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는 박근혜다

2017.04.28 01:23

윤주 조회 수:1269

홍준표가 동성애 떡밥으로 대선판세를 적지 않게 흔들었네요.

홍준표의 롤모델은 트럼프죠. 종북좌파 강성귀족노조 전교조라는 수사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디바이드 앤 룰 원칙을 충실히 따랐죠. 그러나 트럼프가 치밀한 분석에 따라 러스트벨트의 반세계화 정서를 동원해서 성공한 것과 달리 홍준표는 철지난 신자유주의 대립구도를 그대로 재활용했고 이는 그닥 먹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전면적으로 사용되지 않은 전통보수의 비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문재인은 홍준표가 내뱉은 동성애란 단어에 순간 멈칫했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머리속에서 온갖 계산이 오갔을 것입니다. 그리고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무의식을 내뱉고 말았습니다. 생명과 인권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문재인의 발언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다만 두 번째 질의에 대한 답변과 해명발언에서 차별은 반대하지만 현실을 감안해 동성혼 법제화와 군대내 동성애를 당장은 비허용하자는 입장으로 이해할 수 있겠네요. 이런 입장과 현실적 어려움은 진선미 의원의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huffingtonpost.kr/2017/04/26/story_n_16252390.html?ncid=engmodushpmg00000003

"저는 그래서 (동성결혼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누군가의 선명성이 답이 다 아니라는 거죠. 저는 (문재인 후보) 눈빛만 봐도 알 것 같은데. ‘너 이거 맞지 너 이거 맞지’하고 그래서 제가 (선거에서) 떨어지고 다른 당의 의원님이 되면 그분이 그 문제에 대해서 도와주실까요? 더 어려워지지 않나요? 저는 항상 그런 고민을 합니다.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때로는 죽을 만큼 고통스러울 때가 있거든요. 말은 너무 명쾌하죠. 제가 하고 싶은 말 정말 많거든요? 논쟁으로 이길 자신 있습니다. 이미 10년 전에 다 초토화한 적 있어요. TV토론에서 기독교 (관계자들이) “그런 건 아니군요”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냉혹함은 그런 겁니다. 내 안의 모든 것들을 다 드러내서 던져서 그때 즉시 시원한 것? 아무 소용없더라고요."

권력 없는 신념보다는 선권력 후신념을 택하겠다는 거죠. 실망스럽긴 하지만 다음과 같은 말에서 희망도 보입니다.

"- 민주당은 ‘입페미’(입만 페미니스트)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습니까.
= 저한테 듣보잡이라고 하는 어린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쟤가 여성주의자야? 페미니스트야? 이런 분들도 있어요. 저는 시민단체 분들을 만나면 더 격렬하게 이야기해주시라고 말해요. 그래야 더 협상의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제가 살아왔던 삶을 부정당하지는 않고, 조금만 더 잘하라고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민단체를 진보로 바꿔 읽으면 보수는 자신들이 맡을테니 진보의 비판으로 보수를 왼쪽으로 견인해달라는 말로 들립니다.

때마침 홍성수 교수가 군인지지선언 현장의 문재인 후보에게 성소수자가 무지개깃발을 들고 걸어가는 사진에 울컥해 한겨레에 기고를 했군요.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28&aid=0002362442

"세계적으로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정치가 인기를 끄는 건 사실이다. “당신들께 이렇게 해드리겠습니다”라는 ‘긍정의 언어’보다는 “저들을 쫓아내겠습니다”라는 ‘부정의 언어’가 선동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선거 전략일 뿐이라고? 그 전략의 원조가 바로 히틀러였고 나치였다. 그들은 그렇게 유대인을, 성소수자를, 장애인을,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학살했다.

한국은 아직 그 정도로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천만에. 나치가 준동할 무렵 나치가 그리되리라고 예상한 이들은 없었다. ‘저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가 ‘저들을 반대한다’가 되고, ‘저들을 반대한다’가 ‘저들을 박멸하자’가 되는 건 순간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한국의 유력 대선후보들이 히틀러 같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혐오와 차별을 방치한다면 어느 순간 어떤 계기에서 문제가 폭발할지 모른다. 그들의 ‘선의’와는 무관하게 그들의 무책임과 무관심이 야기할 수 있는 사태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진짜 “선제타격”이 필요한 곳은 혐오와 차별이 스멀스멀 움트고 있는 곳이다. 위험한 선동을 하는 후보는 물론이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고 있는 후보들도 면죄부를 받을 수 없는 이유다."

홍준표의 선동과 갈라치기는 효과가 있었던 듯하네요. 문이 타격을 받고 국민의당이 갈팡질팡하고 홍의 지지율이 오르고 종교계에 호소하고 동성애를 엄벌하겠다는 후속상품까지 나왔으니 말이죠. 더 이상 동요되지 말고 이쯤에서 반홍준표연대를 제안드립니다. 차별금지법과 동성혼 법제화를 두고 보수 진보간 논쟁할 순 있겠지만 극우의 분열전략과 정치적 선동에 넘어갈 순 없으니까요. 홍준표가 더 이상 동성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도록 반홍준표연대에 함께 해주세요. 홍준표는 박근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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