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가면라이더 관련 잡설

2024.04.07 04:52

DAIN 조회 수:210


- 안녕하세요, 의미불명한 글이나 쓸데없는 댓글만 남기는 DAIN입니다.


오늘도 뭔가 근래에 본 걸 쫘악 늘어놓고 정리하고 싶었는데, 사실 시작할 때엔 뭔가 싶은 말이 잔뜩이었지만 그냥 간단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작품에 대해서 평가보다 감독 성향이 먼저 따져 지는 상황이라면 굳이 머 이런저런 말을 해봤자 관심 가는 것 이상의 다른 평가 전환이나 다른 부류의 이견을 끌어내기도 힘들 것 같고…)


오늘 쓰려고 했던 [신 가면라이더]란 영화 자체는 아마존 프라임에서 이미 본 거지만, 

역시 극장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게 좋음을, [신 울트라맨] 보면서도 실감했기 때문에 개봉 당일에 가서 보고 오기는 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안노 히데아키는 어쩌다보니 떠버린 성공한 오덕이란 취급을 받는 경향도 있지만, 일단 여기서도 자기가 생각하는 71년 TV드라마 [가면라이더]의 엑기스를 뽑아내는 리스펙트를 잘 보여주긴 합니다.

머 언제나처럼의 안노 영화라는 평은 피할 수 없고, 사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만… 

일단 전작격인 [신 울트라맨]이 좀더 메이저한 '초월적인 능력을 지닌 외계인' 히어로를 일본식으로 그린 감각이라면, [신 가면라이더]는 그 방향이 다릅니다. 


요새야 마블로 대표되는 아메리칸 코믹 히어로가 어쩌다보니 '히어로'라는 말을 싹다 집어삼킨 기분이 들어서 개인적으론 좀 불만스럽습니다만, 

어쨌든 아메코믹 히어로 이외에도 나름 중요한 비교대상이어야 할 일본의 히어로물들 중에서도 [가면라이더]나 [울트라맨] 같은 오래된 작품들이 있었고 현재까지도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이 영화의 원전인 [가면라이더]는 과거 '사이보그009'라는 대흥행한 만화를 그린 이시노모리 쇼타로가 일본 TV방송국과 협력기획으로 그린 만화 원작이 있고, 

해당 원작을 소재로 하는 TV드라마가 동시 전개되는 식으로 만들어진 1970년대의 특촬 드라마입니다. 

당시에 변신 붐이란 유행이 될 정도로 인기가 있어서 속편이 계속 이어졌고, 비슷한 변신 히어로물들이 잔뜩 만들어져서 소위 파워레인저 시리즈로 통하는 '수퍼 전대 시리즈' 같은 다른 시리즈도 현재까지 이어지게 되었고…

일왕이 바뀌어서 연호가 바뀐 현재에도 세계관 연결이 느슨하지만 일단 이어질 수는 있는 속편들이 아직까지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드라마로의 '가면라이더 시리즈'는 결국 '아동 대상의 괴기 코드가 들어간 변신 히어로물'이란 개념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좀 연배가 있는 분이라면 아실만한 MBC의 아동 인형극 '모여라 꿈동산' 같은 식으로 탈바가지 인형을 쓰고서 액션을 펼친다는 개념을 최대한 싸고 진지하게 풀었다는 정도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면라이더]는 닌자물이나 사무라이 등의 시대극에서 이어진 살진(殺陣) 개념을 등신대의 액션을 중심으로 하며 활용한 거의 첫 작품이 [가면라이더]여서 나름 중요한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이런 컨셉이 초보적이던 일본 TV특촬 초창기의 기술과, 사무라이들이 칼싸움하는 시대극 액션을 연기하던 오오노 검우회라는 스턴트맨 집단과 함께, 가면을 쓰고 위험한 액션을 하면서 폭발이나 기타 특수효과가 좀 들어가는 것으로 합쳐진 것인데,

