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8 13:55
미란다 프리커 Miranda Fricker (2007) 의 Epistemic Injustice (인식 불평등) 를 읽고 있어요. 이 사람은 인식 불평등을 두가지로 구분하는데, 하나는 증언 불평등 (testimonial injustice)이고 또 하나는 해석 불평등 (hermenutical injustice)라고 해요. 한국 용어는 제가 몰라서 자의적으로 붙였습니다.
증언 불평등이란 편견으로 인해 청자가 화자의 메시지를 덜 신용한다는 것입니다. 해석 불평등은 화자가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어떻게 해석해야할 지 모르고 이름붙여야 할지 모르고 또한 타자에게 어떻게 제대로 전달해야할지 모르는 상태를 말합니다. 미란다 프리커는 이 두가지를 성폭행과 연결해서 설명해요. 해석 불평등이 먼저 일어나고 증언 불평등이 나중에 일어납니다.
사회적으로 성추행/성폭행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잘 모를 때 (collective hermenutical resources가 부족할 때), 문화적으로 집단적으로 무엇이 성추행인지 인식능력이 부족할 때, 구조적으로 해석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군대에서 상사가 내 엉덩이를 잡았다 하면, 이걸 도대체 어떻게 단박에 이름붙여야 하고 해석해야하는지 사회적으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내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 해석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증언은 산만해집니다.
이런 산만한 증언은 증언 불평등으로 이어집니다. 청자는 질문합니다. 왜 저 여자는 증인 석에서 눈을 피해? 왜 저 흑인은 말을 횡설수설해? 카메라 앞에서 저렇게 또렷이 말을 못하다니 바보 아니야? 저렇게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있어? 하구요. 편견으로 인해 증언을 덜 신용하는 거죠.
권력의 불평등이 곧 인식의 불평등, 해석의 불평등을 가져오고, 이는 증언 능력의 불평등으로까지 이어진다고 프리커는 말합니다.
책은 여기 있어요.
https://www.amazon.com/Epistemic-Injustice-Power-Ethics-Knowing/dp/0199570523
2018.03.08 14:08
2018.03.08 15:30
2018.03.08 16:27
잘 읽었습니다.
2018.03.08 17:14
2018.03.09 07:00
미란다 프리커는 그래서 tesimonial sensibility를 길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A form of rational sensitivity that is socially inculcated and trained by countless experiences of testimonial exchanges, individual and collective래요. 개인적으로 또 집단적으로 증언을 교환하면서 무수한 경험을 쌓아서 머릿속에 심어진 이성적인 감수성...으로 번역되겠네요.
2018.03.09 09:53
와... 해석 불평등에 대한 해석 불평등이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산만한 증언을 지지하기 위해 했던 제 말들도 횡설수설이었거든요. 해석불평등이란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요. 이제 그 개념이 생겼으니, "왜 산만한지"에 대해 "정확하고 또렷하게" 설명할 수 있겠어요.
2018.03.1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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