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나 그렇듯 모두 게임패스 등록 게임입니다.



1. 망작 = 마블 어벤저스



 - 이 게임에 대해선 이미 전에 글을 적은 적 있는데요. 그때 '엔딩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로 얘길 맺었는데 결국 엔딩을 봤습니다. 그래서 짧게만 적자면,


 음. 최종적으론 실망스럽네요. ㅋㅋㅋ 그래도 싱글 모드 기준으로 캐릭터들 잘 잡았고 초반 스토리 전개도 괜찮다... 는 게 장점이었는데. 그 스토리가 그냥 갑작스런 급전개로 '와장창창!'하고 끝나 버려요. 이게 흩어진 어벤저스를 카말라 칸이 하나씩 설득해서 다시 모으는 내용이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멤버를 모으고 나면 빌런이랑 뭔가 좀 일을 벌이다가 마무리하겠지... 했는데 마지막 멤버를 영입하고 나니 아무 사건도 없이 다짜고짜 '우워어 최종 결전이다!!!!!' 하고 빌런 쥐어팬 후에 끝.


 그나마 마지막 스테이지는 스케일 와방 크면서 화려한, 동시에 캐릭터들 특성도 잘 살리는 연출들이 많이 나와서 괜찮았습니다만... 그걸 또 칭찬할 수가 없는 게, 당연히 게임 내내 이랬어야죠. 기승전결 중에 승과 전을 모두 멀티 플레이맵 뺑뺑이로 때워 놓고 기와 결에만 힘을 주면 뭐합니까. 플레이타임의 대부분이 승과 전이었는데요.




2. 폭망작 = AI: 솜니움 파일



 - 일단 간략하게 게임 소개를 하자면. SF와 결합된 수사물의 외형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무의식 속으로 침투해 구경다닐 수 있는 싱기방기한 기술을 경찰청 일개 직원(...)이 개발해서 수사에 활용하고 있는 미래인데요. 그 일개 직원은 사람 눈알만한 사이즈의 만능 인공지능 컴퓨터를 만들어서 마침 눈알이 하나 부족했던 주인공에게 넣어줬죠. 그래서 이 양반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람 죽이고 눈알을 빼내는(...) 연쇄 살인마를 잡으러 다니는 이야기에요.


 그러니까 장르는 어드벤쳐인데, 실제로는 그냥 화면에 뜨는 사람들 모두와 대화를 와장창창하고 나면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또 대화를 와장창창... 이게 95%쯤 되니 비주얼 노벨에 가깝다고 봐야겠습니다. 가끔씩 주인공이 남의 무의식에 침입할 때는 뭔가 게임 비슷한 게 나오긴 하는데 비중은 적어요.



 - 근데 비주얼 노벨인 건 괜찮아요. 그건 그냥 장르잖아요. 그리고 전 그런 게임도 잘 합니다. 다만 장르가 장르이다 보니 스토리가 중요한 것인데...

 간단히 말하자면 시작부터 끝까지 레알 오타쿠의 뇌와 마음 속에 존재하는 세계, 가치관, 사고 방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그냥 오타쿠 소망 성취 환타지에요. '슈타인즈 게이트'도 그랬고 '단간론파'도 그랬죠. '본격 추리물로서 스토리 완성도는 훌륭한 편'이라는 평가에 낚여서 해 본 건데, 애초에 그 평가를 한 사람들이 그 레알 오타쿠 중 하나라는 걸 간과한 저의 잘못(...)


 재미고 뭐고를 떠나서 두 가지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1) 이런 게 점점 메인스트림에서 비중을 넓혀가는 걸 보면 일본 애니메이션&게임 산업의 막강함도 영원하진 않겠구나

 2) 이렇게 기본도 안 된 이야기가 (팬들에게) 극찬을 받는 걸 보면 이쪽 팬들은 진짜 그냥 이런 것만 보고 즐기는가보다...



 - 전체 분량의 대략 1/3 정도까지 하다가 결국 못참고 삭제했습니다. 그 다음 위키 사이트를 뒤져 이후 스토리를 끝까지 다 확인해 보았죠.

 음. 제 선택은 옳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결국 제대로 된 추리 같은 건 끝까지 없었고 사건의 진상은 허랑방탕하고 결말도 당연히 매우 오덕스럽고...