결과적으로 나온 것은 인간을 개조해서 만든 괴인으로 일본 사회의 뒤에 암약해서 사회를 해치고 있는 비밀조직들과, 비밀조직의 기술로 만들어진 괴인이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편이 되어서 비밀조직과 싸우는 '가면라이더'가 주인공인 액션 드라마인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가면라이더]가 먹혔던 것은 변신이라는 확 와닿는 코드도 있겠지만, 일단은 악의 조직이 벌이고 있는 뭔가 괴상한 음모를 파헤치려는 탐정극 느낌을 뒤쫓는 과정에서 아이들이나 주변 민간인의 도움이나 이런저런 얽히는 드라마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안노 히데아키가 만든 이 [신 가면라이더]는 현재의 가면라이더 시리즈에서는 많이 존재감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꾸준히 감초역이 되었던 아이들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나디아나 에반게리온 같은 애니메이션 작품에서는 당연하다 싶이 아이들이 주인공이었는데, [신 고지라] [신 울트라맨]도 그렇고 이번 [신 가면라이더]는 철저하게 주인공과, 주인공의 파트너인 인물들에게만 주목합니다. 

딱히 어른스러운 시선이나 내용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저 극장용으로 단촐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등장인물과 배우를 줄이는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만, 결국 그 적은 숫자의 인물로 뭐 대단한 드라마가 있는 것은 아니고 내용 거의 다수가 개인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라 설명은 조금 불충분한 기분도 들기도 합니다. 


안노 관련의 다큐멘타리 등에 의하면 벌목업을 하던 아버지가 다리를 다친 이후로 폭력적인 집안퉁소가 되어서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았지만 결국 도피성으로 TV 같은 매체를 열심히 보았던 60년생 소년 안노가 보고 자란 [가면라이더]나 [울트라맨] 같은 일본 드라마는 당시에도 유치한 이야기였지만 그 유치함을 최대한 진지하게 그려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섬나라 옛날 문화 컨텐츠의 영향 아래 있던 안노도 철저하게 일본적인 SF나 기타 장르 코드를 추구한 결과인 셈일테니까요. 

어쨌든 [신 가면라이더]는 그런 안노가 보고 자랐던 71년의 원조 [가면라이더]를 21세기에 자기 취향대로 최대한 풀어 놓은 물건인 셈인데,

결과적으로 이런 걸 요즘 한국 관객들이 좋아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뭐 저는 좋게 본 편입니다만, 이미 이 쪽에 익숙한(?) 오덕계열에 물든 사람이라 공정한 평가라곤 할 수 없겠지요.


영화는 전체적으로 주인공 혼고 타케시와 미도리카와 루리코의 '신뢰 관계'를 따라가면서, 일본의 곳곳에 암약한 쇼커라는 조직이 만들어낸 '오그'라는 존재와 싸우는 '가면라이더'라는 존재를 설명합니다. 

오그는 오그먼트의 준말이고 인간의 육체에 동물의 생체 에너지인 '프라나'를 합성해서 만들어진 존재로 당연히 일반적인 인간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지니고 있는, 머 그런 초인이자 괴인인 존재입니다.

악의 조직 쇼커와 오그들은 모두 각자 자신의 목적과 욕구를 위해 움직이지만 일단 공통적인 목적이 있다면 현생 인류를 계도하고 자기들의 뜻대로 움직이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주인공인 혼고 타케시가 난데없이 히로인격인 미도리카와 루리코와 함께 바이크를 타고 도주하면서 트럭들에게 쫓기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혼고 타케시는 인간의 몸에 메뚜기의 요소가 합성되어 있고 바람을 통해 '프라나'라는 생체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메뚜기의 능력을 지닌 메뚜기 오그로 변신할 수 있는 개조인간인 상태입니다.그는 자신의 상황이 잘 이해가 안가는 상황에서 도망을 치는 중인데 자신들을 쫓아오는 자들이 루리코를 붙잡자 과격한 모습을 드러내 조직이 보낸 조직원들을 직접적으로 타격해 살해합니다. 본격적으로의 영화 타이틀 롤이 뜰 때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꽤 과격하게 피가 튀고 자극적인 액션 면모를 과시합니다.


