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버려라, 2020년


 - 제목만 봐도 아시겠지만 작년에 나온 물건인데 한국엔 올해 나온 듯요. 런닝타임은 70분. 장르는 페이크 다큐 형식의 코미디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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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진은 대략 위와 같구요. 원제가 참 포스 넘치죠. ㅋㅋㅋ)



 - 영상 제목만 보고 클릭을 해서 어떤 물건인지 전혀 파악을 못했죠. 도입부 나레이션과 2020년 1년을 돌아보는 다큐 클립들을 보면서 음. 풍자 다큐인가보다...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무엘 L 잭슨이 등장해서 자기가 저널리스트라고 주장하며 드립을 막 치는 겁니다. 그제서야 정체를 눈치챘죠. 아 이거 그냥 개그 클립이구나. 그리고 실제로 그래요. 마치 snl 정치 풍자 꽁트를 70분 분량으로 만들어 붙여 놓은 듯한 물건이에요. '블랙미러의 제작자'가 만들었다고 홍보 문구를 붙여놨던데 그 찰리 브루커란 양반이 원래 정치 풍자 코미디가 본업이었다고 하니 이상할 건 없구요. 덕택에 영국 얘기도 종종 나옵니다. 기본적으로는 거의 다 미국 얘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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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렇게 가짜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 뭔가 2020년을 되게 종합적으로 다룰 것같은 제목을 달고 있지만 실상은 트럼프 까는 영상입니다. 정확히는 미국 대선과 코로나, 이렇게 두 주제를 다루지만 결국 대선을 핑계로 트럼프를 까다가 (바이든도 양념격으로 함께 놀리긴 합니다) 코로나를 이유로 다시 트럼프를 까는 식이라서... ㅋㅋ '반인반돈 트럼프', '유색인종 트럼프' 같은 드립이 계속해서 나오는 걸 보고 아 역시 한국은 아직까진 정치 풍자 청정지역(?)이라는 걸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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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열심히 하셨는데 얼굴 한 번도 안 나오시는 분. 나레이션을 맡으셨습니다.)



 - 근데 뭐랄까... 뭔가 깊이가 있고 시사점을 던져주고 그런 걸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그냥 트럼프 싫어하는 지식인들의 술자리 드립 잔치 정도?

 종종 센스 있는 드립들이 나와주고 런닝타임은 짧고 출연진은 화려하고 하니 70분은 금방 훌훌 가버리긴 합니다만. 내용 자체는 매우 얄팍해요.

 그냥 머리 비우고 가벼운 마음으로 트럼프 농담 잔치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겐 아주 좋겠구요. 그냥 뭐가 됐든 허허실실 웃기는 가벼운 거 보고픈 분에게도 추천합니다만.

 다시 한 번, 큰 기대는 마시라는 거.



 + 다 보고 나서 '응? 휴 그랜트가 언제 나왔지?' 했네요. 이 분을 워낙 오랜만에 봐서 전혀 못알아봤어요. 언제 이렇게 늙으셨...


 ++ '지성있고 양심적인 백인인 척하는 극우 마인드 국민 1인' 역할 캐릭터의 마지막 드립은 좀 놀랐습니다. 이거 금기 아니었나? 하고 다시 돌려 봤네요. ㅋ


 +++ 코로나를 주요 소재로 다루다 보니 자료 화면 중에 한국이 종종 지나갑니다. 오오 K-방역! 오오 국격!!



2. 더 나이트


 - 2020년에 나온 호러 영화입니다. 런닝타임은 105분.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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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vod 서비스에서 안 유명한 영화를 골라서 보는 기준 : 포스터에 성의가 보이면 아예 망작은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 미국 사는 두 이란 부부의 소소한 파티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 중 주인공 부부는 아가도 하나 있네요. 그날 커플 타투도 하고 왔다는 걸 보니 일단 금슬은 좋은 것 같기도 한데. 남자 말 하고 행동하는 걸 보면 그렇게 21세기스런 방향으로 행복한 부부는 아니에요. 뭐 이란에서 미국으로 온지 몇 년 안 된 것 같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습니다만. 게다가 이 남편 양반은 술도 약하면서, 치통 때문에 머리가 아파 죽겠다면서도 친구가 권한 술을 진창 퍼마시구요. 자고 가라는 친구의 만류와 아내의 설득을 거부하고 음주 상태 그대로 새벽에 차를 몰고 집을 향합니다. 아내와 아가까지 태우고서요.


