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버지.

아버지는 제 기억에 몸쓰는 일을 하신 적이 '거의' 없어요. 게다가 기계치라서 지금껏 운전도 해보신적이 없으십니다. 게다가 몸을 많이 사리십니다. 조금이라도 무리가 가거나 힘쓰는 일은 안하세요. 다치신다고...   어머니는 부자집의 큰딸이시라 역시 몸쓰는건 오빠(저한텐 외백부님들..)들이 다 하시거나 가사도우미 격의 먼 친척 아주머니가 계셨기 때문에 역시 결혼전에는 뭔가 해보신적이 없대요.

그래서, 집에 부서진거 고장난건 제가 다 고쳤어요. 초등학교 2학년때 두꺼비집 내려놓고 고무장갑 끼고 방의 부서진 콘센트를 간다거나 형광등을 간다거나 했으니까요. 초등학교 2학년때면 9살인데!!!  그전에 집에 뭔가 손볼일이 생기면 사람을 부르거나 작은 삼촌이 와서 고쳐줬답니다. (지금도 가끔 주말에 집에 가면 뭐가 안되는데 너 올때까지 기다렸다고 하십니다.. 아놔.. ㅠ.ㅠ )


가족여행을 가면 아버지는 옷을 깨끗히 입고 지갑만 들고 기다리십니다. 짐은 어머니가 다 싸구요. 그럼 짐을 차로 옮기는건 저와 어머니 몫이었어요. 동생도... 그리고 운전도 어머니가 줄곧 하시고...  (그래서 제가 수능이 끝나는날 아버지가 면허따라고 돈을 주시더군요. 학원 등록비..)


이번에 신혼집을 꾸며야 하는데 '그분'이 도배나 페인트칠 같은건 자기가 하겠다고 하십니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안된다고 버럭 하십니다. 그걸 업체에 맡겨서 해야지 너네들이 어떻게 하냐고.. '그분'은 사람을 따로 한명 써서 하면 괜찮다고 해도 아버지는 반대하십니다. 반평생 그런 일을 해보신적이 없다 보니 며느리될 사람이 직접 페인트칠하고 도배하는게 상상도 못하실 일이신겁니다. 남들도 다 자기같은 기계치에 몸치이신줄 아시는 거죠. 이거 좀 지나면 업체 쓰라고 돈봉투 주실 기세... ㅋㅋㅋ




2. 어머니

어머니는 인기가 좋으십니다. 성격도 좋으시고요. 낙천적이시고 성격도 둥글둥글 하셔서 날카로운 아버지한테도 잘 맞추세요.

친할머니도 돌아가시기전에 '내가 제일 좋아하고 편한 며느리' 라고 하셨고.. 외할머니랑도 '엄마, 엄마..' 하고 잘 지내셨는데 알고보니 어머니가 중학교때 친어머니는 돌아가시고 할아버지가 재혼하신 계모 할머니셨더라구요. 전 고등학교때까지도 몰랐습니다.

직장에서도 좋고, 친구들도 많고... 심지어 저를 잘 모르시는 어머니 지인이 어머니 같은 시어머니한테 딸을 보내고 싶다면서 선이 들어온적도 있습니다.

올해가 정년이신데, 퇴직하면 봉사활동을 뭘할까 벌써부터 계획중이시네요.


그런데... 그런데... ㅠ.ㅠ

딸이 없어서 그런가 며느리들을 너무 딸같이 친하게 지낼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엄격하고 괴팍한 것 보다는 낫겠지만..  

아무리 날을 잡았다고 해도 아직 결혼을 안했는데 제 '그분'을 너무 좋아하십니다.


동생이 먼저 결혼을 하고, 분가를 했는데 집에 두세달에 한번 오거든요. 부모님이 가끔 동생네 집에 가는것 포함해도 한달에 한번도 얼굴을 못봅니다.

부모님은 제수씨도 좋아하시기 때문에 자주 못보는게 좀 서운하신 모양... 

그래서 저한테 넌지시 '너는 한달에 한번은 얼굴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 라고 찌르십니다.

알고보니 '그분' 한테도 가끔 전화하시고 문자도 보내시고 그러나봐요. 전 (예비)장모님께 한번도 그런적이 없는데!!!  ㅠ.ㅠ


친하게 지내고 딸 생기는 것 같이 좋아하시고 잘 해주시려는건 고마운데..

왠지 며느리에 따라서는 그게 좀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특히 한달에 한번은 얼굴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저희 한테는 '한달에 한번은 부모님 집'이라는 고정된 스케줄로 압박이 되지 않을지... 


일단 '한달에 한번씩 본가랑 처가집을 갈려면 우리한테는 한달에 두번이 되서 좀 힘들지 않을까요?' 라고 실드 치고 있는데... 이거 왠지 '너네 오기 힘들면 우리가 가지..' 라고 하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orz...




3. 시부모님과 여행.

어머니가 올해 정년이시라.. 얼마전에 그러셨어요.

'내년에는 나 퇴직기념으로 온 가족이 해외여행을 가자! 비용은 내가 쏠께!'


아직 부모님이 그나마 돌아다니실 기운 있으실때 같이 다니면 좋겠지만... 결혼 1년차에 부모님이랑 휴가여행 가는건 좀 그렇잖아요. 아무리 비용을 대주신다고 해도...

게다가 아무래도 결혼하면 바로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난리이신지라 내년 여름이면 만삭일 가능성도 높고...


'에이.. 아이 바로 가지라면서요. 그때되면 배불러서 어떻게 여행을 가요. ' 라고 했더니 몸사리는 아버지도 '아! 그렇구나.. 내년은 안되겠네!' 라고 거들어주십니다.

어머니는 '좀 일찍 가면 되지.. 내가 다 수발들어 줄께..' 라고 하셨지만 아버지가 '아냐.. 그때되면 몸무거워서 많이 힘들때인데 안되겠다..' 라고.. ㅋㅋㅋ 하여튼 조금이라도 육체적으로 힘들것 같다 싶은 일은 안된다는 아버지... (저 군대갈때도 어머니는 안우셨는데 아버지가 '이자식 군대에서 다치거나 죽으면 어떻게 하지' 하고 펑펑 우셨다는..)


아버지의 지원덕분에 어머니가 더 얘기 안하셨지만 왠지 아직 포기 안하신것 같은 눈치.. ㅠ.ㅠ

아버지 환갑때 동생이랑 제가 휴가 맞춰서 같이 가족여행을 일본으로 갔었는데 그때가 그렇게 좋으셨나봐요..

(하긴 그때 같은 패키지로 오신 어르신들이 저집은 자식들이 같이 왔네 하고 부러워 하셨던 것 같아요..)


아..안되겠어... 어떻게 하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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