과거 원작 만화판의 혼고는 시리어스한 주인공이고 특촬 드라마는 진중하지만 열혈남에 가까웠지만, 이 영화판의 혼고는 어떤 의미론 에반게리온의 이카리 신지가 떠오를 정도로 내성적이지만 자기 의지는 확고한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혼고를 개조한 미도리카와 박사의 딸인 루리코는 에바 팬들에겐 레이 짭퉁처럼 보이는 모양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개성의 인물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작중에 적으로 등장하는 쇼커의 오그 중에서 발랄한 성격의 여캐가 나오는데 이 여캐를 에바의 아스카적 인물로 놓고서 멋대로 에바 재탕으로 판단하는 의견도 좀 있는데, 에바와는 아무래도 좀 거리가 있는 작극이고 주인공의 인상이 좀 비슷하게 보여도 다른 개성이듯, 다른 여캐들도 당연히 다른 구성과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혼고와 히로인이 쇼커와 싸우는 과정에서 쇼커의 존재를 알고 그들을 막으려는 일본 정부의 사람들이 나타나서 임시적으로 '안티 쇼커 동맹'이라는 비공식 조직이 생기면서 정부의 협력을 얻어 은신처를 제공 받는 등의 과정이 그려집니다. (여기서 나오는 일본 정부 사람들은 과거 신 고지라에 등장한 일본 정부의 간부와 신 울트라맨에서 울트라맨이 되었던 주인공 배우가 연기합니다.)

어쩌지찌 루리코와 함께 (짧은 영화 시간안에서) 쇼커의 오그들을 쓰러뜨려가던 가면라이더와 일행이지만, 쇼커에서는 '메뚜기에 맞서는 것은 메뚜기'라고 혼고와 거의 같지만 조금 더 발전한 형태인 새로운 '제2 메뚜기 오그'인 이치몬지 하야토가 새로 만들어진 쇼커 소속의 오그로 혼고 일행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의문스런 존재인 쇼커의 인공지능 K… 


(스포일러)

결과적으로 미도리카와 박사의 또 다른 후손인 아들이자 루리코의 오빠인 쇼커의 대간부 이치로가 등장하게 되고, 히로인은 새로운 강화 오그인 KK오그(카멜레온+사마귀+인간의 3체 합성 오그)가 나타나 퇴장하게됩니다. 하지만 새로운 메뚜기 오그였지만 쇼커의 세뇌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은 이치몬지 하야토는 루리코의 의사를 따라 가면라이더로 살아보기로 하고 혼고와 협력해 쇼커의 본거지로 들어갑니다. 

쇼커의 본거지에는 양산된 메뚜기 오그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어두운 지하 터널 안에서 정신없이 빠른 액션들이 전개됩니다. 

터널 속에서의 빠른 액션을 거치며 가짜 가면라이더=양산형 메뚜기 오그들을 협력으로 겨우 물리쳐서 쇼커 대간부 이치로를 만나지만, 이미 막대한 프라나를 모아 '우화'한 나비 오그로 완성된 이치로는 가면라이더 0호를 자처하면서 자기들의 계획은 소통이 불가능한 인간들의 영혼을 모두 풀어서 헤비다트라는 이차원으로 보내어 모든 인간이 미움이나 악감정이 없어지게 되도록 하겠다는 자기들의 계획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치로가 부하 오그들을 보내 루리코를 죽인 시점에서 어떤 교섭의 가능성은 없었고, 루리코의 뜻에 따라서 인간들의 자유의지를 존중하겠다는 라이더 들과 나비 오그=이치로의 최종결전이 펼쳐집니다. 싸움 끝에 이치몬지가 자기 가면과 이치로의 가면이 부서질 정도의 강력한 박치기를 날려서 큰 틈이 생겼을 때, 혼고는 자기 가면을 벗어서 이치로에게 씌워주고 루리코가 만든 안티 프로그램으로 이치로를 자유롭게 해주는 데 성공하지만, 이치로와 함께 쓰러지고 말고…, 결국 이치로와 혼고가 육체를 유지하지 못한 체 사라지게 되며, 그 들의 싸움을 지켜보다가 나가는 쇼커의 인공지능 K의 모습이 잠깐 비춰지는데… 

