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작이고 런닝타임은 97분. 장르는... 에... 호러 느낌 조금 들어간 스릴러인 듯한 드라마 정도 되구요.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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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과 일체감이 상당한 포스터네요.)



 - 도입부가 꽤 강렬합니다. 무슨 병이 났는지 피부에 보기 흉한 물집 같은 게 마구 잡혀 있는 할아버지가 헤롱헤롱하며 간신히 앉아 있어요. 앞에는 방독면을 쓴 사람 셋이 그에게 말을 걸며 슬퍼합니다. 잠시 후 방독면들은 할배를 들것에 태워 숲으로 데려가고. 땅을 파서 눕히고. 얼굴을 이불로 덮고선 총을 쏘고. 기름을 뿌린 후 태웁니다. 장면이 바뀌면...


 아포칼립스에요. 자세한 설명은 전혀 없지만 암튼 치명적인 전염병 때문에 세상은 대략 망했습니다. 주인공들은 운 좋게 숲속 커다란 집에 숨어 무사히, 자급자족하며 살던 가족이구요. 원래는 할배, 아빠, 엄마, 17세 아들 조합이었는데 어쩌다 할배가 병에 걸렸고. 남은 가족들이라도 살아남기 위해 이렇게 '처리'한 거죠.

 어른들이야 자기들도 자기들이지만 '어린 아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방금 자기들이 저지른 짓을 마음 속에 묻어두고 겉으로나마 대략 태연합니다만. 그토록 살갑게 지내던 할아버지를 아빠가 총으로 쏘고 불에 태워 버리는 장면을 코앞에서 목격한 아들래미는 그 날부터 잠을 못 이루고 악몽을 꾸기 시작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멘탈 수습하고 평화롭게 살아보려던 찰나... 한 밤중에 남자 한 명이 침입해 들어옵니다. 절대로 자기는 이게 빈집인 줄 알고 들어왔으며 자기도 먹여 살려야할 처자식이 있다고,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고 비는 이 남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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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려달라고!!!!)



 - 장르상으로 분명 '호러'로 구분되는 영화이긴 합니다만. 정말로 호러 영화를 기대하고 보시면 안 됩니다. 호러 장면들이 있긴 있어요. 아들래미가 보는 환각 내지는 악몽 장면들은 분명히 호러이구요. 또 봉쇄해 놓은 집 안에서 부들부들 떨며 미지의 침입자를 마주하는 장면들 연출 같은 것 역시 호러의 느낌이 강하구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드라마입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자! 라는 걸 최우선 순위로 두면서도 역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마음은 분명히 갖고 있던 평범하게 선량한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은 운명적 꼬임 때문에 꿈도 희망도 없는 길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걸 보여주는 드라마... 라고 할 수 있겠네요. 뭐 그것도 어떻게 보면 호러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일반적인 의미로서의 '호러 영화'를 기대하고 보시면 뒷통수 맞았다고 화내기 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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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러가 아예 없는 건 아니긴 합니다만...)



 - 뭔가 특별하거나 신선한 내용 같은 건 정말 1도 없는 영화입니다. 시작하고 20분쯤 보고 나면 이후 전개가 그냥 다 보이고 거기서 전혀 벗어나지 않아요.

 강렬한 스타트, 이후로 이어지는 나름 긴장감 있는 장면들... 을 대략 20여분 정도 보고 나면 한동안 놀랍도록 평화롭고 행복한 장면들이 이어지는데, 사실 이 부분이 영화에서 가장 보기 힘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의도가 뻔하잖아요. '잇 컴스 앳 나이트' 같은 제목을 달고 아포칼립스 이야기를 하는, 그것도 첫장면을 저런 식으로 시작한 영화가 사람들 행복해하는 모습을 한참 동안 보여준다면 그 후는 당연히 뭐. 네. 그렇죠. 그리고 실제로 그런 상황이 흘러가며 역시나 예측하기 쉬운 결말을 보여주며 끝나요.


