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고등학교 동창들끼리 만나 수다를 떨다왔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 편한 친구들이지요. 나이 먹고 대가리 굵어졌다고 똥고집 피우고 곤조부리지도 않고

서로 의상하지않게 잘지내고들있습니다.


아직 결혼하지않은 친구들이 더 많아서 결혼한 친구드이 참석하지못해도 인원은 좀 되더군요.

결혼해서 애키우는 친구들은 워낙에 힘든걸 알길래 결혼안한 친구들이 먼저 연락을 잘 안합니다.

대신에 결혼한 친구들이 좀 여유가 되서 먼저 연락을 하면 어떻게든 약속을 잡는 편이구요.


이날도 결혼한 친구들 못봐서 좀 섭섭한 마음에 그와 관련한 얘기가 오갔는데 저 포함 다들

집과 결혼한 포기하면 사는데 그리 어려움은 없다고 하더군요. 물론 집에 우환이 있어서

이쪽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라면 그럴 수 없겠지만요.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다들 학교 다닐때 공부와는 거리가 먼쪽이어서 사실 학교는 그냥

자리매꾸고 시간떼우는 곳이었거든요. 실제로 교사들이 '니들 이러다 더럽고 빡쎈일 하면서 일생 골골하게 살아갈거다'라는

말을 믿고 속으로 불안해하기도 했었는데 현실은 뭐 다들 어디가서 아쉬운 소리 안하고

소소하게 자기 하고 싶은거 하면서 그런데고 먹고 살고 있습니다.


저처럼 자영업하면서 시간 여유있게 보내는 경우도 있고 현장직 친구들은 사무식보다 사소한 터치가 없어서

다들 그럭저럭 지낼만 하다더군요. 개인사업하다 빚이 좀 생긴 친구도 있는데 어찌어찌버텨가면서 빵꾸난거

매꿀 계획을 가지고 있더군요. 다들 크게 사치를 부리거나 뻘짓거리는 안하면서 사는지라

이상한곳으로 빠진 친구들도 없네요.


다만 살던곳이랑 다니던 학교가 좀 어둡긴한곳이라 과거의 친구들 소식이 뜨문뜨문 들리던데 안좋은 쪽으로

빠졌거나 잘안풀린 경우도 있고 이미 소식을 알 수 없는 친구들도 더러 있더군요. 특이한 건 나름 학교에서

성적이 좋았던 친구들도 경제적으로는 그리 윤택하진 못한 경우도 많더군요. 애초에 다들 금수저들은 아니니

뭐 공부 잘해도 자기 힘으로 아둥바둥 살아가야하는건 마찬가지였겠지요.


친구들끼리 결혼하고싶냐 이런건 굳이 서로 잘 물어보진않지만 얘기가 나와서 들어보니 저 포함 대부분

별로 결혼에 관심은 없더군요. 거기다 연애도 슬슬 이제 더 이상 안해도 될거같다 얘기도 많고요.


다만 저 포함 자기 집 하나는 가지고 싶다는 얘긴 다들 하더군요. 뭐 작은 집이라도 하나 장만한 친구도 있고

나름 괜찮은 집 사려고 돈모으는 친구도 있긴 했지만 이쪽 지역도 요새 집값이 녹록치않은지라 젊은 날에

집 마련하는게 쉽진않겠더군요. 그런 이유로 집에 대한 욕구도 최근 몇년 사이에 많이 줄어들었다더군요.


대신에 시간 여유될 때 자기가 하고 싶은거 소소하게 하고 그때그때 풀고 싶은거 풀고 사는게 낫다더군요.

요새 젊은 사람들에게 유행하는 탕진잼, 소확행도 아마 이런 맥락인 듯 싶습니다.


비록 집은 없어도 나름 혼자 살만한 곳 하나 월세나 전세로 살기엔 그래도 부족함들이 없으니까요.

다들 취미가 달라서 집, 결혼 얘기 제외하곤 예전처럼 서로 관심사 얘기나 재미있는 얘기로 채웁니다.


학교 졸업하고 사회 나갈땐 우리같은 놈들이 뭘 할수있을까? 했는데 의외로 할게 많더군요.

학교 다닐땐 전부 낙오자였는데 막상 나가서 구르다보니 어떻게든 굴러가지더군요. 물론 대기업 다니거나

사짜를 달거나 사업 대박난 소위 잘나가는 경우는 없지만 따박따박 들어오는 일정 수입으로

다들 넘한테 아쉬운 소리 안하고 살아가니 만나서 서로 힘들다, 죽겠다 이런 얘기는 잘 안 나오더군요.

한 10년 전 쯤엔 경험도 일천하고 위치도 낮아서 다들 일에 치여 살아서 그땐 만나서 한숨쉬고 죽겠다 소리도

곧잘하곤 했는데 이제 짬밥이 서로 차다보니 여유가 생긴 모습이었습니다.


또 나이먹어가면서 보수화, 꼰대화되어서 분위기 깨는 이상한 소리하는 친구들도 없구요. 서로 정치성향에

관한 얘기 자체를 안하는 편이긴 하지만 적어도 수꼴같은 친구는 없는것 같더군요. 애초에 사람 만나는

자리에서 불편함이 생기는걸 다들 싫어하는 성격들이라 그런 것 같네요.


암튼 그 정도로 다들 살만하네 소리하면서 자리를 끝내긴 했지만 앞으로 10년 후를 생각하면 또 어찌될지

모를 일이긴 합니다. 다들 지금 나이가 한창 일 할수있는 나이긴하지만 세상이 어찌 변할지 모르니까요.

그땐 만나서 입에 풀칠....아니 그 정도면 서로 만나기도 힘들겠지만.


뭐 그럴때 마다 같이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을 떠올립니다. 교사들한테는 버러지 취급 받고 하고 싶은게 뭔지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른채 그냥 시간만 죽이다 막상 교복 벗을 때가 되었을땐 막연한 불안감에 두렵기도 했지만

나와서 구르다 보니 어찌어찌 답을 찾게 되었으니. 그때 생각하면 어떻게든 죽을때까진 살아지게 되겠네요.

끼니를 거르지 않고 잘 수 있는 공간까지 잃지만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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