결국 가면이 부서졌지만 살아남은 이치몬지는 혼고와 루리코와 협력하던 안티 쇼커 동맹의 일본 정부 사람들과 대화해서 수리된 혼고의 마스크를 쓰고 마스크에 잔류사념처럼 남은 혼고의 프라나와 소통하면서 '새로운 가면라이더'인 가면라이더 1+2호가 되게 됩니다. 정부 사람들에 따르면 다른 쇼커의 오그가 나타났다는 정보가 들어오고 이치몬지는 마스크 속의 혼고와 대화하면서 도로를 달려나가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머 일단 화끈한 액션 부분은 있지만 그 연출은 사람에 따라서는 취향에 안 맞아서 평가가 꽤 달라질 것입니다. 초중반까지의 사람들이 흔히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특촬스러운 액션의 수직 높이를 강화한 액션부분은 그렇다쳐도 후반 어두운 터널에서의 액션 부분에서는 좀 정신 없고 가면라이더 겹눈 부분의 붉은 광원과 다른 괴인들의 눈만 보이는 느낌이 드는데, 이런건 과거 70년대 초반의 가면라이더 드라마에서도 종종 나오던 연출이기도 한데 굳이 안 따라해도 되지 않나 싶지만 나름 원전에 대한 리스펙트와 함께 현대적인 업데이트로 더 빠르고 정신없는 부분으로 만들어 버려서 조금 기괴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외려 최종 결투 쪽에서는 악역 배우가 과거 퍼포먼스 쪽에서 일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춤과 무술 중간의 어딘가'를 피로하는데, 이런 쪽에 대해서는 좀 기괴해보이겠지만 나름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존재의 움직이라는 연출 의도가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빠른 움직임이나 화면 밝기 부분의 문제 등으로 잘 안 보이는 부분이 있어서 그렇지, 액션 연출은 나름 공을 들이긴 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걸 한국인들이 재미있는 액션이다~라고 생각해줄지는 또 별문제인 것입니다만…


결과적으로 그로하고 유혈 씬이 넘치며 인물들이 소위 중2병스러운 설정을 읖으면서 뭔가 자극적인 드라마를 전개하는 전형적인 안노 영화긴 한데, 이런 코드 대다수는 70년대 섬나라 특촬 드라마에서도 이미 있었던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었던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의 '악의 조직' 쇼커(SHOCKER: Sustainable Happiness Organization with Computational Knowledge Embedded Remodeling의 준말)는 

원작 만화에서의 쇼커와는 완전히 다른 설정이고, 인간의 영혼을 해방시켜서 전 인류를 해방시킨다는 뭔가 거국적인 목표를 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론 조직원들 전부 개인의 한풀이나 욕망의 발로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심지어는 '가면라이더'가 되는 주인공 인물인 혼고 타케시 조차도 어렸을 때 경찰이던 아버지를 범죄자의 손에 살해당하고 '자신에게 힘이 있다면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 텐데'~ 같은 식의 생각으로 방황하던 젊은이였음이 묘사가 됩니다. 혼고를 개조한 쇼커의 과학자인 미도리카와 박사도 부인이 죽은 이후에 쇼커에 들어온 것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비슷한 과정을 거쳤고 비슷한 감정 때문에 혼고를 조직에서 내보내려고 했던 것 같고요. (여담인데 [신 가면라이더]에서 주인공 혼고 타케시를 개조한 과학자 미도리카와 박사 역의 배우는 '철남'이나 여러 컬트 영화로 유명한 츠카모토 신야입니다. 사실 이 사람도 [신 고지라]에 잠깐 나오기 때문에 세계관 연결이나 스타 시스템이 되기도 합니다.)


액션 자체는 찬반이 오고갈 겁니다. 섬나라 특유의 맨몸 액션보다는 CG와 조합된 팔짝팔짝 뛰는 부분이 많고 

아마도 어린 안노가 보고 자란 TV특촬 드라마에서 가면라이더의 메뚜기 도약 능력을 활용하는 점프 부분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인상 때문인지 일단 고공 점프 액션을 최대한 만들어 넣었는데, 이 공중 액션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서 본작의 액션에 대한 일차적 인상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후반부에 메뚜기에는 메뚜기를 맞붙인다는 식으로 쇼커에서 새로운 괴인으로 등장한 메뚜기 오그 2호가 혼고 일행과 싸우게 되기도 하는데 이런 부분의 액션도 찬반이 갈리긴 할겁니다.)


