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영화 '더 길티' 봤어요.

2021.10.11 14:01

thoma 조회 수:538

더 길티(The Guilty, 2018)

81bd6acc11f64796a62645f77a249ad115525412

일반적인 영화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시각, 청각적 쾌감이 없는 영화입니다. 그 중 특히 시각적인 볼거리는 전무에 가깝습니다. 아래 사진이 이 영화에서 제공하는 최대한의 공간이고 이렇게 한 화면에 여러 사람이 같이 잡힌 장면도 매우 드물어요. 대부분은 그 아래의 사진과 같이 주인공 혼자 화면에 나타나서 주로 이 인물의 얼굴과 손동작 정도가 영화 내내 보고 있어야 하는 장면입니다. 청각적 쾌감이 없다고 썼는데 사실 이 영화는 절대적으로 청각에 의지하여 진행됩니다. 다만 '쾌감'이 없죠. 확인해 보니 음악은 앤딩 장면에서  단 한 번 사용됩니다. 나머지 소리는 긴급 신고 센터에 걸려오는 벨소리와 전화 건 사람 쪽의 배경음인 차 소리나 비, 와이퍼 소리입니다. 영화는 모두 통화 내용으로 전개됩니다. 폐소공포증이나 그 비슷한 증세를 갖고 있다면 영화가 고통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저도 조금 답답했습니다.  

8868839eceb887c6ce51ad4d0ef3e6423c33ab47

아래 사진처럼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근무하다가 통화한 사건에 깊이 개입하려고(근무 수칙을 어기는 것이므로) 위 사진처럼 혼자 유리 칸막이 있는 사무실로 옮깁니다. 주인공의 과잉대응은 이전에 있었던 모종의 사건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준 것이면서 내일 재판이 있을 이 사건은 현재 통화 중인 이들의 사건과 의미상 끝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7060bef55fca4f069b54a24cc264ae6315523540

아래와 같은 화면을 가장 많이 보게 됩니다.

cadb04400fc84c4b9bb0a3534ecfb3ba15523540

칸막이 방, 블라인드 내리고, 오로지 청각 정보에만 의지해서 더 잘 들으려는 주인공.

47c7a03ea7fd46fd80c4940b9876f66715413886

이런 영화의 생명은 각본이겠죠. 영화의 각본이 참 정밀하게 잘 쓰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딱딱 톱니바퀴 물리듯 이야기가 말이 되게 전개됩니다. 영화 수업 같은데서 교재로서 역할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요. 

영화를 감상한 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습니다. 제한된 정보로 세계를 어떻게든 이해해서 대응하며 살아야 하는 인간 조건을 떠올리기도 했고 어느 순간 개입하는 편견에 커다란 실수를 한다는 생각도 해 볼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살면서 이 함정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편견 없이 판단이란 게 불가능에 가깝지 않던가요. 그릇만큼 판단하고 책임을 지는 수밖엔. 

점점 구석진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서 혼자라 마음껏 자신에게 고통을 주기도 하고 행패를 부리기도 하는데 이윽고 밖으로 나오자 실마리가 보이고 주인공 개인의 출구 찾기도 가능해지는, 장소 설정의 상징성 같은 것도 찾아볼 수 있겠습니다. 이 좁은 공간을 가지고서 대단한 것 같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87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439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3217
117519 넷플릭스 '리지' 봤습니다. [4] thoma 2021.10.23 670
117518 이번 사고 때문에 공포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군요 [2] 부기우기 2021.10.23 602
117517 자막 싱크 조절 밀고 당기기가 자꾸 혼동이 되는데 [4] 가끔영화 2021.10.23 408
117516 우리동네 닭부부 [2] 가끔영화 2021.10.23 366
117515 나를 사랑한 스파이 (1977) [7] catgotmy 2021.10.23 440
117514 바낭 - 뭘 해야 할까 [2] 예상수 2021.10.23 270
117513 듄 후기 (노스포) [7] LadyBird 2021.10.23 1115
117512 [영화바낭] 본격 제목 붙인 사람이 궁금한 영화, '지옥행 특급택시'를 봤습니다 [7] 로이배티 2021.10.23 715
117511 요즘 그린 그림들... [7] 낭랑 2021.10.23 392
117510 [KBS1 독립영화관] 크리스티안 펫졸드 감독의 <운디네> [8] underground 2021.10.22 400
117509 유돈노미/베네데타/고티에 [4] daviddain 2021.10.22 444
117508 바낭 - 새 나라의 어른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 [3] 예상수 2021.10.22 314
117507 벨기에 단펀 Take good care of my baby 가끔영화 2021.10.22 199
117506 풍류대장 4회 [3] 영화처럼 2021.10.22 511
117505 코메디의 왕 [2] 가끔영화 2021.10.22 314
117504 바비 조 앤 더 아웃로 (1976) [1] catgotmy 2021.10.22 275
117503 [영화바낭] 어쩌다보니 또 불란서 영화, 이번엔 고전 호러 '얼굴 없는 눈'을 봤습니다 [6] 로이배티 2021.10.22 466
117502 알렉 볼드윈 서부영화 촬영중 총기 오작동으로 스탭 1명 사망 1명 부상 [7] tom_of 2021.10.22 890
117501 오늘도 너는 너 가끔영화 2021.10.22 183
117500 영화 [캐링턴] 속 연애편지 [9] 어디로갈까 2021.10.22 557
XE Login