 하긴 뭐 초등학생 여자애가 쇠파이프 들고선 돌격 소총으로 무장한 갱단 수십명을 한 번에 다 쥐어 패는 이야기에서 뭘 더 바랄 수 있겠습니까만.


 그냥 그런 생각만 남네요. 뭐 어차피 특정 집단을 타게팅해서 만든 물건이고 그 집단만 만족한다면 존재 가치는 충분하겠습니다만.

 명색이 '비평'을 한다고 간판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이딴 걸 '완성도 높고 매력적인 스토리'라고 칭찬하는 건 도대체...



 3. 수작 = 언패킹



 - 도트 갬성 뿜뿜하는 인디 게임입니다. 근데 컨셉이 특이해요. 간단히 말해서 이삿짐 풀어서 집정리하는 게임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한 번도 모습을 안 비치는 한 여성이 주인공이에요. 그리고 게임은 이 여성의 십대 시절, 1997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짐 풀기 행적을 따라갑니다. 중간중간 컷씬도 없고 다른 연출도 전혀 없구요. 대사도 새로운 스테이지 시작하거나 끝날 때 딱 한 줄 정도 나와요. 진짜로 그냥 짐 풀기만 반복하다 끝나는 게임입니다.



 - 근데 그러면 게이머는 어떤 체험을 하게 되냐면...

 일단은 박스 뜯어서 나오는 물건들의 적절한 자리를 잡아줘야겠죠. 집의 가구들은 이미 다 배치가 되어 있으니 방의 생김새를 보고 적절한 위치를 찾아주는 것. 이게 메인입니다. 예를 들어 남비를 책상 위에 올려 놓거나, 샴푸를 싱크대 옆에 두거나 하면 스테이지 클리어가 안 되는 식.


 그리고 물건을 배치할 때 늘 아주 조금의 여유 공간 같은 게 있어서, 현실에서도 정리 좋아하시고 깔끔 단정한 모습 좋아하는 분들은 게임에선 굳이 요구하지 않는 정리력을 조금 더 발휘하셔도 됩니다. 예를 들어 책장에 책과 노트들을 따로 꽂아둔다거나. 선반 위의 장식품들을 비슷한 성격끼리 묶어둔다거나. 물론 전 그렇게까진 안 했구요. ㅋㅋ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스를 뜯어서 나오는 물건들을 보다보면 자연스레 이 주인공의 인생을 상상해보게 됩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대학 갈 때쯤 독립해서 따로 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가, 동반자를 만나서 함께 살고... 와 같은 식의 이 얼굴도 모를 양반의 인생 흐름을 짐작할 수 있게 되구요. 전에 쓰던 물건이 또 나오고 또 나오는 걸 보면서 반가워하고. 그렇게 계속 나오는 물건들이 점점 낡아가는 걸 눈치채면서 세월을 느끼고. 그 물건이 결국 사라짐을 확인하고 나면 진짜 이유 없이 아쉽고 안타깝고... 뭐 그렇습니다.


 가끔은 좀 코믹한 부분들도 있어요. 사진 한 장이 자꾸만 제 자리를 못 찾는 겁니다. 다른 사진들이랑 같이 붙여 놔도 그 사진 한 장만 계속 에러가 되어서 클리어가 안 되는 거죠. 그래서 도대체 왜 이래... 하고 짜증내다가. 그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흐릿한 도트 그래픽이나마 아마도 애인과 함께 찍은 사진인 듯 한 거에요. 그래서 서랍장에 넣고 문을 닫아 버렸더니 클리어가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러면서 생각을 하는 거죠. 아, 이 분 어지간히 빡치셨지만 또 차마 버리지는 못하셨구나. 



 - 그냥 이게 답니다. 

 돈 주고 사면 얼마인가 확인해보니 2만원이구요. 플레이 타임은 두 세 시간 정도 되는 것 같구요. 

 짧은 길이 대비 좀 비싸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름 신선한 경험이었고 또 전 어차피 구독 서비스로 추가금 없이 했으니까요. 그래서 늘 평이 관대합니다

 게임패스 유저분들에게 매우 추천하구요. 그게 아니시라면... 뭐 각자 현명하게 판단하시면 되겠죠. 시간 당 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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