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 잡담 세번째

2024.01.11 15:10

돌도끼 조회 수:87

60년대 랜서북스의 코난 소설들이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시기쯤에 레이 해리하우젠님도 여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코난 이야기는 고대를 배경으로 해서 온갖 괴물들이 어슬렁거리는 모험 이야기ㅂ니다. 딱 해리하우젠 크리처가 활약하기 좋은 공간이죠.
영감님은 이런저런 디자인이나 설정화들도 만들고 사전 작업에 어느정도 들어갔다고 해요.

근데, 해리하우젠 및 그 스승이신 윌리스 오브라이언도 평생을 고민했던 문제가 있죠. 제작비 모으기.

두양반 다 이런저런 기획을 만들어놓고는 돈이 안모여서 포기하거나 변형해야했던 일이 많았던...
지금이야 두분의 작품들을 예술이라고 떠받들고 있지만... 당대에는 스톱모션이란게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물주들이 꺼렸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라 결과물 나오려면 스톱모션 작업만 한 1년 걸리고 그러니까...(지금이야 후반 작업 1년 그까이거 껌도 아니지만...)

물주들이 코난에 투자를 꺼린 주된 이유는 소재때문이었다고 하는 것 같네요.
괴물이 나오는 환타지 영화는 아이들이 주된 고객이 될 터인데, 코난은 아이들에게 적합한 이야기가 아니라서 성공할 거란 확신이 안들었다나봐요.
그래서 결국 무산되었고, 해리하우젠은 방향을 돌립니다. 이미 한번 성공했던 소재를 재탕하는 걸로.
그래서 나온 영화가 신밧드의 황금 항해라고 해요.

그 영화 보면 뭔가 영화의 화면발이나 스토리가 신밧드, 혹은 아라비안 나이트의 분위기와는 동떨어져있죠.

개인적으로 해리하우젠의 불발 프로젝트들 중에 킹콩 다음으로 아까운 건수라고 생각해요.

저만 그런 건 아닌듯... 해리하우젠 재단에서 실시한 아까운 불발영화 투표에서 코난이 4등을 했다던가...
(여담으로... 킹콩이 불발되서 방향을 틀어 나온게 공룡백만년이라고 합니다)


...


70년대 말에 에드워드 프레스먼이 코난 영화화 계획을 발표합니다.
프레스먼은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보고는 이사람을 써서 영화만들면 성공할 거란 확신이 들어서 일찌감치 프로젝트에 착수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시기에 코난의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이 있어서 디자인이나 설정화 같은 사전작업 정도만 하고는 더이상 진행을 못해 몇년동안 손가락만 빨고있다가 분쟁이 조정되어서 겨우 영화제작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네요.
이 소식은 환타지 장르 팬들을 들썩이게 했죠. 코난이니까요. 미국 환타지계에서 짱먹고 있던 작품이 드디어 영화로 나온다니. 다들 성공을 확신했습니다.

그 시기쯤에 스타워즈가 나왔습니다.
스타워즈는 전방위적인 에세프 붐을 불러왔고, 그 와중에 크게 수혜를 본 것이 에세프 영화 전문잡지 스타로그였죠.

스타로그는 처음에는 스타트렉 팬들을 겨냥해서 창간된 거였습니다. 근데 생각지도 못했던 스타워즈 덕을 더 크게 봤죠.


스타로그를 내고있던 사람들도 코난 영화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분들도 영화가 성공할 거란걸 의심치 않았죠.

그리고 스타워즈가 그랬던 것처럼 코난 영화가 나오면 환타지 영화의 붐이 불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불어올 붐에 대비해, 환타지 영화 전문 잡지를 '미리' 창간합니다. 뭐 스타로그도 스타워즈 보다 먼저 나왔으니까요.
그래서 나온게 그 유명한 판고리아.

기대를 갖고 잡지를 런칭했습니다만... 그넘의 환타지 영화 붐은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기다리는 코난 영화가 도통 나오질 않았거든요. 코난 영화는 라이센스를 얻어낸 뒤로도 이런저런 난항...제작비가 안모였다든가...이 계속되어서 80년대 들어서야 겨우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뭐 코난이 아니더라도 다른 환타지 영화들이 활발하게 나왔더라면 계속해서 잡지를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70년대는 그런 시기가 아니었거든요.

할수없이 판고리아 제작진은 중대한 결단을 합니다.
마침 그때는 존 카펜터의 할로윈도 대박났던 시기이고, 호러 영화의 붐이 불 거같은 기운을 느낀 판고리아는 호러 영화 전문지로 방향을 틉니다. 그렇게 해서 대성하게 되죠.

코난 영화는 1982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나왔습니다. 영화 개봉을 전후해 진짜로 환타지 영화의 붐도 찾아왔고요.
하지만, 그시기에 이미 판고리아는 호러 전문지로 확실하게 입지를 굳힌 뒤였습니다.

그래서... 코난 때문에 창간된 잡지였지만 정작 코난 영화가 나왔을 때는 코난 기사는 아예 실리지도 않았더라는... 슬픈 이야기.

아이러니칼한 건 코난 기사는 안실렸지만 코난 아류인 비스마스타 관련해서는 꽤 다뤘습니다.

비스마스타 감독의 전작이 호러 영화였다는 걸 빌미로...(마음 상한것 때문에 코난은 안싣지만 미련은 있었던게 아닐까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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