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우연한 기회를 얻어 Mnet의 카운트다운을 방청하고 왔습니다(방청은 커녕 방송국에 들어간 것 자체가 처음임).  다수가 10대들로 보이는 방청객들 틈바구니에서 저같은 아저씨들도 아주 없진 않더군요.  음악보다 응원이 더 시끄러웠습니다.  인피니트의 한 소녀 팬이 제 옆에 있었는데, 엄청난 열성에 성량까지 대단해서 고막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안티질을 하는 사람은 없었고, 비교적 인기가 적은 비아이돌 뮤지션들에게도 격려를 보내주는 이들이 늘 있더군요.  이곳의 응원 문화는 제 예상보단 괜찮아 보였습니다.

 

소감은...  걸그룹, 보이그룹들이 MR 틀어 놓고 공연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들 중 많은 팀들의 음악은 제 귀엔 다소 "진부하게" 들렸습니다(이게 세대차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긴 한데, 그러나 왜 "생경하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 "진부하게" 들리는 건지는... -_-;).  그리고, 음향이 잘 통제가 안 되서인지 울림이 심하여 MR에 비하여 노래가 잘 안 들리더군요.  노래를 전달하려는 "가수"에게는 그리 좋은 무대는 아니었습니다.

 

걸스데이는 귀여웠고, 김지수도 비주얼이 좋아졌더군요.  압권은 2NE1 이었습니다.  세 곡이나 불렀고, 퍼포먼스로 다른 팀들을 압도했습니다.  같이 갔던 친구 넘은 이 팀(뿐 아니라 그곳에서 공연했던 거의 모두)에 대해서 전혀 모르다가, 현장에서 그들에게 반해 버렸습니다("Amazing!"을 연발하더군요).  그리고 저의 선입견보다는 2NE1의 남성 팬들이 많았습니다.  들리는 함성만으로 판단하기엔 남자들이 족히 절반은 되어 보였거든요. 

 

2. 요즘엔 <탑밴드>가 가장 재미있습니다.  처음에는 포우가 좋았지만, 신중현의 <봄>을 불렀던 지난 방송 이후로 하비누아주가 더 좋아졌습니다.  세대적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블루 니어 마더에도 애정이 있고, 게이트 플러워즈의 음악은 딱히 취향은 아니지만 저는 이 거칠고 근성 있는 친구들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다만, 많이들 칭찬하는 브로큰 발렌타인은 그 매력을 잘 모르겠더군요.  김도균이나 신대철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들이 예능에 나와 웃기는 것 말고, "음악"을 얘기하는 모습을 공중파에서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3. 다음주에 슈퍼스타 K3가 시작되나요.  슈퍼스타 K2  당시 저는 허각파였지만, 이후에는 존박이 더 좋아졌습니다.  데뷔곡 싱글(I'm Your Man)로 부른 스탠다드 재즈 팝이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고, 그런 음악을 하는 그런 음색의 남자 보컬이 한국 대중음악계에 흔치 않아 보여서이기도 합니다.  같은 소속사의 김동률이 요즘 재즈에 꽂혀 있는 모양이니, 존박이 도움을 받을 것 같습니다.  이 친구가 일정한 지분을 획득하고 뮤지션으로서 정착했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아 걱정입니다.  (그나저나... 잘 하면 슈퍼스타 K3의 방청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4. 저는 TV를 잘 안 보는 편이고 운전하면서 음악을 듣는데(어쩌다 보니 주요한 음악 감상 장소가 차 안이 되었다는...^^), 이런 습관 때문인지, 들을 음악을 선택하는데 "비주얼"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  오히려 비주얼이 뛰어난 팀들은 그로 인한 선입견 때문에 뒤늦게 "재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에프엑스를 높이 평가하는 한 지인의 평가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Hot Summer>를 듣다가 완전히 매료되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그 쉬크한 청량감!).  위 곡은 리메이크곡일 뿐 아니라, 이들의 음악적 노선도 스스로 만들어 간 것이라기보단 기획사가 설정해 준 것이겠지만, 하여튼 이런 음악을 "공연"하는 에프엑스라는 팀에 대하여 호감도가 급상승하더군요.  피노키오나 누 예삐오도 찾아 들었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이들의 음악을 알게 된 이후에는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비판에도 공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그 전에는 "뭔 가사가 이 따위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음).  알기 쉬운 가사를 쓰는 순간 그들의 매력이 사라져 버리는 거니까요.  급기야는 뮤직 비디오까지 찾아 보게 되었는데, 빅토리아-크리스탈-설리의 막강 3각 편대에 완전히 반해 버려서 이제는 공연이 보고 싶은 1순위의 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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