 그리고 그 '뻔한 이야기'라는 게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되게 뻔한 이야기를 상당히 잘 해내는 영화에요. 심플하지만 그만큼 받아들이고 몰입하기 쉬운 캐릭터들이 있고, 그 캐릭터들을 잘 캐스팅된 배우들이 믿음직하게 잘 표현해주고요. 집안과 집 바로 앞 숲으로 한정된 배경을 최대한 활용해서 어둡고 갑갑하며 절망적인 분위기를 잘 깔아주고요. 또 뻔한 이야기 와중에 세세한 디테일들을 잘 심어줘서 그냥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뻔한 만큼 개연성 있고 그럴싸한 이야기로 만들어 주고요. 그렇게 이야기를 이루는 재료 하나하나가 튼튼하게 잘 쌓여서 마지막에 닥치는 파국에서 강한 감정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주어진 한계 안에서 최대치를 뽑아낸 모범적인 인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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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위기 좋고 사이 좋은 장면 짤을 찾고 싶었으나... 없더라구요. 그나마 이게 제일. ㅋㅋㅋ)



 - 물론 결말이 결말이다 보니 다 보고 나면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해요. 전혀 다른 영화지만 '미스트'의 결말을 보고 드는 기분과 살짝 비슷하죠. 분명히 주인공들은 주어진 상황 안에서 가능한 최선을, 가장 상식적인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행동했는데 결말이 그 모양(...)이니까요. 

 물론 뭐 상식적인 수단 방법이라고 하기엔 좀 세게 보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정말로 그런 상황에 처했다고 가정해 볼 때 그보다 합리적인 방법을 생각해내기도 힘들구요. 그 와중에 어떻게든 최대한 도덕적인 선택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거든요. 그래서 더 씁쓸한... 건데. 


 어쨌든 그렇게 뭐라도 생각하게 만들어준다는 게 또 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우리가 전염병으로 아포칼립스를 맞고 주인공네 집안 같은 처지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꼭 그렇게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것만 생각하고 고민해야 좋은 건 아니니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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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중에 제일 착한 한 명 & 한 마리)



 - 더 길게 말할 건 없는 것 같구요.

 호러 영화를 기대하고 보시면 실망하실 가능성이 크구요. 본격 아포칼립스물을 생각하고 보셔도 좀 애매합니다. 말했듯이 워낙 저예산이라. ㅋㅋ

 그냥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설정의 구실로 빌려와서 인간이 살아가며 내리는 합리적 선택과 도덕적 선택들,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들에서 느끼는 삶의 아이러니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내용은 뻔하지만 그 완성도는 꽤 괜찮은 드라마이구요.

 이야기 전개도 느긋느긋하고 그렇게 자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사건 같은 것도 거의 없어서 취향에 안 맞으면 그냥 지루한 영화로 느끼실 위험도 크구요.

 알뜰살뜰한 인디 소품 즐겨 보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도 같네요. 다만 정말로 '본격 아포칼립스 호러'는 기대하지 마시라는 거. 아예 그냥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보면 좀 무서울 수도 있지만요. 


 뭐 그러합니다.


 


+ 이 또한 A24에서 배급한 작품이네요. 블룸하우스와 함께 요즘 호러 영화 양대 산맥인 것 같아요. ㅋㅋㅋ 스타일은 전혀 다릅니다만. 이 회사는 좀 아트하우스풍 호러&스릴러를 좋아하는 듯.



 ++ 생각해보니 지난 한 달 동안 같은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세 편을 봤는데요. 셋 다 그 배우가 나온다는 걸 모르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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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히 말하면 처음 볼 땐 이런 배우가 있는 줄도 몰랐죠. '스위트 버지니아', '포제서'에 이어서 이 영화입니다만.

 이것도 인연이라 생각하고 이름을 기억해 보려구요. 크리스토퍼 에봇!



 +++ 주인공들 사는 집에 이런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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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내용상 관련 있는 옛날 그림들 소재로 분위기 잡는 건 성공률이 대단히 높은 수법인 것 같아요.

 근데 이 경우엔 좀 웃긴 게 판데믹으로 세상 다 망해버린 상황에서 집에 이런 그림이 있으니... ㅋㅋ 뭐 전염병 돌기 전에 있었던 거겠지만 그래도 역시 굳이 집에다 이런 그림을 걸어 놓았던 주인공 아빠의 취미가 궁금해졌습니다.



 ++++ 조금 아래 다른 글에서 '음차 번역제' 얘기하는 댓글을 보고 나니 이 영화 제목이 참... ㅋㅋㅋ 번역하기도 쉽고 그것도 나름 간지나는 제목인 것인데요. 왜 굳이 이러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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