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과 사람들

2020.10.16 03:59

안유미 조회 수:525


 1.사람들이랑 만나는 건 좋아요. 하지만 사람들과 만나서 노는 건 좋아하지 않아요. 사람들과 만나서 하는 활동은 소소하게 식사하고 차 마시고...아니면 영화 보러 가기 위한 거죠. 진짜 사람들과 만나는 건 노는 날이 아니라 쉬는 날에 하는 거예요. 


 진짜로 놀거나, 또는 진짜로 일하거나 하는 건 대개 혼자 해요. 물론 그때도 사람을 만나긴 만나지만 그때 만나는 사람들은 진짜 사람이 아니라 롤...덧씌워진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인거죠. 


 진짜로 놀거나...진짜로 일할 때 만나는 놈들이 역할이라는 가죽을 뜯어내고 자신을 너무 드러내려고 하면 짜증나요. 그건 여러분도 그렇겠죠.



 2.뭐 그래요. 진짜로 사는 날에는 진짜 사람을 못 만나고, 진짜로 살아가지 않는 날에는 진짜 사람을 만나는 거죠. 


 사실 나는 백수라서 자신을 드러낸다거나...자신을 숨긴다는 생각은 별로 할필요 없어요. 나는 24시간 나로 사니까요. 하지만 모두가 쉬는 날...인간들이 진짜 그들 자신이 되는 날 그들을 만나보면, 그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걸 꽤나 좋아하더라고요. 자신의 생각...자신의 의견...뭐 그런 것들을 내보이기 좋아하죠.



 3.전에 썼듯이 여자를 만나면 요즘은 돈을 쓸필요가 없어요. 왜냐면 내게 시간을 쓰는 여자는 내게 돈도 쓰거든요. 정상적으로 직장을 잘 다니는 여자들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 시간이 나니까요. 그 소중한 시간을 쓰는 상대라면, 돈을 쓰는 건 껌인 거예요. 맨날 호스티스만 만나다가 정상적인 여자를 만나보니 돈을 쓸필요가 없어서 좋더라고요.



 4.휴.



 5.그리고 남자 또한 그래요. 정상적인 직장을 다니는 남자를 만나보니, 내가 돈을 쓸필요가 없는 거예요. 가끔씩 고깃집이나 술집에서 '내가 낼께!' '아니 내가 낸다니까!'하는 남자들을 보며 저놈들은 대체 왜 저러나...싶었는데 요즘은 이해가 가요.


 왜냐면 회사에서 직급 대 직급...직원 대 직원으로, 업무적으로 만나는 관계라면 그냥 회사 카드를 쓰니까 아예 그런 실랑이를 할 필요가 없거든요. 업무 중에서 식사나 술자리를 갖는 거니까 법인카드를 긁으면 되니까요.


 그리고 그들은 거의...가진 시간의 대부분을 업무적으로 만나는 사람과 보내요. 그러니 업무에서 해방되어서 누리는 자유시간은 그들에게 황금 같은 거고요.



 6.그러니까 남자들 또한, 그런 황금 같은 시간에 나를 만난다는 건 내게 돈도 쓴다는 거죠. 누군가에게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거지 시간을 내 준다면 돈을 쓰는 것쯤은 껌이니까요. 물론 비싼 거는 안 사 주지만...그래도 사주는 게 어디예요? 


 고깃집이나 술집에서 '내가 낼께!'하면서 실랑이를 부리는 남자들은 꼭 허세로 그러는 게 아니라...정말로 돈을 내고 싶은 거더라고요. 왜냐면 소중한 자유시간에 자신의 시간을 내준 상대라면, 밥값도 내고 싶어지는 걸 거니까요. 



 7.어쨌든 정상적인 사람들을 주로 만나게 되니 내가 꼭 돈을 내야 한다는 롤에서 벗어나게 되어서 좋아요. 앞으로 좀 더 많이 벗어나고 싶네요. 나는 사실 돈쓰는 거 정말 안 좋아하거든요. 왜냐면 돈을 좋아하니까요. 돈을 좋아하기 때문에 돈을 쓰는 건 원래부터 매우 싫어했어요.


 후...내일은 고기로 해장하고 싶네요. 혹시 고기 좀 사줄 수 있는 사람 없나요? 상수역이나 신도림역에서 오후 3~오후 9시 사이에 시간이 나요. 없다면 뭐. 혼자 고깃집에 가서 처량하게 먹는 거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0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5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66
126036 서울시의회, 민주당 압승 [4] 빈칸 2010.06.03 5902
126035 [사진] 진이인이와 함께한 주말 면식수행기 ^^ [16] gilsunza 2010.06.03 6311
126034 실망할 필요가 있습니까?! 러브귤 2010.06.03 4510
126033 와우 드디어 되는거에요? - 지겨운 단일화 이야기 [6] Apfel 2010.06.03 4817
126032 올킬 여사를 만났습니다. [6] 페리체 2010.06.03 6973
126031 예전보다 게시판이 너무 희미해 보여요; [10] skyafternoon 2010.06.03 5684
126030 표차가 얼마 안나네요. v 2010.06.03 4326
126029 민주당-진보신당, 결국 제 밥그릇 싸움 [10] 바오밥나무 2010.06.03 5778
126028 광우병에 대한 자료좀 부탁드립니다. [2] 2010.06.03 4689
126027 수도권 전체에서 압승했습니다. 지금은 좀 기뻐하자구요 [9] 담담 2010.06.03 5582
126026 방자전이 많이 야하다는 소식이 들려오는근영 [10] 사람 2010.06.03 10213
126025 이경실씨 친언니가 구의원에 당선됐네요 [3] 꽃개구리 2010.06.03 7195
126024 듀나님 보시면 연락주세요. DJUNA 2010.06.03 4583
126023 로그인이 안 되는 분 계신가요? [4] paired 2010.06.03 4335
126022 [링크-우석훈 blog], 노회찬한테 뭐라 그럴 것 없다. [9] Luna 2010.06.03 6052
126021 노회찬의 득표율은 무슨 의미인가. [7] 마르세리안 2010.06.03 6861
126020 광역의원 비례대표 정당별 투표율 [20] clytie 2010.06.03 7137
126019 생각보다 많이 기운이 빠지네요 [2] 셜록 2010.06.03 5237
126018 배철수 아저씨는 진보인가요? 보수인가요? [3] 달빛처럼 2010.06.03 7505
126017 국민 아줌마 [11] 가끔영화 2010.06.03 704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