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사진은 없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저희 동네에는 굉장히 유명한 냉면집이 있습니다. 40년 된 곳 인데 함흥 냉면 전문입니다. 소문에 듣자 하니

 

6. 25 때 함흥에서 내려 오신 사장님이 '돈은 많고' (그 와중에 재산은 어찌 다 챙기셨는지) 할 일은 없고 해서

 

차려서 시작한 집 이라고 합니다. 제가 처음 얘기 들었을 때가 10년 쯤 전이고 그때 30년 된 집 이라고 했으니

 

지금은 40년 된 집이 맞습니다. 어쨌든 이 집은 함흥 냉면으로 강서 일대에서 유명한 집인데 또 하나 유명한

 

것이 이 집 사장님의 엄청난 불친절함 입니다. 실제로 네이버 지식즐에서 'XX동 함흥냉면' 이라고 검색하면

 

'XX구 XX동 함흥냉면불친절함을 어디다 신고하저?? 넘 억울해영" 라는 질문이 맨 처음 나옵니다. 

 

사실 이 집의 사장님의 무례함은 도가 지나친게 사실입니다. 일단, 이 집은 카드를 받지 않습니다. (실제로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카드기를 설치는 했는 데 카운터 아래쪽에 숨겨 놨다고 합니다)  계산을 하려고 카드를

 

내밀었더니 카드를 휙 도로 던지더라. 하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그리고 식사 중에 좀 큰 소리로

 

얘기 했다가 사장님의 불호령이 떨어져서 싸웠단 얘기 정도는 아주 흔합니다.

 

심지어 저희 아버지 같은 경우에는 영업 시간을 물어 보려고 전화를 했는 데

 

아버지 : 오늘 영업 하시나요?

사장님 : 합니다. (뚝)

아버지 : (다시 걸어서) 몇시까지 하시나요?

사장님 : 6시요 (뚝)

 

엄청나게 빈정 상하신 아버지는 '거기만 냉면집이냐!' 라고 하시고는 불매 운동에 들어가셨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얘긴데 이 냉면집은 영업 시간도 불친절 합니다. 평일엔 오후 8시, 일요일은 오후 6시 까지만

 

하고 끝냅니다. 그리고 비 오는 날에는 문을 안엽니다. 비 올때 냉면 먹는 사람은 없다고. 이쯤 되면 엄청난

 

배짱 장사지요.

 

하지만 문제는 이집 냉면이 이 모든 것을 상쇄시킬 만큼(물론 아슬아슬하게 등가 교환이지만) 맛이 있다는

 

겁니다.  전국구, 서울 전체, 라고 까지는 감히 말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이 근방에서는 수위를 다툰다고

 

할 만합니다. 제가 냉면을 즐겨 먹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만 여태 가본 냉면집들 중에서 유일하게

 

또 가서 먹고 싶다! 라고 생각한 집 이기도 합니다. 즈이 아버지를 화 나게 만들고 친구가 얘기 듣고서 '나는

 

빈정 상해서 가기 싫다' 라고 했지만 저에게 줏대란 없습니다. 비굴하다 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먹고 돌아섰는 데 자꾸만 생각나는 육수를 내놓는 집 이니까요. 사장님의 불친절함? 괜찮습니다.

 

1. 식사 시간 피해서 2. 조용히 들어가서 냉면 시켜다 먹고 3. 대화는 귓속말로 하고 4. 다 먹자 마자 일어나서

 

5. 계산은 현금으로 하면 되니까요.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사진 따위는 없습니다. 사장님이 무서워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거든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집에서 10분 거리니까.

 

빈정 상하셨던 아버지도 오늘 결국 그 집에서 냉면을 드시고 오셨습니다. 전날 분명히 '그래 우리도 새로운

 

냉면집 뚫어 볼까?' 라고 말씀 하셨던 게 아직도 뇌리에 생생한데 말입니다.  오랜만에 XX동 함흥냉면으로

 

네이버 검색을 해봤습니다. 여름이라 새로운 블로그 감상평들이 주루룩 올라와 있습니다. 하나같이

 

'스릴 넘치는 냉면집' '할머니의 불호령' '거친 주인 할머니' 등등의 표현으로 이 집을 소개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맛있으니까. 생각 난 김에 근래에 또 한번 들러야겠습니다. 현금을 들고 식사시간 피해서

 

조용히. 두서도 주제도 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름이라 동네 냉면집 자랑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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