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월이 벌써 2/3가 지났네요.

직장은... 즐겁습니다.

학년 초의 가장 바쁘고 빡센 시기가 이번 주를 고비로 대략 지나갔구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올해 새로 들어온 아이들이 '어라? 얘들이 왜 이러지?' 싶을 정도로 좋은 분위기거든요.

실제로 이번 달 내내 '대체 얘들은 왜 이런 걸까요??' 라는 대화를 매일 나누다가 이제부턴 그만 하기로 했어요. 너무 좋아하다가 부정 탈까봐... ㅋㅋㅋ

암튼 아직 내 운빨은 죽지 않았구나!! 라고 생각하며 흡족해 하는 중입니다.



2.

저 말고도 주변에 종종 이런 체질(?)을 가진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요. 

일년에 한 두 번 정도 갑자기 몸이 확 안 좋아질 때가 있거든요. 원인은 별 거 없고 주로 감기죠. 가아끔은 허리나 어디 관절이 아플 때도 있긴 하지만 거의 감기.

근데 포인트는 이 상태가 화악!!! 하고 안 좋아지는 게 주로 평일 오후라든가... 특히 금요일 오후, 저녁일 때가 많구요.

그래서 집에서 쉬는 기간 내내 골골거리다가 출근하고 나면 아무 이유 없이 급속하게 멀쩡해져서 그대로 끝이 나는 겁니다.


이번 월요일에 그랬어요. 퇴근할 때쯤 되니 머리가 띵하고 컨디션이 안 좋더니만. 저녁 먹고 나서 열도 나는 것 같아 체온을 재 보니 38.3도!!

이미 뭔가 패턴으로 각인되어 있었던지라 퇴근 길에 미리 사 갔던 약국 종합 감기약을 먹고 일찍 잠을 청했는데, 밤새 자꾸 깨서 골골거리다가 '이러다 내일 출근도 못 하는 건가...' 했는데요.

아침에 일어나니 여전히 열은 있지만 조금은 나아진 것 같았고.

그래서 메롱한 상태의 몸을 끌고 약 먹고, 마스크 쓰고 출근하고, 애들 앞에서 아주 평소 그대로인 척 하면서 오전 수업을 하고 나니 말 to the 짱. 


이건 대체 뭘까요.

아프면 일을 해야 낫는 체질인 건지. 아님 퇴근하고 긴장을 풀면 와라락 아프다가 출근하면 다시 긴장을 하면서 몸이 버텨내게 되는 건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3.

애들이 각자 방을 쓰게 되면서 잘 때 꼭 문을 조금 열어 달라 그러네요.

그래서 예전엔 애들 재우고 나면 거실에서 티비로 영화를 보고 잤는데, 요즘엔 컴퓨터 방에 처박혀 문 닫고 OTT를 봅니다.

그런데 벌써 10년 넘게 혹사 시킨 원래 스피커가 근래들어 간헐적으로 아주 선명하게 거슬리는 화이트 노이즈를 뱉어대며 은퇴를 요구하길래... 고민 끝에 새로 하나 샀습니다.

근 몇 년간 PC 커뮤니티에서 가성비 스피커라고 하면 다들 묻지마로 추천하던 모 제품... 을 사 봤는데요.

택배 받자마자 대충 설치하고 테스트 삼아 넷플릭스로 '매버릭'을 틀어봤는데. (이런 일 있을 때마다 이 영화만 트네요. ㅋㅋ)


와 좋네요.


물론 10만원도 안 하는 가격대의 제품이라는 걸 몹시 감안해서 적는 소감입니다만. 어쨌든 가격 대비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ㅋㅋㅋ


씐난 김에 그냥 영화 전체를 다시 봐 버렸네요. 허허. 여전히 재밌었어요.

뭐 우주 명작이라고 칭찬하기엔 많이 무리가 있지만, 팬서비스 무비로는 역대 최고봉에 가깝다고 봐도 아주 과언은 아닐 듯 하구요.

그냥 봐도 추억 돋는 오프닝과 클라이막스 도그파이트 씬들은 충분히 멋지고 재밌고 심지어 감동적이에요. 

어지간해선 한 번 본 영화들은 다시 안 꺼내보는 요즘입니다만. 이 영화는 앞으로도 생각 날 때마다 다시 돌려볼 것 같네요.



