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는 정답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라는 게 이 글의 주제입니다. '내 얘기가 맞아!' 라는 게 아니고 얼마든지 반박도 가능하구요.

그저 이런 측면도 있다는 걸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 싶어서 적어 보는 글이니 내용이 마음에 안 드셔도 너무 세게 때리지는 마시... (쿨럭;)

 

그래서...

 

현재 기간제 교사로 일 하고 있는 분들을 정규직 내지는 무기 계약직으로 '일괄' 전환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불가능. 이 부분엔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왜 그러냐면...

 

기간제 교사라는 자리를 대충대충 분류해 보자면 크게 세 가지 정도입니다.


1. 정교사의 휴직, 병가 등등의 사유로 인해 발생한 한시적 빈 자리를 잠시 메워주는 역할.

2. 스포츠 강사, 영어 강사 등 필요했다가, 전혀 필요가 없다가. 매년 학교 사정에 의한 변동의 여지가 큰 자리.

3. (거의 사립학교의 경우에) 남는 정교사 TO를 정교사로 채우지 않고 기간제를 쓰는 경우.

 

위에서 제가 전체 일괄 전환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어그로(...)를 끌며 글을 시작한 이유는 1번 때문입니다. 저긴 정교사로 바꿀 수가 없고 또 바꿔서도 안 되는 자리입니다. 어차피 몇 개월에서 1년 후면 원래 자리 주인(?)이 돌아올 테니까요.

뭐 아예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이런 자리의 정규직화도 가능하겠죠. 땜빵 전문 요원(...) 집단을 국가에서 운영하며 정규직으로 채용하여 일반 교사 집단과 다르게 관리하며 월급을 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이건 너무 멀리 나가는 얘기니 일단 넘어가구요.

 

2번의 경우는 정규직 전환이 가능은 하지만 좀 어렵습니다. 말 그대로 어느 해에는 그 학교에 필요했다가 다음 해에는 필요 없어지고 이럴 수 있는 자리들이니까요. 뭐 전문가들과 현장의 교사들이 열심히 논의하면 해결책을 만들어낼 순 있겠지만 역시 100% 정규직화와는 거리가 아주 많이 먼 해결책 밖엔 낼 수 없을 겁니다. 말하자면 부분적으로 가능정도?

 

마지막으로 3... 이게 가장 중대한 문제인데요.

원래 있던 교사가 아예 빠져 나간 경우(그러니까 정년이든 명예든 퇴직같은 방식으로 다시 돌아올 일 없이 사라지는 상황을 얘기하는 거죠), 그리고 학교 사정상 그 자리가 계속해서 교사가 필요한 자리일 경우에 그 자리에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는 건 불법이었든가 규정 위반이었든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전체 기간제 교사 집단 안에서 이 3번의 경우가 차지하는 비율이 어마무시하게 큽니다.

공립에서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어요. 공립의 빈 자리는 언제나 임용 시험 합격한 사람으로 채우면 되고 학교 간의 인사 이동으로 해결하면 되고 그걸 지휘하고 있는 게 교육청이니까요. 이건 거의 대부분이 사립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그러니 결국 사립 학교를 쥐어 패면 될... 가요.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이들 이야기하는 '일반 교사와 똑같은 일을 하면서 계약직으로 차별 받는 사람들' 또한 대부분 이 그룹에 속하고 있구요.

그러니 기간제 교원의 정규직화에 대한 논의를 하려면 이 부분, 사립학교의 잘못된 기간제 채용 관행부터 시작을 하는 게 맞다고 봐요.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사립 학교들은 왜 이런 나쁜 짓을 하는가. 에 대한 얘기죠.

 

보통 쉽게들 떠올리는 사악한 이유(젊은 인력을 정교사 전환 떡밥으로 희망 고문하며 단물 빨아 먹고 버리기... 라든가;)로 그러는 경우도 많겠지만,

