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죄'

2019.09.19 14:56

도야지 조회 수: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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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죄'

 홍창신 자유기고가

둘로 나뉜 진영의 대결이 격렬해 귀가 송신하던 시절에 품었던 덜 삭은 의문이다. "선거 끝나고 나면 신문 방송은 대체 뭘 먹고 사나?"

그런 오줄없는 걱정을 비웃듯 세상은 단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이 사건과 사고를 겨끔내기로 생산했다. '선거' 역시 돌아서면 다가오는 파란을 동반한 무한대의 띠 같은 것이었다. 법무부 장관 임용을 둘러싼 이 난리법석 또한 부감해보면 다가오는 선거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밑자락을 까느라 벌이는 소동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이번 '조국' 법석은 여태까지와 다른 양상이었다. '진영 다툼'이란 것이 으레 나뉘어 구분된 세력이 서로 겨루고 쟁투하여 정점을 차지하는 싸움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번엔 간판을 내건 이 나라 거의 모든 매체가 조국을 향해 파상적 아기살을 쏘아댔다. 조·중·동·문 이외, 꼴에 이름을 ○○신문으로 붙인 '지라시' 일동에, 한겨레·경향에다 MBC·KBS·SBS에 온갖 잡것들이 연합해 포화를 퍼붓던 노무현 대통령 때를 보는 기시감이 들었다. 아니 거기다 손석희 TV까지 얹혔으니 이번엔 그때보다 더하달 수도 있겠다.

따지고 보면 조국의 죄는 구업으로 지은 것이 적잖다. 애초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부부가 모두 서울대학씩이나 나오고 미국으로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와 교수질을 해 먹고 사는 주제라면 분수를 지켰어야 했다. 돈과 벼슬이 웬만하니 이름을 더 얻고 싶다면 조선일보 같은 데다 '법치주의'니 '트리클다운 이코노믹'이니 하는 고졸한 이론을 설파하며 무지한 흙수저들의 가소로운 항거를 깨우쳐주는 계몽에 힘써야 했다.

평등이니 인권이니 실체도 없는 헛것들을 들먹이며 우중을 현혹한 것을 넘어 그걸 책으로 묶어 배포하고 'SNS질'을 해대며 신분에 배역한 생산물을 쏟은 것은 같잖은 소행이었다. 말이란 항상 돌아와 제 가슴에 박히는 것. '강남좌파'라는 모순적 별호를 얻으려는 치기 어린 욕망에 취해 계급모순에 빠졌다. 우파는 아무 곳에서나 살아도 되지만 좌파의 '강남살이'는 자가당착이다. 말 짓이 하나 된 삶을 살기 위해선 쌓인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자발적 가난의 모본을 보여야 했다.

그럼에도 염치없이 이 나라 임명직 벼슬에 오르려 꿈꾼다면 적어도 중량감 느껴지는 서넛의 '스펙'을 필수로 갖췄어야 했다. '담마진' 같은 중병으로 군대를 면제받거나 학위에 소용 닿는 논문을 쓱싹하거나 세금을 습관적으로 떼먹거나 부동산 수집을 위해 전출·전입이 번다했거나 하다못해 술김에 운전이라도 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그게 관례고 전통이다. 그런데 그런 불가결한 경력도 없는 주제에 장관을 하겠다고 뜻을 품은 것 자체가 발칙한 일이다. 더구나 "도덕적 분개는 대부분의 경우 2%의 도덕의식과 48%의 분노, 그리고 50%의 질투로 이루어져 있다"란 금언도 못 들었는가. 공부를 잘했거든 이목구비의 배열이 어긋나거나, 눈코가 제대로 붙었으면 땅딸하기나 하거나, 길쭉길쭉한 손마디에 목소리까지 우렁우렁하다. 대머리에 팔자걸음은커녕 그 나이에 머리숱도 한 다발이니 이건 위배의 정도가 과도하다. 거기다 그 풍모로 중년에 이르도록 외도의 흔적마저 없다니 그러고도 과연 온전하길 바랐는가.

그 싱거운 이로 인한 객쩍이 부산해진 소동으로 가열차게 뻗어 나가던 'NO 아베'만 시르죽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얻은 가외의 소득도 있다. 그 맡은 역할과 사명을 두고 살피건대 매우 고귀하여 범접하기 어려운 품계인 '기레기' 제위의 수준과 능력에 대한 세세한 고찰이 있었다. 그러므로 세상일에 '일방적 손해나 이득이란 없다'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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