4.

요즘 중학교에는 정규 교과 수업들 말고 무슨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수업들을 편성해서 진행하는 학기가 있는데요.

사실 이게 대한민국 교육부가 추진하는 거의 모든 일들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무리수입니다.

결국 그 수업들을 진행하는 게 그 학교 교사들인데. 뭘 다양하게 해 봐야 얼마나 하겠고 전문적으로 해 봐야 얼마나 하겠어요.

근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제가 그 중 하나를 맡게 돼서 주제를 정하라길래... 에라 모르겠다 맨날 카메라 들고 다니니까 카메라 수업을 하지 뭐. 이렇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얘길 들은 진짜 카메라 덕후 동료가 본인 카메라 두 대를 제공해주셔서 제 카메라 둘과 함께 총 네 대로 수업을 하고 있네요.


근데 본의 아니게(?) 학생들이 많이 즐거워합니다. 이럴 줄 몰랐는데요.

저부터가 허접인지라 그냥 기본 조작법이나 가르쳐 준 후에 시간 주고 학교 돌아다니며 찍고 싶은 거 잔뜩 찍어오게 한 후에 다음 시간에 함께 구경하며 노는 건데요.

그냥 이 dslr, 미러리스 카메라들을 갖고 노는 것 자체도 재밌어 하고. 또 그걸로 자기들끼리 찍은 사진들 보는 것도 아주 즐거워해요.


문제는 이 카메라 넷이...


1. 거의 20년 묵은 구형 풀프레임 dslr + 단렌즈

2. 대략 10년쯤 된 그나마 요즘 카메라스런 APS-C dslr + 망원 렌즈

3. 10년 조금 안 된 풀프레임 미러리스 + 단렌즈

4. 10살 조금 넘은 렌즈 일체형 스몰 바디 APS-C 미러리스


이따우로 제 멋대로 조합이라서요. ㅋㅋㅋ 조작계도 다 다르고 탑재 기능도 다 다르고... 어떤 건 뷰파인더로만 찍어야 하고 어떤 건 뷰파인더가 영 구려서 LCD 보며 찍어야 하고 어떤 건 반셔터를 써야 하고 어떤 건 안 써도 되고 어떤 건 줌이 되는데 다른 것들은... 뭐 이렇다 보니 명색이 수업인데 수강 학생 전원에게 카메라 네 대 조작법을 다 숙지시키는 게 거의 네버 엔딩 스토리네요.


그래도 어쨌든 다들 즐거워하니 좋습니다.

많이들 찍고 놀고 추억도 많이 만들고 제발 땅바닥에 떨구지만 말아다오. 그동안 카메라 값 많이 올라서 이거 망가지면 새로 못 사(...)



5.

아마존 프라임은 여전히 쓸 데 없이 열 일을 하며 저를 화나게 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폴 버호벤의 '아그네스의 피'가 올라왔네요. 물론 한글 자막 없이요. ㅋㅋㅋ 로잔나 아퀘트와 마돈나가 나오는 '수잔을 찾아서'도, '겟 쇼티'의 속편인 '비 쿨'도, 밀로스 포먼의 '헤어'도... 모두 다 한글 자막 없이 당당하게 올라와 있습니다.


니들 대체 왜 이러는 건데. ㅠㅜ



6.

전통의 개학 날인 3월 2일이 토요일이었던 관계로 3월 4일에 새 학기를 시작한 건 참 좋았습니다만.

이후로 휴일 하나 없는 3월을 버텨내도 4월 총선 전까지 휴일이 하나도 없는 건 좀 피곤하네요.

결과야 어찌되었든 얼른 총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적으면 너무 무책임한가요. ㅋㅋㅋ 하지만 뭐 제가 정치하는 것도 아니니까!!


뭐 어쨌든 간에...



아무리 관심 안 가는 이야기라고 해도 그 주제가라는 노래를 이렇게 수천 번을 들었으면 영화도 한 번 봐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당연한 듯이 볼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ㅋㅋㅋㅋ 언젠간 볼 날이 올까요?

뭐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죠. 아마존 프라임이 자막 없이 올려준다든가(...)


암튼 이걸로 또 오늘의 영양가 없는 잡담을 마칩니다. ㅋㅋ 다들 편안한 밤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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