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캐슬

2024.03.20 10:44

돌도끼 조회 수:212


126000756.jpg
엑설런트 버전 표지



1984년에 아스키에서 개최한 소프트웨어 콘테스트의 당선작(당시 심사위원중에 코마츠 사쿄도 있었다고 합니다)을 제품화한 퍼즐 게임입니다.

요시다 이사오라는 사람이 FM-7 컴퓨터로 작성했고, 85년 봄에 출시되었습니다.
제품화된 제목은 '더 캐슬'이고 제품 껍데기에도 '더 캐슬'이라고 써져있지만 게임의 타이틀 화면에는 '더 캐슬 앤 프린세스'라고 나옵니다. 그런걸 보면 요시다가 창작한 원래 게임 제목이 그거였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MSX로 컨버전될 때는 게임 타이틀도 '더 캐슬'로 바뀝니다) 영어 관사는 늘 생략하는 관례상 한국에선 그냥 '캐슬'이라고 하죠. 정발된 적은 한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만...



마왕 메피스토에게 납치된 마르가리타 공주를 구하려고 이웃나라 라파엘 왕자가 방방 뛰며 고생한다는 지극히 심플하면서 왕도를 달리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라파엘 왕자는 높이뛰기 능력과 긴 체공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말고는 장기가 전혀 없는, 유리몸의 소유자입니다. 적과 스치기만 하면 사망이니 공격할 수도 없어 여기저기 널려있는 아이템을 밀어서 상대를 압사시키거나 가두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이런 제약속에서 총 100개가 있는 방들을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며 공주가 있는 방을 찾아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100개의 방은 일반적인 퍼즐 게임처럼 단계별로 넘어가는 100 스테이지가 아니라 전체가 다 하나로 엮인 퍼즐 덩어리처럼 되어있습니다. 길을 잘못든다거나 한 방의 퍼즐을 잘못 풀었다거나 소모품의 잔여관리를 잘못했다거나 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수 틀렸다는 걸 깨달았을 때를 위한 자살키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게임을 세이브할 때는 또 잔여목숨을 하나 내줘야하기 땜에... 여러모로 난이도에 자비가 없는 게임입니다.
그렇다고 못할 정도는 또 아니어서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꾸준히 도전하면 외부도움 없이 혼자서 끝낼 수는 있었습니다.

게임이 인기를 끌자 같은해 연말에 똑같은 게임에 퍼즐(맵)만 새로 갈아넣은 '캐슬 엑설런트'가 출시되었습니다. 2편은 아니고(2편은 별도로 기획되었다가 취소...) 요즘이라면 DLC로 나올 추가맵 같은 건데, 본편을 다 끝낸 애들을 대상으로 나온 거다보니 정말로 난이도에 자비가 없어서, 이건 진짜로 공략 안보고는 하는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원본인 FM-7과 X1, PC-8801까지는 하드웨어 스펙이 비슷하다보니 BGM의 음색만 좀 다른 정도로 똑같이 나왔지만 하드웨어(특히나 그래픽 해상도)가 판이하게 다른 MSX는 거기 맞춰서 고치다 보니 그냥 좀 고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맵 구성이 달라진 다른 게임이 되었습니다. MSX와 하드웨어 스펙이 비슷한 기종들(PC-6001이라든가)은 MSX와 같은 맵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캐슬'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맵 구성은 다른 두 가지 게임이 존재하고, 그점은 맵만 다른 또다른 '캐슬' 게임인 '엑설런트'도 마찬가지라, '캐슬' 게임에는 서로 다른 네종류의 맵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거기에 게임기 버전을 또 별도로 추가해야할지도...)






-아스키가 MSX를 주관하는 회사였다보니 타버전들보다 MSX 버전에 조금 더 신경쓴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어요. 하드웨어 스펙이 더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MSX 버전 그래픽이 더 귀여워 보이는데다 PSG로 나오는 MSX BGM 음색이 타기종 FM 사운드보다 더 좋게 들려서요(물론 이건 취향따라 달라질 수도...)

-게임 패키지 일러스트는 만화가 메르헨메이커가 맡았는데, 게임의 본체와는 백만광년 떨어진 그림이라서 또 인상적이었습니다ㅎㅎ

-PC-8801등의 버전에는 불법 복제방지장치가 있는데(MSX는 롬팩이라 그런거 없음) 복제버전으로 플레이하면 정상버전에서는 안나오는 특별한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미친 구성으로 사람 기를 팍 죽이는)방이 나오고 (근성으로) 그 방을 클리어하면 '복사하면 안되용'하는 메세지가 뜨고 그대로 중단된다고 합니다.복사방지에 이정도로 공을 들이다니 오히려 해보고 싶어지는...

-재믹스에서는 세이브도 자살도 안되기 때문에 컴터로 할 때보다 난이도가 훨씬 더 높아졌다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8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2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30
126027 그냥 이런저런 킹콩 잡담 [1] 돌도끼 2024.04.20 427
126026 페이크 다큐의 먼 조상이자 어쩌면 괴수영화의 성립에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르는... [2] 돌도끼 2024.04.20 581
126025 잡담) 관계의 종말 - 우리... 끝난 겁니까? 그렇단다 인간아 영원한 없는 법이지 [5] 상수 2024.04.20 607
126024 [넷플릭스] '더 시그널' [3] S.S.S. 2024.04.20 578
126023 [디즈니] 위시. [3] S.S.S. 2024.04.20 471
126022 조지아 블랙, 라떼 catgotmy 2024.04.20 364
126021 [KBS1 독립영화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45] underground 2024.04.19 591
126020 프레임드 #770 [4] Lunagazer 2024.04.19 335
126019 아래 글-80년대 책 삽화 관련 김전일 2024.04.19 433
126018 요즘 계속 반복해서 듣는 노래 Ll 2024.04.19 441
126017 PSG 단장 소르본느 대학 강연에서 이강인 언급 daviddain 2024.04.19 449
126016 링클레이터 히트맨, M 나이트 샤말란 트랩 예고편 상수 2024.04.19 466
126015 [왓챠바낭] 괴이한 북유럽 갬성 다크 코미디, '맨 앤 치킨'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4.04.18 541
126014 오늘 엘꼴도 심상치 않네요 [7] daviddain 2024.04.18 475
126013 프레임드 #769 [4] Lunagazer 2024.04.18 343
126012 [근조] 작가,언론인,사회활동가 홍세화 씨 [11] 영화처럼 2024.04.18 913
126011 80년대 국민학생이 봤던 책 삽화 [8] 김전일 2024.04.18 713
126010 나도 놀란이라는 조너선 놀란 파일럿 연출 아마존 시리즈 - 폴아웃 예고편 [2] 상수 2024.04.18 521
126009 체인소맨 작가의 룩백 극장 애니메이션 예고편 [2] 상수 2024.04.18 439
126008 [웨이브바낭] 소더버그 아저씨의 끝 없는 솜씨 자랑, '노 서든 무브' 잡담입니다 [5] 로이배티 2024.04.18 59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