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에 대한 존중

2011.08.06 00:13

난데없이낙타를 조회 수:3104

좀전에 sbs에서 해주는 백원만 할머니의 진실과 거짓, 같은 류의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구리에서 백원만 달라고 구걸하는 걸로 유명하다는 할머니가 실은 부자라는 소문이 돌고, 그 소문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파헤치는 프로였는데요.

소문과 달리 할머니는 쓰레기더미 반지하에서 살고 있었고, 사고로 뇌가 다친 작은 아들을 위해 돈을 모으고, 사람들이 주는 쓰레기를 모으며 아들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시더군요.

끝까지 보지 못해 어떻게 결론이 난 건지 모르겠지만, 소문은 사실이 아니였고, 할머니의 구걸은 작은아들을 위해 시작되었지만 결국엔 그 할머니의 삶이 되어버린 것 같더군요.

그저 이제까지처럼 쓰레기 더미에서 살면서 구걸하고 싶다는 할머니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스칩니다.

처음에는 어휘력도 좋고, 말씀도 정확하게 하셔서, 많이 안타까웠어요. 연세도 적은 편은 아니지만 고령화 사회임을 감안한다면 다른 일을 못할 정도는 아니였고요.

그래서 저 쓰레기 더미에서 나오게 해서, 작은 아들이 이미 기초수급생활자로 정부에서 지원을 받고 있음을 알게되면 할머니의 삶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어떻게해서든 저 곳에서 할머니를 나오게 해서, 따뜻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할머니를 살 수 있게 해야하는 거 아닌가 하고요.

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나갈수록 계속해서 이제까지처럼 삶을 살게 내버려 달라고 요구하는 할머니를 보며, 타인의 삶을 존중한다는 게 무엇인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타인의 삶에 대한 존중이란, 규격화된 사회에 맞춰진 틀에 넣는 거 아닌가 하고요.

그 틀에 벗어난 건, 일반적이지 않은 것, 좀 더 차갑게 말하자면 정상이 아닌 것으로 분류하고 정상에 맞추어야한다고 요구하면서 폭력은 휘두르는 건 아닐까 하고요.

다름을 인정못하고 있다는 생각이요.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게 맞는 거 아닐까, 게다가 할머니는 너무나 정확하게 당신의 삶을 요구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지금 백원만 할머니의 삶을 그대로 존중해야 맞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할수록 타인의 삶을 존중한다는 게 어떤건지 모르겠습니다.

상대방을 위해서 변화를 요구한다는 생각 너머에는 결국 내 자신의 생각틀을 반영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단 백원만할머니뿐만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이라는 명목하에 벌어지는 일들이, 다름에 대한 이해없이 규격에 구겨넣기 위한 포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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