 근데 가는 길에 갑자기 내비게이션이 미쳐 날뛰기 시작하고. 몇 시간을 헤매는 가운데 술과 치통 때문에 상태는 더욱 메롱해지고. 급기야 사고까지 낼 뻔 하고서는 어쩔 수 없이 눈에 딱 들어오는 수상한 호텔로 들어서는데요. 뭐 당연히 수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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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방이 하나 밖에 없다! 고 안내 받아서 비싼 방 들어갔더니 손님이 하나도 없...)



 - 미국 국적을 가진 이란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몇 명 안 되는 등장인물들 중 단역 두 명 정도를 제외하곤 시작부터 끝까지 이란 사람만 나오고 이 사람들은 당연히 시종일관 자기 나라 말로 이야기하죠. 보다보면 영화의 정서도 헐리웃 스타일과는 뭔가 미묘하게 달라요. 그냥 촬영 장소가 미국일 뿐 이란 영화라고 생각하는 게 맞고 그게 땡겨서 본 것인데요. 음... 생각보다도 훨씬 더 이란 영화(?)였습니다. 그러니까 전 뭔가 미쿡에 사는 이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런 거 전혀 없어요. ㅋㅋㅋ 배경이 미국이었어야할 이유도 모르겠네요. 제작 과정에서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거겠죠. 감독이 미국 사는 이란 사람이라든가... 그걸 확인해볼만한 열정까진 없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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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종의' 귀신들린 집 영화로서 배경은 근사하게 잘 골랐어요.)



 - 영화의 전반부는 상당히 근사합니다. 그러니까 주인공 가족이 친구네를 떠나서 길 잃고 헤매는 부분부터 호텔에서 계속해서 벌어지는 괴상한 일들을 겪다가... 관객들에게 힌트가 주어지는 그 순간까지가 기대보다 훨씬 좋았어요.


 사실 특별한 건 전혀 없거든요. 이게 현실인지 악몽인지 헷갈리는 류의 귀신의 집 이야기... 같은 데서 나올 법한 평범 사소 소소한 클리셰 같은 상황들의 연속인데 그걸 굉장히 그럴싸하게 잘 만들어서 보여줍니다. 누가 문을 쾅쾅 두드려서 열어봤더니 아무도 없다든가, 갑자기 누가 슥 튀어나와서 놀랐다가 다시 보니 아무도 없다든가. 거의 이런 것들인데 그걸 효과적으로 잘 써먹더라구요. 이게 도대체 뭔 상황인지, 앞으로 어떻게 되려는 이야기인지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었기도 하구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략 절반 좀 넘기고난 시점에서 사건의 진상(?)에 대한 힌트가 주어지고. 그때부터 맥이 풀립니다. 진상이 워낙 뻔하기도 하면서, 그 때부터 이야기가 되게 순한 맛으로 평범해져요. 나름 괜찮았던 미스테리 호러에서 구수한 맛의 전설의 고향으로 변신을 한달까요. 그것도 별로 안 무섭고 교훈성이 강한 맛의 전설의 고향이요. 마무리도 약해요. 마지막에 뭔가 한 방 때려주는 것도 전혀 없고 결말은 앞뒤가 잘 안 맞습니다. 나름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모호한 결말을 보여주지만 생각해보면 두 방향 모두 말이 안 되고 별로 재미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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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아저씨 연기는 괜찮았는데, 내용이 많이 약했습니다.)



 - 그래서 결국 추천하지 않습니다. ㅋㅋ 

 이란 호러 영화가 궁금하시다면 '어둠의 여인'을 보세요. 그건 정말 많이 잘 만든 수작이거든요.

 대충 적어 놓은 것처럼 이 영화도 못 만든 영화는 아닌데요, 근사했던 전반부 대비 후반부의 그 맥 빠지는 느낌이 많이 아쉬웠네요.

 다만 뭐 위에서 말했듯이, 건전하고 교훈적인 분위기의 전설의 고향 에피소드들이 취향에 맞으셨다면 보셔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적어도 전반부는 훌륭하기도 하구요.




 + 늘 하는 생각이지만 미국은 땅이 워낙 넓고 한적해서 그런지 '음주 운전 단속'이라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적어도 한국 스타일로는요.

 술 마시고 운전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 다들 사고를 걱정하지 단속을 걱정하는 모습이 나오는 걸 못 봤습니다. 한국은 보통 그 반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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