음악이나 대사, 연기들은 나름 괜찮다 생각합니다. 특히 이전 안노 작품에서 자주 나왔던 사기스 시로가 아니라 이와사키 타쿠가 음악을 맡아서, 기존 안노 작품과는 꽤 차별화가 되기도 합니다. 드라마 적으로는 일단락지어지긴 하지만 결국 '우리들의 싸움은 이제부터다'에 가깝긴 한데, 따지고 보면 안노의 '신 시리즈'는 전부 그랬다는 느낌도 들고…

하여튼 안노가 초대 가면라이더를 리메이크한 [신 가면라이더]에서 쇼커의 목적인 '헤비다트 계획'은 안노가 잘 써먹는 배경설정 취급 받는 인류보완계획 비슷한 설정인 걸로 오해 받기 쉬운데, 

사실 이 쪽은 사이보그009 완결편에서 나온 설정인 '빛의 우주에서 범죄자들이 보내진 어둠의 우주'가 지구였고 그 유형지였던 지구에서 선량해진 사람들이 빛의 우주로 돌아가는 것과도 비슷하며, 뒤에 설명할 '신 재팬 히어로즈 유니버스' 관련의 여러 평행세계가 연결되었다는 설정의 일환이기도 하다고 봐야 합니다. ([신 울트라맨]에서 지구인의 거대화가 가능함을 설명했으니, 이제 가면라이더도 세계관의 연결을 통해 거대화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꼭 신 재팬 히어로즈 유니버스 연관의 뭐시기 취급 만이 아니더라도, 일단 [가면라이더] 시리즈로의 작품적인 틀은 그대로 따라가고 있고, 일단 목적지 없이 길을 따라 바이크를 몰고 달려가는 마지막은 나름 시리즈에서 꾸준히 나오는 엔딩 씬의 오마주가 되긴 합니다만 (적어도 제가 보던 때엔) 한국 극장에서는 그리 잘 안 먹혔던 것 같습니다. 

액션 영화로는 액션이 좀 난잡하고 정신없어 보일거고, SF물로는 이런저런 설정을 이상하게 풀어놓는 괴이한 영화처럼 보일 것입니다. 에바 이후로 어느 정도 스타일로 굳어버린 안노 연출이지만 중간중간에 적당한 유머와 이런저런 설명을 어떻게든 보여주기 위한 식으로 최소한의 연출적 재미는 노리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받아 들일 만한 선험적 지식이 얼마나 있느냐 문제인데, 한국 드라마는 돌째치고 미국 드라마 맨티스나 기타 등등 이것저것 많이 시도된 소재이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것도 그냥 흘러간 이야기취급이고 일본 드라마는 연애물이나 먹방 드라마만 챙겨보는 사람도 많은 듯한 기분이라, 이게 현재 한국의 일반인 관객들에게 먹힐지는 솔직히 미지수고…


저는 재미있게 봤지만 남들에게 추천할 수는 없다는 게 슬프네요. 나름 엑기스를 잘 뽑긴 했는데, 이게 결국 이런 일본 IP들의 팬이기도 한 오덕인 안노 감독의 개인 취향 전시로 끝나지 않을려면 원전 격인 과거 쇼와 가면라이더 시리즈나 이런저런 일본 문화 컨텐츠에 대한 선험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함정이자 약점에 매번 걸려 넘어지는 것입니다. 

어쨌든 단순히 [마징가Z 인피니티] 같은 중장년 취향의 리바이벌 작품 계열로 치부한다면, 그 말은 맞지만 동시에 또한 틀린 말이기도 하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분명 쇼와 가면라이더 시리즈의 특징점들을 계승하긴 했지만 전부 안노 스타일로 뜯어고치기도 했기 때문에 반쯤은 오타쿠 안노의 팬픽션에 가깝기도 합니다만, 동시에 이시노모리 스타일의 고독함이나 여러가지 감정에 대한 이야기도 살리고 있어서 관심과 사전 지식이 있다면 나름 꽤 독특한 맛을 느낄 수도 있는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 이제부터는 정말 쓸데없는 여담들인데…

