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동네에서 큰길로 나가기 직전, 우회전하여 언덕으로 오르면 이발소가 있었는데요. 근처에는 제 어린시절 알던 여자아이의 부모님이 멕시칸인가 멕시카나 치킨집을 하셨던..., 아무튼 이발소에는 만화잡지나 만화단행본이 있었습니다. 용감한 아들 코리, 드래곤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다른 만화들...


그중에서 눈길은 사로잡은 건, 스크린톤 처리를 했지만, 어두운 황색이랄까...? 뭔가 긴머리를 묶는 남자가 무언가를 끌어안고 있는 만화였습니다. 그리고 한 여성이 그걸 끌어내리면서 나레이션이 뜨는데요.


관심과 걱정과 사랑과 충고라는 미명 아래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생각에 맞지 않는 것은 그냥 두려하지 않는다.


그 대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서 네이버 시리즈를 보니... 만화가 있네요.

알고보니, 그 남자는 만화 해와 달의 주인공인 백일홍이었고, 그가 껴안고 있는 것은 아내 낭랑의 시신, 그것도 한겨울 폭설이 내린 때 죽은 것이였습니다. 이미 부패가 진행되었고요. 낭랑이 죽은 건, 당시 무림통일을 꾀하려던 신도문에서 무림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현상금을 걸었기 때문이고, 낭랑은 그 중 한 사람이었지요. 백일홍이 주인공인데 아내를 구하지 못한 건 당시 자신의 무공이 다른 방해를 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해와 달은 그 당시 만화로서도 신무협이라고 할까요. 황금성, 신도문, 녹림방의 3파전에서 무림이 재편되던 때를 그리는데, 주인공 백일홍만이 아니라, 신도문의 막내아들인 잔혼마검 설판교와 엽촌이라는 우둔한 사내의 이야기도 같이 그려냅니다. 그 이유가 결말에 밝혀지긴 해요. 그리고 지금 기준이나, 당시 기준으로도... 마초성이랄까, 약간 지저분하고, 성희롱적인 개그코드도 있었고요.


그런데 5권부터.. 무슨 명대사 극장이랄까, 철학적인 대사가 난무합니다. 너무 사색적이고 진지하다 보니, 나중에는 까꿍을 그린 이충호작가가 진지한 만화를 그리자, 너 왜 권가야 따라하냐.. 그런 소리를 들었다고(...)


이후 권가야 작가는 영점프에서 남자 이야기라는, 한국 무협작가인 좌백 원작의 대도오를 기반으로 한 SF 아포칼립스 시기를 기반으로 한 무협 만화를 그렸습니다. 그 만화가 약간 더 낫다고 할까, 아저씨스러움은 있긴 합니다. 근데, 오히려 뭐 찌질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상남자(이 표현도 별로긴 합니다만)스럽게 의리, 용기.. 그런 걸 강조하긴 했어요. 


그리고, SF만화로서의 특징은 아담 네트워크라는 AI슈퍼컴퓨터가 인류를 지배하는 중인데, 아담은 화약무기 사용외에는 간섭은 안하는 중입니다. 전기, 철도, 증기기관 그런 건 없고요. 그런데 특이하게 작중 등장하는 철기맹이란 곳은 연병장도 있고... 무기나 병사들은 과거이지만, 무협과 SF가 섞인 특이한 만화였죠. 아담같은 기계와 인간 사이의 존재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떡밥으로만 남아버렸고. 남자이야기 만화는 10권으로 연재중단되어버립니다. 3년 전 다시 2권씩 묶은 개정판이 출간되었는데... 지금은 절판되었고요. 그후 마스터 키튼의 스토리를 작업한 일본편집자와 푸른 길이라는 한일합작만화를 연재했었지요. 이 만화는 한 페이지에 너무 많은 컷과 정보를 담으려고 하다보니, 권가야만화같지 않은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건, 무협만화인데... 한 청년이 금강불괴같은 존재의 장갑 중 한쪽만 얻는 그런... 의천도룡기 식 만화였던듯...


ps

권가야 작가는, 토이솔져를 그린 이태호 작가, 김종한 작가와 더불어 스튜디오 지하라는 일종의 만화가 창작집단 중 한 사람이었는데요. 아마 힙합의 김수용작가도 있었고, 열풍 지킴이 전기의 박찬섭작가도...(연관있나?) 힙합 김수용작가 문하생 일기만화 중에,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감독이 연출하고, 김수현이 주연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그린 hun작가가 있었다는 걸 당시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스튜디오 지하 소속은 아니지만 8용신전설과 천랑열전을 그린 박성우 작가분은.. 뇌종양도 앓으셨던 것 같은데, 2022년까지 활동하셨군요. 인스타주소도 있습니다.(임달영작가랑 작업하지 않으셨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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