실제 공연을 제지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는 진실되었고 배우의 울림에 솔직함이 더해져 몰입이 더해졌습니다.
1시간 30분의 시간이 지나고...
커튼콜.
배우들 눈빛이 어느 별빛보다 더 반짝였습니다.
집을 오는 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뭘 말해야지? 이런 생각이 대부분이었고 기존에 내가 생각했던 단순한 이야기가 복잡하게 변하기도 했습니다.
공연 안에서 살펴본다면 예술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저에게도 해당되는 고민이기 때문에 좀 더 다가왔습니다.
공연을 보면 고민이 많아지네요.
술을 많이 (병이 걸린 이후에는요)마시지 못하는데 좀 마시게 되네요.
그게 당연한거겠죠
세월호 이후 모두 어떻게 지내십니까?
28일까지 공연을 한다고 하네요.
공연을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