한국에서의 70년대 쇼와 가면라이더는 거의 매체로 들어온 적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머 그나마 쇼와 라이더 시리즈의 후일담이자 제대로 영상화되지 않았던 (비운의) 가면라이더 10호 ZX를 소재로 한 만화 작품인 '가면라이더 SPIRITS'가 거의 유일하게 정식발매되어서 그나마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일본에선 계속 연재 중이라 30권이 넘는 대작이 되었는데, 한국에선 1부 16권까지만 정발되어서 아쉬운 상황이긴 합니다…) 


또 비디오로 대만이나 중화권의 로컬라이징 판 '번개기사 오형제'가 나왔다고 하지만 이건 또 딴판인 물건이라 이야기가 다르고… 

같은 작가의 '사이보그009'는 극장판이 MBC에서 방송되고 원작 만화가 정발되었음에도 가면라이더의 원작 만화는 들어오지 않았는데, 

사실 확실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TV드라마판이 들어오지 않았고 원작만화도 생각보다 수위가 센지라 (최종 보스는 국민들을 뒤에서 조종하고 싶어하는 일본 정부의 뒷면 조직이라던가 등의 설정…) 여타 이유로 들어오지 않았고…


신 재팬 히어로즈 유니버스라고, 안노가 만든 [신 에반게리온], [신 고지라], [신 울트라맨]에 [신 가면라이더]를 더해서 독자적 크로스오버 세계관을 상업적으로 만들려 했습니다만,

현 시점에선 그냥 괴이한 합체로봇 완구 하나 확실히 나오고 잡지 등을 통해 간단한 설정 언급만 좀 나오는 지경인지라 뭐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앞으로 이 크로스오버물의 메인 매체가 영화가 될지 소설이 될지 만화가 될지 확정이 안되었다는 것하고, 실제로 뭔가 나오기는 할지 문제라면 문제겠습니다만…

하여튼 이 통합 유니버스 세계관 설정을 위해 [신 가면라이더]의 세계관은 이시노모리 쇼타로의 009 만화 완결편에서 그려진 배경설정과도 상통되는 부분이 있는데, 헤비다트라고 불리는 영혼이 모이는 장소를 언급합니다. 전작 격인 [신 울트라맨]에서도 멀티버스를 통한 평행세계의 존재를 언급하는 데 이런 식의 연결을 위해서인지 [신 가면라이더]에서는 [신 울트라맨]이나 [신 고지라] 등에 나왔던 배우들이 다른 역할로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데즈카 오사무 등의 초기 일본 만화가들이 잘 써먹던 비슷한 얼굴의 인물이 다른 캐릭터로 반복활용되는 소위 스타 시스템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이들이 나중에라도 평행세계의 다른 인물들로 하나의 세계관 작품에 모여서 복작거리는 가능성이 제로라고는 할 수 없겠지요.


어쨌든 안노 히데아키의 섬나라 고전 IP 컨텐츠를 자기 스타일로 재구성하는 '신' 시리즈는 일단 이 신 가면라이더로 끝이고 안노는 당분간 휴식을 취한다고 하지만,

우주전함 야마토 50주년 기념으로 안노가 다시 나와서 뭔가 관련 이벤트를 기획 중인 상황이라 이 쪽에 관심있는 사람은 대부분 '신 우주전함 야마토'인가 농담을 하고 있는데,

정작 우주전함 야마토는 이미 다른 스텝들로 꽤 잘 리메이크 되고 있는지라 이 시점에 안노가 끼어들 부분은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게 함정이군요… 하하.

 

어쨌든 이번에도 쓸데없고 반응도 없는 글입니다만, 나중에 살을 더 붙여 블로그에라도 올리기 전에 생각을 정리하는 측면에서 뭔가 남겨봅니다.

여기까지 재미없고 긴 글 읽으신 분이 있다면 감사드릴 뿐입니다. 


:DAIN.



P.S. : 별 관심은 없으시겠지만, 다른 의미에서 21세기 초반에 이른 극점에 도달한 듯한, 

드라마 속에서의 정치성을 잘 어필한 (링크) [가면라이더 BLACK SUN] 의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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