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뽐뿌: 오페라 속의 미학 I

2017.08.31 17:27

김원철 조회 수:463

아는 교수님한테 낚여서(…) 단행본의 한 챕터를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 실물을 받아 보니 책이 생각보다 예쁘네요. ^^

제가 쓴 챕터에서 흥미 유발 목적으로 쓴 첫 두 단락을 살짝 인용하자면:

일본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는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의 ‘고슴도치 딜레마’1)를 인용하는 등 쇼펜하우어 사상을 노골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에 나오는 이른바 ‘인류보완계획’은 결국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의지 부정’에 의한 열반을 인위적으로 달성하려는 계획이며, 그 실체는 인류를 강제로 진화(?)시켜 LCL(Link Connect Liquid)이라는 ‘액체’ 상태로 바꾸는 것이다.

또 미국의 ‘국민 드라마’라 할 수 있는 〈스타트렉〉 시리즈에서는 몸이 액체인 지적생명체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일시적으로 육신을 고체 상태로 만들 수도 있지만) 종족 전체가 액체 상태로 뒤섞여 육체와 정신이 통합된 이른바 ‘그레이트 링크’(Great Link)를 선호한다.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종족과 떨어져 지내다가 ‘그레이트 링크’를 처음 경험한 극중 인물 ‘오도’가 정신의 대통합 상태에서 경험한 황홀경은 바그너식 열반인 ‘열광적인 기쁨과 황홀’, 나아가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의지 부정에 의한 열반과 유사하다.

4장 물결치는 사랑과 바그너식 열반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 김원철 
1. 물의 메타포와 물결치는 사랑
2. 죽음과 사랑 
3. ‘화성의 바다’로 표현된 사랑

첫째 부분: 〈트리스탄과 이졸데〉 1막을 중심으로 처음에 투척한 떡밥을 푸는 동시에 둘째 부분을 위한 철학적 내용 워밍업

둘째 부분: 쇼펜하우어 사상을 바탕으로 2막을 설명… 이렇게 써놓으니까 내용이 따분할 것 같은데 아닙니다; 결국 1막 떡밥을 심화 확장하는 내용

셋째 부분: 3막을 중심으로 떡밥을 최종 회수. 『트리스탄 코드』를 쓴 브라이언 매기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음악이 총체예술의 다른 요소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이유를 쇼펜하우어 사상에서 찾았지요. 그 분석을 지지하면서 리처드 타루스킨의 '화성의 바다'(Sea of Harmony) 개념으로 음악적인 논거를 보충하는 내용.

책 전체 컨셉이 비유하자면 '수식 없는 물리학 논문집' 같은 겁니다. 필진들이 그래서 엄청 괴로워했다는 후문. 말하자면 악보 분석을 구체적으로 한다거나 하지 않아요. 비전공자도 함 뎀벼볼 수 있는 수준.

여기까지 읽고 입질이 오셨으면, 지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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