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어른들의 말)

2023.12.25 01:12

여은성 조회 수:228


 1.어른들이 하는 말은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어요. 왜냐하면 어른들이 하는 말은 듣는 사람이 어른이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맞는 말이 되거든요. 어렸을 때는 틀린 소리처럼 들리는 말도 20년이 지나보면 어느새 맞는 말이 되어 있곤 하죠.


 물론 그건 꼭 나이에 관한 건 아니예요. 실패한 어른이 하는 말은 그 어른만큼 실패해 봐야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성공한 어른이 하는 말은 반대예요. 성공한 어른이 하는 말은 실제로 성공해 보면 대부분 맞지 않는 말이었다는 걸 알게 되죠. 왜냐면 인생에서 실패하는 방법에는 공통점이 있지만 인생에서 성공하는 건 운이 있느냐 없느냐니까요. 그래서 운이 좋은 놈들은 본인이 성공하면 자신이 뭘 했고 뭘 하지 않았는지를 따져보고는, 그게 성공의 공식이라고 자화자찬하곤 하죠.



 2.뭐 어쨌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늘 '돈을 쫓지 마라' '돈이 인생이 목표가 되어선 안된다'라고 조언하곤 해요. 한데 이건 돈이 많은 어른이든, 그렇게 돈이 많지 않은 어른이든 똑같이 하는 소리란 말이죠. 어째서일까요?


 아마도 그건 돈과 욕망의 간극이 메워지지 않기 때문일거예요. 돈 욕심이 있는 사람은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욕심이 채워지지 않거든요.



 3.그리고 돈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돈 욕심을 내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돈으로 호텔스파나 오마카세를 가고 여행을 다니고 싶은 사람은, 대체로 그걸 마음껏 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벌게 될 때쯤에 그런 의욕이 희미해지거든요. 막상 돈을 벌어 놓으니까 돈이 생긴 대신 욕망이 감소한거죠.


 그래서 어떻게 보면 욜로를 외치며 어린 나이에 빚내서 여행 가고 비싼 걸 지르는 청년들이 가장 행복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어른들은 그들에게 한심하다고 하지만 글쎄요. 한심한 짓거리를 나이먹고 하는 것보다는 낫거든요. 한심한 짓거리를 어렸을 때 실컷 한 뒤에 나이들어서 그걸 갚으며 사는 게 차라리 나은 것 같기도 해요. 


 ...물론 젊어서 그러고 나이들어서 착실하게 갚는 사람이라면 건실한 축에 들겠지만.



 4.휴.



 5.어쨌든 그래요. 멋진 호텔에 가거나 오마카세를 가거나 스파를 받는 건 고생한 나 자신에게 선물로 줄 때가 가장 나아요. 왜냐면 그런 방식으로 가는 게 아니면 기분이 헛헛하거든요.


 설령 매일 호텔과 오마카세를 갈 돈이 있더라도, 내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계속 호텔에 가면 거기선 값어치를 느낄 수 없으니까요. 힘든 마감을 끝내거나, 뭔가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그 보상을 나에게 주는 방식이어야 값어치를 느낄 수 있는 거죠.



 6.어쨌든 이런 점이 나이든다는 것의 무서운 점이예요. 옛날에는 파인다이닝에 갔을 때 누가 '오늘 무슨 날이야?'라고 물으면 '그냥 왔어'라고 당당하게 말해도 좋은 거였거든요. 그럴 돈이 있다면 한 끼 때우러 갈 수도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파인다이닝에 갔는데 그냥 한 끼 때우러 왔다고 하면 뭔가 한심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돈이 많고 아니고를 떠나서, 아무 날도 아닌데 그런 곳에 왔다고 하면 참 할일없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으니까요. 


 나이가 들면 파인다이닝에 갈 때도 그곳에 갈 돈이 있는지가 아니라, 그곳에 갈 일이 있는지를 따지게 되죠. 어린 사람들은 호텔을 가거나 파인다이닝을 가거나 여행가는 걸 '그냥'가고 싶어하지만.



 7.뭐 그래요. 젊었을 때는 '나이에 맞는 행동'이라는 게 없거든요. 돈이 있으면 그냥 그 돈을 쓰면 되니까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돈이 많은 게 자랑이 아니게 돼요. 돈을 쓸 시간이 많다는 것도 자랑이 아니고요.


 나이가 들면 돈은 많은데 돈을 쓸 시간은 없는 사람이 되어야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는 거예요. 예전에는 '사람은 일이 있어야 한다'라는 어른들의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요즘은 알 것 같아요. 왜냐면 일이란 건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빛내주는 악세사리인 거니까요. 어렸을 때는 돈이라는 악세사리가 최고의 장신구였지만 나이가 들면 돈보다는 일이 그 사람을 빛내주는 장신구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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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일이라는 게 악세사리가 되어줄 정도로 빛나려면, 어린 시절부터 노력을 했어야 해요. 계속 다듬고 닦아서, 40대에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일로 만들어야 하는데...어렸을 때부터 노력하지 않았으니 그게 참 힘든 일인 거죠.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돈과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일...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젊은 사람은 망설이지 않고 전자를 고르겠죠. 하지만 더이상 젊지 않은 사람은 후자를 고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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