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삶

2016.08.18 01:12

모스리 조회 수:8904

칠순을 바라보시는 저희 어머니는

아직도 아침이면 아버지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그날 아버지가 입으실  옷을 걸어둡니다

어머니는 이 일을 거의 40년간 하셨지요


어머니가 항상 하시는 말씀


"내가 이집안에 식모지 뭐겠니"




부모님이 결혼하실때만 해도 외할아버지가 마련 해주신

단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셔죠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그것도 중매결혼이였는데


신혼초에 싸움도 많이 하셨다는군요


어머니가 힘들어 외할머니께 하소연 할때마다

외할머니께서는 항상 참아라 참아라 하셨죠

그렇게 어머니는 3남매를 키워내셨습니다


아버지는 그다지 학벌도 집안도 좋지 못했죠

하지만 대학교때 정신차리고 열심히 공부하셔서 운좋게  나름 대기업에

입사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밤낮 정말 열심히 일하셨죠

열심히 일하신만큼 어머니의 외로운 고생도 그만큼 늘어날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싸움도 잦았습니다 어머니도 한성격하시거든요

어머니 옛사진을 보면 상당한 미인이신데(지금도 미인이시지만 ^^)

젊은날에 결혼하여 이 고생이라니..

게다가 남편은 일에 치여  늦게 들어오고..

요즘같으면 바로 이혼감이죠


하지만 잦은 갈등이 있었지만 어머니 아버지 두분이게는

가정만은 지키자는 주의였기때문에 극단적 상황까지는 가진 않았습니다


그런 외할머니는 어머니를 달랬습니다 문제는 어머니보다 아버지 편을 들었죠

아무리 그래도. 아침밥은 항상챙기고 양복은 항상 다려놓거라 **서방이 집에 올때 편안함을

느낄수 있도록 집은 항상 정리정돈 해놓거라

집에서 네가 중심을 잡아야 남자가 밖에서 큰일을 할수 있는거란다

밖에서 돈을 벌어온다는건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어머니는 얼마나 외할머니를 원망했을까요



그렇게 힘든 신혼생활을 하던 어느날 아버지는 상사들을 데리고 집을 찾아왔습니다

그런거 있잖습니까 밤늦게 술상 내라는거


정말 싫었지만 어머니는 찬거리 몇개랑 소주 준비했지요

그렇게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 하며 있는둥 마는둥 아버지와 동료들은 회사이야기가

지루하게 흘러갈무렵 깜빡 잠이 들었는데


다들 방에 없었다는군요

기다리고 기다리다 밖에 있나싶어 나가는데


먼가 퍽퍽 소리가 나서 놀라서 보니


아버지는 무릅꿇고 있고 상사라는 넘이 아버지 뼘을 사정없이 치고 있더군요

어머니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자리에 주저앉아 말도 못하고 있는데


아버지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만 숙이고 있구요


그렇게 밤이 지나고 어머니는 밤새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부터 어머니는 아버지를 달리 대하기로 마음을 먹으셨다는군요

가장 큰 변화는 아침은 든든하게 양복은 빳빳이 손수건은 항상깨끗이..

당일 내키는대로 했던 이 3가지는 꼭 매일 해주자라구요



남편 기죽고 사는게 그렇게도 맘이 아팠다고 하네요



아버지는 일에 치여서 그렇지 가정엔 충실한 분이셨습니다

제가 유치원 다닐무렵 아버진 3년간 다른 지방에서 근무하셨는데

차로 8시간 걸리는 거리였지요


아버진 토요일 1시에 근무가 마치면 차로 항상 그 먼거리를 운전하고 집에 오셨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거의 매주마다 오셨어요


도착하면 대략 8시


그리고 일요일 가족들과 함께 일찍 저녁드시고 올라가십니다


어떻게 기억하냐구요?


당시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무서워 한번쯤은 안오셨으면 하는 비램이 항상 있었거든요 ^^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다툼은 있었지만

아침에 서로 얼굴을 안볼지언정

식탁에는 아침식사와 

양복은 다려놓으셨죠 


그리고 어머니는 40년이 지난 오늘 아침에도 아버지 먹거리를 준비하십니다


단 몇가지 달라진 점은 있지요


집이 커졌고 차가 생겼으며 통장 몇개정도?


아직 정정하신 어머니는 자가운전을 하세요

한달에 한번정도는 어머니 몇몇모임을 통해

해외로 여행도 나가시지요


아버지 권유로 30후반에 시작한 골프는

박세리 저리가라 할정도로 유연함을 보여주시고


세입자들에게 명절이 되면 꼬박 선물리스트 작성하려고 액셀!도 배우셨지요



아주 부자가 되지 못했지만 명절에 내려오는 며느리에게 면세점에서 산 화장품세트는

선물로 챙겨줄 정도의 여유는 됩니다. 가방까지는 좀 무리고;;;



어머니가 아 이제 숨좀 쉴수 있겠다라고 생각하신게 결혼하고 15년차였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여유가 생겼고

집안의 중심을 제대로 잡으셨지요 그런데 너만 안태어났으면 내가 더 빨리 여유로워졌을텐데 라고 심심찮게 섭섭한 말씀도 하신답니디;;


아버지는 이제 어머니에게 모든걸 의지하십니다 그 가부장적인 모습은 온대간데없고 어머니의 명령에 순응하십니다



아직도 가끔 두분은 다투시기도 하는데 저번 설날에는 조용히 저를 불러 


"너희 엄마한테 내가 너무 빨리 통장들을 넘긴것 같다.."  라며 후회 한숨을 내시더군요





국문학 전공이셨던 어머니는

장남 지인의 도움으로 꿈에 그리던 수필집도 내시고(세상에 네권이나 팔렸;;)

손자 손녀들에게 가르쳐 줄거라고

몇년전부터 그림도 다시 배우시고 계시죠


어머니는 행복하다고 하셨어요


이 말을 들은지 15년 전인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이번 추석때 사랑스러운 와이프와 어머니이의 예쁜 손자 데리고가서 다시 여쭤봐야겠습니다.












핸폰으로 쓰기 참 힘드네요


부인에게 등짝 스메싱 어택을 받아 이만 쓰고 자야겠습니다...


좋은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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