요즘 같은 경우엔 학생 & 학급 수 감소로 인해 앞 날을 대비하느라 당장의 빈 자리를 바로 정교사로 채우지 못 해서 기간제로 뽑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년 당장은 교사가 50명이 필요해서 한 명의 공석이 발생하지만 내후년에는 학급 감소로 교사가 47명만 필요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게 지금 대부분의 학교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인지라. 그리고 사립은 한 번 정규직으로 뽑아 놓은 인원은 학급 수가 줄어도 끝까지 안고 가야 하는 처지니까요. 당장 필요 정원을 모두 정교사로 채워 버릴 경우 몇 년 후 과원이 되어 버리는 상황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일반 기업이라면 사람이 남아도 업무 적당히 나눠주면서 계속 월급을 주는 식으로 자리 유지가 가능하겠지만 학교의 교사 정원은 학생 수와 학교 교육 과정을 반영한 계산법으로 매년 교육청에서 정해줍니다. 과원 상태를 유지할 수 없어요. 그러면 안 되게 되어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원래 정교사로 뽑았어야 했던 자리는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 라고 해 버리면 짧으면 1년에서 길어야 2~3년 안에 전국 사립 학교들에 대규모 과원 사태가 발생할 것이고 (학생 수는 여전히 질풍 같은 기세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럼 그것은 또 그것대로 엄청나게 머리 아픈 문제가 되겠죠. '사정이 바뀌었으니 그냥 막 해고해 버리겠다' 라고 하면 애초에 정규직화를 해 주는 의미도 없는 거고. 그렇다고해서 그 사람들을 다 공립으로 옮겨줄 수도 없는 거구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쉽고도 완벽한 만능 답변으로 '학급당 인원 수 감축으로 학급 수를 유지하며 필요 교사 수를 늘리자' 라는 게 있겠지만 그건 돈 문제가 장난이 아니라서 아주 부분적으로 밖에 시행될 수가 없습니다. 요즘 정부에서 발표하는 정책들 보면 돈 쏟아 부을 게 너무 많아서 교육 따위(...)에 그런 큰 돈을 들이려 하지 않을 것 같구요.


그렇다면 일단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할 것은 (사립) 학교들을 엄격하게 관리 감독해서 이런 불법 내지는 편법적인 기간제 채용을 못 하고 안 하게 만드는 거겠죠. 그렇게 해서 계약직은 저엉말로 초 단기 땜빵 메우는 역할로만 채용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정규직으로 뽑도록.

그와 동시에 그 정규직이 필요량보다 과하게 넘쳐나게 되지 않도록 정부에서 심혈을 기울여 수급 조절을 해야겠구요.

'현재의 불법/편법 채용된 계약직 교사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 역시 중요하긴 하겠지만 이것은 전체적인 교사 수급과 학생 수 증감에 대한 현실을 분석하고 거기에 맞춘 교사 수급 정책을 세우면서 병행하여 고민되어야할 문제라고 봅니다. 그리고 어떻게 고민하더라도 '모두 정규직화'는 불가능한 이상일 거구요.


또한 여기에다가 기득권자(현직 정규직 교사들) 및 교원 임용 준비생들이 기간제 교사들을 향해 벌이는 계급 & 밥그릇 투쟁 같은 프레임을 들이대는 건 상황의 어떤 한 측면은 비춰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됩니다.


 뭐 그렇습니다.


덧붙여서.

요즘처럼 논란이 뜨거워지는 건 정부의 잘못이 크다고 봅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서 어떻게 해 보겠다는 얘기 없이 계약직 교사의 정규직화 얘기를 꺼냈다가 넣었다가 하는데 워낙 그 부분에 대한 디테일이 없어서 사람들이 모두 다른 관점으로 토론을 하다 보니 답도 안 나오고 난장판만...;



한 줄 요약 : 무엇을 어떻게 하여도 현재 사범대 재학 중인 학생들의 미래는 어둠 뿐입니... (쿨럭;)


약간 더 긴 요약 :

1. 여러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지만 결국 학교 운영의 편의를 위해 규정을 위반해 온 사립학교들과 그걸 방치해 온 정부의 잘못이 가장 큽니다.

2. 가장 쉬우면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해결책은 정규직 교사 채용을 확대하는 것이겠지만 그게 나라 살림 사정을 생각하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

3. 그동안 잘못되어 왔던 관행을 뜯어 고치면서 체계적인 교사 수급 계획을 세우는 게 최우선이고 기간제의 정규직화는 그 과정에서 함께 논의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4. 그런데 어떻게 해결하려 해도 행복해질 사람들 보단 빡칠 사람의 수가 훨씬 많아 보입니다(...)

5. 때리지 말아 주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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